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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피리 하나가 구슬프게 웁니다. 갈대 줄기를 잘라 만든 피리예요. 그런데 왜 우느냐고요? 800여 년 전 페르시아의 한 시인은 이렇게 말했어요. 갈대는 원래 강가의 갈대밭에 붙어 있었는데, 누군가 거기서 싹둑 잘라 냈기 때문에 운다고요. 고향에서 떨어져 나온 슬픔, 다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 피리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는 사실 그 그리움이 흘러나오는 소리라는 거예요.
이 시인의 이름은 루미예요. 그는 평생 단 하나의 마음만 노래했는데, 그 마음이 바로 이 갈대피리에 다 담겨 있어요. 떨어져 나온 무언가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 하나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요. 이 글은 그 이야기예요.
루미는 1207년부터 1273년까지 살았어요.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쪽에서 태어나, 지금의 튀르키예에 있는 코니아라는 도시에서 오래 살았지요. 페르시아 말로 시를 썼고, 원래는 사람들에게 종교를 가르치는 점잖은 학자이자 선생님이었어요.
그는 이슬람 안에서도 '수피'라고 부르는 흐름에 속해 있었어요. 수피가 뭐냐면, 어렵게 따지기보다 마음으로 신을 직접 느끼고 사랑하려는 사람들이에요. 규칙을 외우는 공부보다, 사랑에 빠지는 쪽을 택한 셈이죠. 루미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사람이 되어서, 80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시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혀요.
루미가 평생 말하고 싶었던 건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어요. 사람과 신은 원래 떨어진 둘이 아니라, 본래 하나였다는 거예요.
이걸 쉽게 그려 볼게요. 작은 컵에 바닷물을 한 컵 떠 놓았다고 해 봐요. 컵 안의 물은 '나는 컵 속의 물이야' 하고 자기를 따로 여기겠죠. 그런데 그 물을 다시 바다에 부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제는 어디까지가 컵의 물이고 어디부터가 바다인지 나눌 수가 없어요. 그냥 바다가 돼요.
루미에게 사람은 이 컵 속의 물 같은 존재예요. 잠깐 자기를 따로 떼어 놓고 '나'라고 부르지만, 원래는 신이라는 큰 바다에서 나왔다는 거죠. 그래서 다시 그 바다와 하나로 녹아드는 것, 그게 루미가 평생 노래한 '연인과 신의 합일'이에요.
신을 이야기하는 글이라면 보통 엄숙하고 무겁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루미의 시를 읽어 보면 좀 놀라워요. 신을 이야기하는데,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람처럼 써요. 보고 싶다고, 한순간도 떨어져 있기 싫다고, 너와 내가 하나였으면 좋겠다고요. 딱딱한 설교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사람의 편지 같아요.
왜 그랬을까요? 합일이라는 어려운 말을 머리로 설명하는 대신, 누구나 아는 가장 강한 마음에 빗대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을 때의 그 애타는 마음, 다시 만나 껴안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그대로 신에게 돌려놓으면 루미가 말한 사랑이 돼요. 그래서 그의 시는 800년 전 글인데도, 연애편지처럼 지금 우리 가슴에도 와닿아요.
점잖던 학자 루미가 어쩌다 이렇게 뜨거운 사랑의 시를 쓰게 됐을까요? 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에요.
루미가 서른일곱 살쯤 됐을 때, 샴스라는 떠돌이 수행자를 만나요. 둘은 만나자마자 밤낮없이 이야기를 나눴고, 루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어요. 강의실에 앉아 책을 가르치던 사람이, 사랑을 노래하는 시인이 된 거예요. 루미에게 샴스는 신의 사랑이 사람의 모습으로 비쳐 보이는 거울 같았어요.
그런데 샴스는 얼마 못 가 홀연히 사라져요. 루미는 그 이별의 아픔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은 시를 쏟아 냈어요. 잃어버린 친구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신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똑같다는 걸 깨달은 거예요. 갈대피리 이야기, 기억나죠? 떨어져서 우는 그 마음이요. 루미는 친구를 그리워하며 쓴 시집에 아예 샴스의 이름을 붙여 줄 정도였어요.
루미를 따르던 사람들은 특별한 춤을 췄어요. 한 손은 하늘로, 한 손은 땅으로 향한 채, 흰옷을 입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춤이에요. 지금도 튀르키예에 가면 이렇게 도는 사람들을 직접 볼 수 있어요.
왜 돌까요? 빙빙 돌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하는 생각이 잠잠해져요. '나'라는 컵의 테두리가 잠깐 흐려지는 거죠. 바로 그 순간 큰 바다와 하나 되는 느낌, 루미가 시로 말한 합일을 몸으로 겪어 보는 거예요. 어려운 교리를 외우는 대신, 어지러울 만큼 돌면서 사랑을 직접 느껴 본 셈이에요.
루미는 신을 멀리 있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떨어져 있어 애타게 그리운 연인처럼 노래한 시인이에요. 사람은 큰 바다에서 떠 온 한 컵의 물 같아서, 다시 그 바다로 돌아가 하나가 되고 싶어 한다고 봤지요. 갈대피리가 우는 까닭도, 친구 샴스를 잃은 슬픔도, 빙글빙글 도는 춤도 모두 그 하나의 마음을 가리켜요. 떨어진 것이 다시 하나로 녹아드는 사랑이요. 어쩌면 누군가를 몹시 그리워해 본 마음이, 루미가 말한 신을 향한 사랑과 그리 멀지 않은지도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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