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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옛날 일본에서 부처가 되는 길은 아무나 걷는 길이 아니었어요. 산속 절에 들어가 몇십 년 동안 어려운 경전을 외우고, 새벽부터 깊은 명상을 하고, 큰 절을 짓거나 불상을 모시는 데 재산을 보태야 했죠. 마치 비싼 등록금을 내고 오래 다녀야 졸업장을 주는 학교 같았어요. 글을 모르는 농부나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어부에게는 처음부터 닫혀 있는 문이었고요. 경전 한 권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데 그 수백 권을 외우고 어려운 명상까지 익히라니, 엄두가 안 났던 거죠. "깨달음은 우리 같은 사람 몫이 아니구나" 하고 다들 마음을 접던 때였어요. 그런데 한 승려가 나타나 전혀 다른 말을 했어요. 가진 게 없어도, 글을 몰라도 괜찮다고요.
그 승려가 호넨이에요. 1133년부터 1212년까지, 그러니까 여든 해 가까이 살았던 일본 사람이죠. 아홉 살 때 아버지가 한밤에 습격을 받고 세상을 떠났는데, 죽어 가던 아버지가 복수하지 말고 출가하라는 말을 남겼대요. 원수를 갚으면 그 원한이 또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거였죠. 그 말을 따라 호넨은 절에 들어갔고, 히에이산이라는 큰 절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어요. 워낙 똑똑해서 "지혜가 으뜸"이라는 별명까지 붙었고요.
그런데 수십 년을 공부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대요. 이렇게 어려운 길이라면, 머리 좋고 시간 많고 돈 있는 사람만 구원받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던 거죠. 절 안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자기조차 자신이 없는데, 글 모르는 보통 사람들은 대체 어쩌라는 건가 싶었던 거예요. 그 답답함이 호넨을 새 길로 떠밀었어요.
답은 뜻밖의 곳에서 왔어요. 1175년, 마흔을 넘긴 어느 해에 호넨은 선도라는 중국 옛 스님이 쓴 책을 읽다가 한 구절에 멈췄어요. 오직 아미타불의 이름을 한마음으로 부르기만 하면 된다는 내용이었죠. 어려운 수행을 산처럼 쌓아 올리는 게 아니라, 부처의 이름을 부르는 것 하나로 충분하다는 말이었어요. 평생 매달리던 공부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라, 보통 사람에겐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말이었죠.
하지만 호넨은 그 한 줄에 인생을 걸었어요. 오래 붙들던 어려운 길을 내려놓고, 산을 내려와 사람들에게 이 단순한 길을 알리기 시작했죠. 그렇게 생긴 새 갈래가 정토종이에요. 정토란 아미타불이 산다는 깨끗하고 좋은 세상, 흔히 극락이라 부르는 곳을 말해요.
호넨이 찾은 그 하나가 바로 전수염불이에요. 말이 어렵지, 뜻은 단순해요. '염불'은 부처의 이름을 부르는 거고, '전수'는 오직 그것만 한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전수염불은 "다른 어려운 수행은 다 내려놓고, 부처 이름 부르는 것 하나만 하기"인 셈이죠.
어떤 이름을 부르냐면 "나무아미타불" 여섯 글자예요. 아미타불이라는 부처에게 "당신께 저를 맡깁니다" 하고 건네는 인사 같은 말이죠. 왜 하필 이 이름이냐면, 아미타불이 부처가 되기 전에 약속을 하나 했다고 해요.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 내가 사는 극락으로 데려가겠다는 약속이었죠. 그 약속을 믿고 이름만 부르면 된다는 거예요.
여기서 한 가지는 짚고 가야 해요. 이름만 부르면 된다는 게, 마음 없이 입으로만 중얼거리면 그만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그 약속을 정말 믿고 맡기는 마음으로 부르는 게 핵심이죠. 다만 그 마음만 있으면 시험도, 등록금도, 자격 심사도 필요 없다는 거예요. 밭을 갈면서도 부를 수 있고, 그물을 당기면서도 부를 수 있죠. 마치 키 크고 힘센 사람만 오르던 높은 산 대신, 누구나 똑같이 밀고 들어가는 자동문 하나가 생긴 셈이에요. 호넨은 1198년에 이 생각을 정리한 책도 한 권 남겼는데, 제목을 풀면 '골라낸 약속, 그 염불을 모은 책'이라는 뜻이에요. 여러 수행 가운데 아미타불이 직접 골라 준 길이 바로 염불이라는 거였죠.
이 대목에서 오해가 하나 생기기 쉬워요. 전수염불이 "공부 같은 건 다 필요 없고 입으로 외우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들리거든요. 하지만 호넨의 뜻은 좀 달랐어요. 공부나 명상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것이 없으면 구원받지 못한다는 조건을 떼어 낸 거였죠. 할 수 있는 사람은 해도 좋지만, 못 하는 사람도 똑같이 닿을 수 있는 길을 하나 열어 둔 거예요. 비유하자면, 계단을 못 오르는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단 것과 비슷해요. 계단을 없앤 게 아니라, 오르지 못해 막히는 사람이 없게 만든 거죠. 그래서 호넨의 가르침은 잘난 사람을 끌어내린 게 아니라, 바닥에 있던 사람을 끌어올린 쪽에 가까웠어요.
당시 사람들은 자기 시대를 '말법'이라 불렀어요. 부처의 가르침이 흐려져서, 옛날처럼 스스로 깨닫기는 거의 불가능해진 시대라는 뜻이에요. 비유하자면 길은 분명히 있는데 안개가 너무 짙어 혼자 힘으로는 도무지 끝까지 갈 수 없는 상황이죠. 그런 시대에 "어려운 수행 말고 이름만 부르라"는 말은, 깨달음을 소수의 전유물에서 모두의 것으로 바꿔 놓은 셈이었어요.
그래서 가난한 사람, 글 모르는 사람, 심지어 죄지은 사람까지 호넨에게 몰려들었어요. 반대로 기존의 큰 절들은 불안해졌고요. 어렵게 쌓아 온 권위가 흔들렸으니까요. 결국 호넨은 일흔다섯이던 1207년에 멀리 귀양을 가는 처지가 되기도 했어요. 그래도 그가 연 길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제자였던 신란에게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일본 불교의 큰 흐름으로 남았죠.
호넨의 전수염불은 한마디로 "복잡한 조건을 다 빼고, 아미타불 이름 하나만 믿고 부르면 된다"는 가르침이에요. 어려운 공부와 재산이 있어야 구원받던 세상에서, 누구에게나 똑같이 열린 문을 낸 셈이죠. 그래서 그를 떠올릴 때 기억할 한 가지는 이거예요. 호넨이 한 일은 새로운 부처를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있던 구원을 보통 사람도 손 닿는 자리까지 끌어내린 거였다는 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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