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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하얀 치마처럼 넓게 퍼지는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어요.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면 그들은 제자리에서 천천히 돌기 시작해요. 한 손은 하늘을 향해 위로 펴고, 다른 한 손은 땅을 향해 아래로 내린 채로요. 그러고는 10분이고 15분이고, 어지러워하지도 않고 계속 돌아요. 옷자락은 동그랗게 부풀어 올라 마치 꽃이 핀 것 같고요.
처음 보면 그냥 신기한 춤 같지만, 사실 이건 700년 넘게 이어져 온 기도예요. 이름은 세마라고 해요. 그리고 이 춤의 뿌리에는 루미라는 한 시인이 있어요.
루미는 1207년에 태어나 1273년까지 살았던 사람이에요.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쪽에서 태어나, 가족과 함께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 지금의 튀르키예 콘야라는 도시에 자리를 잡았어요. 원래는 사람들에게 종교를 가르치던 점잖은 학자였대요.
그런데 서른일곱 살쯤 되었을 때, 샴스라는 떠돌이 수행자를 만나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요. 두 사람은 밤새 이야기를 나눌 만큼 깊이 통했어요. 루미는 그 만남 속에서 머리로만 알던 것이 가슴으로 쏟아져 나오는 경험을 했고, 그때부터 수천 편의 시를 짓는 시인이 되었어요. 사랑과 그리움의 언어로 신과 사람이 하나 되는 이야기를 풀어낸 거예요. 어려운 철학을 누구나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노래로 바꿔 놓은 셈이죠.
세마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뜻이 담겨 있어요. 도는 사람이 쓴 길쭉한 갈색 모자는 '내 욕심의 무덤'을 뜻해요. 몸에 두른 하얀 치마 같은 옷은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천을 닮았고요. 그러니까 춤을 추는 동안만큼은 욕심 많은 옛날의 나를 잠시 묻어 두는 거예요.
그리고 손 모양을 다시 볼까요. 오른손은 하늘을 향해 펴서 위에서 내려오는 좋은 기운을 받아요. 왼손은 땅을 향해 내려서 그 기운을 사람들에게 그대로 흘려보내고요. 자기가 가지려고 받는 게 아니라, 받은 걸 통째로 나눠 주는 통로가 되는 거예요. 도는 방향은 왼쪽, 그러니까 심장이 있는 쪽이에요.
빙글빙글 도는데 왜 안 쓰러지고 안 어지러울까요. 팽이를 생각하면 느낌이 와요. 팽이는 가만히 세워 두면 바로 넘어지지만, 빠르게 돌고 있을 때는 오히려 한자리에 똑바로 서 있잖아요. 빠르게 움직이는데도 가운데 축은 고요한 거예요.
세마도 똑같아요. 겉으로는 쉴 새 없이 빙빙 도는데, 도는 사람의 마음 한가운데는 점점 더 고요해진대요. 우리 둘레의 모든 것이 그렇게 돌고 있다는 점도 떠올려 보면 좋아요. 지구는 하루에 한 바퀴 자기 몸을 돌리고, 태양 둘레를 1년에 한 바퀴 돌아요. 도는 사람은 이 거대한 돌기에 자기 몸을 살짝 맞춰 보는 거예요. 나도 우주의 한 부분이라는 걸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거죠.
루미가 평생 하고 싶었던 말은 의외로 단순해요. 나와 너, 사람과 신, 나와 세상이 본래는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거예요. 우리가 서로 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건 '나'라는 껍데기에 갇혀 있기 때문이고, 그 껍데기를 녹이는 가장 큰 힘이 사랑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세마는 어려운 설명 없이도 그 생각을 몸으로 보여 줘요.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받은 것을 나누고, 돌고 도는 큰 흐름에 나를 맡기는 일. 글로 읽으면 아득한 이야기인데, 돌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어쩐지 그 마음이 전해져요. 루미가 굳이 춤을 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루미는 700여 년 전, 사랑으로 모든 것이 하나가 된다는 생각을 시로 노래한 사람이에요. 세마라는 회전하는 춤은 그 생각을 몸으로 옮긴 기도고요. 욕심의 무덤 같은 모자를 쓰고, 한 손으로 받아 한 손으로 나누며, 팽이처럼 빠르게 돌수록 마음 가운데는 고요해지는 춤. 다음에 빙글빙글 도는 그 하얀 옷자락을 보게 되면, 저 사람은 지금 우주와 박자를 맞추는 중이구나 하고 떠올려 보면 돼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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