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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캄캄한 방 안에 코끼리가 한 마리 서 있어요. 불은 없고, 사람들이 손으로 더듬어서 이게 뭔지 알아내야 해요. 귀를 만진 사람은 "넓고 펄럭이는 부채네"라고 하고, 다리를 만진 사람은 "굵은 기둥이야"라고 우기고, 코를 만진 사람은 "기다란 호스 같은데?"라고 해요. 다 같은 코끼리를 만졌는데, 서로 자기가 맞다고 싸워요.
이 이야기를 800년쯤 전에 적어 둔 사람이 있어요. 페르시아의 시인 루미예요. 그리고 이 코끼리 이야기가 실린 책이 바로 '마스나비'고요. 오늘은 이 마스나비의 우화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어려운 말은 빼고 천천히 풀어 볼게요.

루미는 1207년에 태어나 1273년에 세상을 떠난 사람이에요. 예순여섯 해를 살았고, 지금의 튀르키예 땅에서 주로 지냈으며, 글은 페르시아어로 썼어요. 사람들이 그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있는데, '수피'예요. 수피는 이슬람 안에서 머리로 따지기보다 마음으로 신과 가까워지려던 사람들을 가리켜요.
마스나비는 그가 남긴 가장 긴 시예요. 여섯 권에, 행으로 세면 2만 5천 행쯤 돼요. 웬만한 장편소설 몇 권을 합친 분량이지요. 그런데 딱딱한 설교집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로 가득해요. 방금 본 코끼리 이야기처럼요. 어려운 생각을 곧장 설명하지 않고, 자꾸 짧은 이야기로 바꿔서 들려준다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에요.

마스나비의 맨 첫 줄은 이렇게 시작해요. "갈대 피리 소리를 들어 보라. 헤어짐을 이렇게 하소연하고 있으니."
갈대 피리는 원래 갈대밭에 뿌리내리고 있던 갈대를 잘라서 만들어요. 뿌리에서 뚝 끊겨 나왔기 때문에, 피리가 내는 그 구슬픈 소리는 사실 "나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라는 울음이라는 거예요.
루미는 사람도 똑같다고 봐요. 우리는 원래 어떤 큰 근원에서 왔는데, 지금은 거기서 떨어져 나와 살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하고, 무언가 그립다고요. 그 그리움의 정체가 바로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이고, 루미는 그걸 '사랑'이라고 불러요. 떨어진 둘이 다시 하나가 되는 것, 이게 그가 말하는 '합일'이에요.

마스나비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어요. 콩 한 알이 펄펄 끓는 냄비 속에서 뜨겁다고 펄쩍펄쩍 뛰며 "왜 나를 이렇게 괴롭히냐"고 소리쳐요. 그러자 요리사가 국자로 콩을 다시 눌러 담으며 말해요. "도망치지 마라. 이렇게 익어야 네가 맛있는 음식이 되고, 사람 몸의 일부가 되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않겠니."
루미는 우리가 겪는 힘든 일도 이 끓는 물 같다고 봐요. 당장은 괴롭지만, 그 과정을 지나야 더 큰 것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갈대 피리가 속이 텅 비워졌기 때문에 비로소 소리를 낼 수 있는 것처럼요. 비워지고 익는 아픔도 사랑의 한 모습이라는 거죠.

신이 어떻고 영혼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는 사실 무척 어려워요. 말로 똑 부러지게 설명하려 들면 오히려 더 멀어지기도 해요. 루미는 그걸 알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설명 대신 장면을 보여 줘요. 코끼리를 만진 사람들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루미는 이 이야기로 이렇게 말해요. 우리가 저마다 신을, 또는 세상의 진리를 안다고 하지만, 사실은 캄캄한 방에서 코끼리의 한 부분만 만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요. 부채니 기둥이니 우기며 싸우는 우리 모습이, 듣고 나면 조금 멋쩍어지지요. 어려운 말 한마디 없이, 이야기 하나로요.

마스나비는 지금도 여러 나라 말로 옮겨져 읽혀요. 800년 가까이 지난 페르시아 시인의 글이 왜 아직도 살아 있을까요.
아마 그가 다룬 것이 시대를 안 타는 마음이라서 그럴 거예요. 누구나 한 번쯤 이유 없이 허전하고, 어딘가 돌아가고 싶은 기분을 느껴요. 루미는 그 마음을 어려운 철학 용어가 아니라 갈대 피리, 끓는 콩, 코끼리 같은 일상의 그림으로 붙잡아 줬어요. 그래서 종교가 다르거나 배경지식이 없어도, 그 이야기가 마음에 턱 걸리는 거예요.

루미의 마스나비는 2만 5천 행짜리 큰 시지만, 그 안은 갈대 피리와 끓는 콩, 코끼리 같은 쉬운 이야기로 차 있어요. 핵심은 단순해요. 우리는 원래 있던 곳에서 떨어져 나와 그리워하고 있고, 그 그리움이 사랑이며,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 합일이라는 거죠. 어려운 진리일수록 똑똑한 설명보다 좋은 이야기 한 편이 더 멀리 데려다준다는 것, 루미가 800년 전에 이미 보여 준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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