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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무언가를 이루고 싶을 때 우리가 듣는 말은 거의 똑같아요. 더 노력해라, 더 참아라, 한 번 더 해 봐라. 종교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나 구원도 보통은 그렇게 그려져요. 오래 앉아 명상하고, 욕심을 줄이고, 어려운 계율을 지키면서 한 걸음씩 위로 올라가는 그림이죠.
그런데 지금부터 800년쯤 전, 일본에 살던 신란(1173년부터 1263년까지)이라는 스님은 거의 정반대 이야기를 했어요. 네 힘으로 올라가려 애쓰지 말라고요. 그 애쓰기를 내려놓는 자리에서 오히려 구원이 시작된다고 했어요. 이 뒤집힌 생각의 이름이 바로 타력본원이에요. 처음 들으면 게으른 소리 같지만, 끝까지 따라가 보면 묘하게 마음이 놓이는 가르침이에요.
넓은 강 하나가 앞에 있다고 생각해 볼게요. 건너편으로 가야 하는데 강은 깊고 물살은 셉니다. 한 가지 방법은 내가 직접 헤엄치는 거예요. 팔이 빠지게 저어야 하고, 잘못하면 중간에 가라앉을 수도 있어요. 이렇게 내 힘으로 끝까지 해내려는 것을 불교에서는 자력이라고 불러요.
또 한 가지 방법이 있어요. 마침 그 강에 큰 배가 다니고 있다면, 나는 그냥 그 배에 올라타면 돼요. 헤엄 실력이 형편없어도, 다리에 힘이 없어도 배가 나를 건네줍니다. 내가 아니라 다른 힘이 나를 옮겨 주는 것, 이것이 타력이에요. 신란은 깨달음이라는 강은 보통 사람이 헤엄쳐 건너기엔 너무 넓고 거칠다고 봤어요. 평생 수행해도 닿기 어려운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거죠. 그래서 헤엄 대신 배를 권한 거예요.
여기서 한 가지가 궁금해져요. 그 배는 도대체 누가 마련해 둔 걸까요. 신란의 답은 아미타불이라는 부처예요.
아미타불은 부처가 되기 전, 아주 오래전에 한 가지 약속을 했다고 전해져요. 내가 부처가 된다면, 나를 진심으로 의지하며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누구든 반드시 좋은 세상으로 데려가겠다는 약속이었어요. 이 큰 약속을 본원이라고 불러요. 본래 세워 둔 바람이라는 뜻이에요. 조건이 거의 없다는 점이 핵심이에요. 똑똑한 사람만, 부지런한 사람만 같은 단서가 붙지 않아요.
그러니까 타력본원은 사실 어려운 말이 아니에요. 내가 짜낸 힘이 아니라(타력), 아미타불이 미리 세워 둔 그 약속(본원)에 나를 통째로 맡긴다는 뜻이에요. 배는 이미 떠 있고, 약속은 이미 되어 있어요. 나는 올라타기만 하면 돼요.
그럼 배에 올라타는 행동은 구체적으로 뭘까요. 놀랄 만큼 간단해요. 나무아미타불, 이 한마디를 부르는 거예요. 이것을 염불이라고 해요.
나무아미타불은 아미타 부처님께 저를 맡깁니다 정도의 뜻이에요. 어려운 경전을 외울 필요도, 산속에서 몇 년을 버틸 필요도 없어요. 글을 모르는 농부도, 하루 종일 일하느라 지친 사람도 입으로 부를 수 있어요. 신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요. 이 부름조차도 내 잘난 힘으로 짜낸 게 아니라, 아미타불이 그렇게 부르고 싶은 마음을 먼저 일으켜 준 거라고 봤어요. 그러니 잘 불렀다고 으스댈 것도, 못 불렀다고 주눅 들 것도 없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내 공이 아니라는 거죠.
신란의 말 중에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대목이 있어요. 착한 사람도 좋은 세상에 가는데, 하물며 못난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다는 말이에요. 보통은 거꾸로 말하잖아요. 착한 사람이 먼저 구원받는다고요.
신란의 생각은 이래요. 자기가 착하다고 믿는 사람은 어딘가 내 힘으로 됐다는 마음이 남아 있어요. 배가 옆에 와도, 나는 헤엄칠 수 있다며 손을 안 잡죠. 반대로 나는 못났고 도저히 안 된다고 느끼는 사람은, 오히려 그 배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그 절박한 사람이야말로 아미타불의 약속이 진짜로 향한 대상이라는 거예요. 잘난 사람을 위로 끌어올리는 가르침이 아니라, 바닥에 있는 약한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가르침, 이것이 수많은 보통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어요.
신란은 멋있는 말만 하고 산속에 숨은 사람이 아니었어요. 그는 스승 호넨에게 이 가르침을 배웠고, 염불을 퍼뜨리다 한때 먼 곳으로 유배까지 당했어요. 그리고 스님이면서도 결혼해 아이를 낳고, 보통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았어요. 출가자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당시 상식을 정면으로 깬 일이었죠.
그건 일부러 튀려는 행동이라기보다, 나도 평범한 사람과 똑같이 약하고 못난 존재라는 고백에 가까웠어요. 스스로 못났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가르친 셈이니, 말과 삶이 따로 놀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그의 가르침에서 시작된 정토진종은 특별한 사람들의 종교가 아니라, 시장통에서 일하는 보통 사람들의 종교가 되었어요. 지금도 일본에서 신자가 가장 많은 불교 갈래 가운데 하나예요.
타력본원은 결국 한 문장으로 줄일 수 있어요. 내 힘으로 강을 건너려 애쓰지 말고, 아미타불이 미리 띄워 둔 배에 올라타라는 거예요. 자력이 헤엄이라면 타력은 배이고, 그 배를 띄운 약속이 본원이며, 올라타는 방법이 나무아미타불 한마디예요.
이 가르침이 800년 넘게 사랑받은 이유는, 잘난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못났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에요. 신란이 우리에게 남긴 건 더 노력하라는 채찍이 아니라, 힘을 빼도 괜찮다는 한 번의 깊은 안심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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