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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장면 하나를 그려 볼게요. 800년쯤 전, 지금의 튀르키예 땅에 있는 코니아라는 도시예요. 여기 모두가 우러러보는 한 선생님이 있었어요. 이름은 루미. 이슬람 율법과 신학을 가르치는 교수였고, 따르는 제자가 수백 명이었대요. 설교를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옷차림도 말투도 흐트러짐이 없는 분이었죠.
그런데 1244년, 루미가 서른일곱 살이던 해에 한 떠돌이가 도시에 들어왔어요. 이름은 샴스. 정해진 집도, 재산도, 제자도 없이 이곳저곳을 떠도는 수도자였어요. 겉만 보면 루미와 정반대였죠. 한쪽은 도서관을 끼고 사는 학자, 한쪽은 길 위에서 사는 떠돌이였으니까요.
이 둘의 만남이 루미라는 사람을 통째로 바꿔 놓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샴스가 루미에게 짧은 질문 하나를 던졌다고 해요. 책으로 쌓은 지식과 가슴으로 직접 겪는 깨달음 중에 무엇이 더 크냐는 식의 물음이었죠. 루미는 그 한마디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대요.
그때까지 루미는 '아는 것'으로 살아온 사람이었어요. 책을 많이 읽고, 정답을 잘 설명하는 일 말이에요. 그런데 샴스는 그렇게 머리로 아는 것 말고, 직접 타오르듯 느끼는 무언가가 따로 있다고 말한 거예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평생 요리책을 외워서 남에게 가르치던 사람이, 어느 날 처음으로 직접 불 앞에 서서 음식을 만들어 본 거죠. 글자로만 알던 '맛'을 혀로 느낀 순간, 예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된 거예요.
루미는 제자도 강의도 다 제쳐 두고 샴스와 며칠씩 방에 틀어박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자들이 질투할 만큼요.
루미가 그 뒤로 평생 입에 달고 산 말이 '사랑'과 '하나 됨'이에요. 좀 이상하죠? 신학 교수가 갑자기 사랑 이야기라니요.
여기서 사랑은 두 사람의 연애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수피라고 부르는 이슬람 신비주의자들은, 사람과 신 사이의 거리를 '떨어져 있는 연인'에 빗댔어요. 우리가 누군가를 너무 그리워하면 그 사람 생각으로 가슴이 꽉 차잖아요. 그렇게 온 마음이 한곳으로 향하다 보면, 결국 '나'라는 벽이 얇아지고 그 대상과 하나가 된다는 거예요. 이걸 어려운 말로 '합일'이라고 해요.
루미에게 샴스는 그 사랑을 처음 가르쳐 준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루미는 신을 향한 그리움을, 차갑고 딱딱한 교리가 아니라 누구나 아는 '보고 싶은 마음'으로 풀어냈죠. 이게 그의 시가 80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읽히는 이유예요. 어려운 신학을 몰라도, 그리움이 뭔지는 다들 아니까요.
루미의 가장 유명한 시는 '갈대 피리' 이야기로 시작해요. 어렵지 않으니 같이 들어 볼게요.
갈대 피리는 원래 강가의 갈대밭에서 잘려 나온 거예요. 그래서 피리가 내는 구슬픈 소리는, 사실 자기가 떠나온 갈대밭을 그리워하며 우는 울음이라는 거죠.
루미는 우리 사람이 바로 그 피리라고 봤어요. 우리는 원래 있던 자리에서 떨어져 나와, 마음 한구석이 늘 허전하고 무언가를 그리워한다는 거예요. 그 그리움의 진짜 이름이 바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곧 신을 향한 사랑이라는 거죠.
피리 하나로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 이게 루미가 어려운 형이상학을 누구나 알아듣게 바꿔 놓은 재주예요.
행복한 시간은 길지 않았어요. 몇 년 뒤 샴스는 어느 날 갑자기 코니아에서 사라졌어요. 제자들에게 떠밀려 떠났다고도 하고, 누군가에게 해를 입었다고도 하는데,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루미는 그를 미친 듯이 찾아 헤맸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대요. 샴스를 바깥에서 찾을 게 아니라, 이미 자기 안에 들어와 있다는 걸요.
그 그리움이 시로 터져 나왔어요. 루미가 남긴 시집 하나는 아예 제목에 샴스의 이름이 들어가 있어요. 자기 시인데도 '샴스의 시집'이라고 부른 거죠. 또 다른 대작은 2만 5천 줄에 이르는 긴 시인데, 이슬람 세계에서 거의 경전 다음으로 사랑받았어요.
루미를 따르던 사람들은 빙글빙글 도는 춤으로 그 마음을 기렸어요. 한 손은 하늘로, 한 손은 땅으로 향한 채 제자리에서 도는 모습, 어디선가 본 적 있을 거예요. 그게 바로 루미의 후예들이에요.
루미는 원래 책으로 정답을 가르치던 점잖은 학자였어요. 그런데 1244년 떠돌이 샴스를 만나고,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타오르는 것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죠. 그 뒤로 그는 신을 향한 마음을 어려운 교리가 아니라 누구나 아는 '그리움'과 '사랑'으로 풀어냈어요. 갈대 피리가 고향을 그리워하듯, 사람도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한 번의 만남이 한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어려운 진리도 익숙한 말로 풀면 800년을 살아남는다는 걸, 루미가 보여 준 셈이에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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