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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08년, 인도의 한 남자가 영국 식민지 법정에서 6년 형을 받고 머나먼 미얀마(당시 버마)의 만달레이 감옥에 갇혔어요. 이름은 발 강가다르 틸라크. 인도 독립운동의 앞줄에 섰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는 감옥에서 좌절하는 대신, 종이와 펜을 달라고 해서 두꺼운 책 한 권을 써 내려갔어요. 그게 바로 기타라하스야예요. 풀어 보면 기타의 비밀이라는 뜻이죠.
기타라하스야는 인도에서 2천 년 넘게 읽혀 온 짧은 경전, 바가바드기타를 풀이한 책이에요. 그런데 틸라크의 풀이는 그 전 사람들과 결이 많이 달랐어요. 무엇이 그렇게 달랐을까요?
바가바드기타는 전쟁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예요. 아르주나라는 전사가 싸움을 앞두고 친척과 스승에게 칼을 겨눌 수 없다며 주저앉자, 크리슈나라는 신이 그를 다독이며 긴 가르침을 들려줘요.
오랫동안 많은 학자들은 이 가르침의 핵심을 이렇게 읽었어요. 세상일은 다 헛되니,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내려놓고 신께 모든 걸 맡기라고요. 세상에서 한 발 물러나 명상하고 기도하는 삶, 욕망을 끊고 마음의 자유를 구하는 길을 가장 높이 친 거예요. 행동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것으로 봤고요.
비유하자면, 시험을 앞둔 학생에게 결과에 너무 매달리지 말라고 다독여 주다가, 사실 공부 자체가 부질없으니 다 내려놓고 마음의 평화나 찾으라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셈이에요. 틸라크는 바로 이 결론이 영 마음에 걸렸어요.
틸라크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따져 읽었어요. 그리고 이렇게 말했죠. 기타는 물러나라는 책이 아니라고요. 오히려 싸우라고, 네가 할 일을 하라고 말하는 책이라고요.
생각해 보면 기타의 장면 자체가 그래요. 크리슈나는 주저앉은 아르주나에게 그러니 너도 전쟁을 그만두고 숲으로 들어가 명상하라고 말하지 않아요. 오히려 일어나서 네 의무인 싸움을 하라고 말해요. 가르침의 마지막에 아르주나는 결국 활을 다시 들고 일어서고요.
틸라크는 이 점을 붙잡았어요. 기타가 진짜로 말하는 건 세상을 등지는 게 아니라, 세상 한복판에서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라고요. 이 행동의 길을 산스크리트어로 카르마 요가라고 불러요. 요가라고 하면 흔히 몸을 늘이는 운동을 떠올리지만, 여기서 요가는 삶을 다루는 방법 정도의 뜻이에요. 카르마는 행동이고요. 그러니 카르마 요가는 행동으로 닦는 길인 셈이죠.
그럼 그냥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걸까요? 틸라크가 강조한 핵심은 조금 더 섬세해요. 그는 기타의 한 구절을 특히 중요하게 봤어요. 행동할 권리는 너에게 있지만, 그 열매에 대한 권리는 없다는 구절이에요.
말이 어렵게 들리지만 장면으로 그려 보면 쉬워요. 농부가 밭에 씨를 뿌리고 물을 줘요. 하지만 비가 올지, 얼마나 거둘지는 농부의 손을 떠난 일이에요. 그렇다고 어차피 결과는 모르니 농사 짓지 말자고 하면 굶게 돼요. 반대로 거둘 양에만 마음을 졸이면 매일 불안에 시달리고요.
기타가, 그리고 틸라크가 말한 길은 그 사이에 있어요. 할 일은 정성껏 다 하되, 그 결과에는 마음을 묶어 두지 않는 거예요. 이걸 산스크리트어로 니슈카마 카르마, 결과를 바라지 않는 행동이라고 해요. 일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만, 잘 안 됐다고 무너지지도, 잘 됐다고 우쭐하지도 않는 마음가짐이죠. 손은 바쁘게 움직이되 마음은 고요한 상태라고 할까요.
틸라크는 책상 앞에만 앉은 학자가 아니라 식민지에서 독립을 외치던 활동가였어요. 당시 인도에는 세상일은 다 부질없으니 참고 기도나 하자는 분위기가 한쪽에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마음으로는 나라의 현실을 바꿀 수 없었죠.
그래서 틸라크에게 기타는 행동하라는 책이라는 해석은 단순한 학설이 아니었어요. 사람들에게 주저앉지 말고 일어나 네 할 일을 하라고 말해 주는 힘이었어요. 오래된 경전 속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아니라 움직이라는 말을 끌어낸 거예요. 그래서 기타라하스야는 종교책이면서 동시에 그 시대 사람들의 등을 떠미는 책이기도 했어요.
발 강가다르 틸라크의 기타라하스야는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래요. 바가바드기타는 세상을 등지라는 책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할 일을 하라는 책이라는 것이죠. 단 결과에 마음을 매달지 말고, 정성은 다하되 욕심은 내려놓고 행동하라는 거예요. 이것이 그가 강조한 카르마 요가, 곧 행동의 철학이에요. 다음에 어떤 결과가 두려워 시작을 망설일 때, 씨 뿌리는 농부와 만달레이 감옥에서 펜을 든 틸라크를 함께 떠올려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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