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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밤길에 바스락 소리가 나면 등골이 서늘해지죠. 옛날 사람들도 똑같았어요. 특히 지금으로부터 약 2천 년 전 중국에서는 거의 모두가, 죽은 사람은 귀신이 되어 떠돌고 그 귀신이 산 사람에게 복이나 화를 준다고 믿었어요. 병에 걸리거나 흉년이 들면 "귀신이 노했다"며 제사를 지냈고요. 귀신은 의심할 거리도 아닌, 그냥 당연한 사실이었어요.
그런데 바로 그 시대에 "귀신 같은 건 없어요"라고 또박또박 말한 사람이 있었어요. 후한 시대의 학자 왕충이에요. 서기 27년에 태어나 100년 무렵에 세상을 떠난 사람인데, 가난해서 책 살 돈이 없자 시장 책방에 서서 책을 읽었다고 해요. 그렇게 평생 모은 생각을 논형이라는 책 여든다섯 편에 담았어요. 논형은 '저울로 단다'는 뜻이에요. 사람들이 당연하게 떠드는 말들을 저울에 올려 진짜 무게를 재보겠다는 거죠.
왕충의 생각은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해요. 촛불을 후 불어 끄면 그 불꽃은 어디로 갈까요? 어디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사라지죠. 초가 있어야 불꽃도 있는 거예요.
왕충은 사람의 정신도 이와 같다고 봤어요. 그가 보기에 사람은 '기'라는 기운으로 이루어져요. 살아서 몸이 멀쩡할 때라야 그 기운이 모여 생각하고 느낄 수 있어요. 초가 불꽃을 받쳐 주듯이요. 실제로 우리가 깊이 잠들면 아무것도 모르고, 많이 아프면 정신이 흐려지죠. 기운이 약해지면 마음도 흐려진다는 증거예요. 그러니 몸이 완전히 죽어 기운이 흩어지면, 정신도 촛불처럼 그냥 꺼져요.
왕충은 한마디 덧붙여요. 죽은 뒤는 사실 태어나기 전과 똑같다고요.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어디서 무서워하거나 떠돌았나요? 아무 데도 없었죠. 죽은 뒤도 그 자리로 돌아갈 뿐이에요. 그러니 몸 없이 떠도는 귀신은, 초 없이 혼자 타는 불꽃처럼 있을 수 없다는 거죠.
왕충은 한 걸음 더 나가요. 만약 죽은 사람이 모두 귀신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은 아주 오래전부터 셀 수 없이 많이 죽었어요. 그 귀신이 하나도 안 사라지고 다 남아 있다면, 지금 길에는 산 사람보다 귀신이 비교도 안 되게 많아서, 명절 시장통보다 더 빽빽하게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다녀야 할 거예요. 방 한 칸에도 수십 명씩 들어차 있어야 하고요.
그런데 그런 일은 없죠. 귀신을 봤다는 사람은 어쩌다 한둘이에요. 왕충은 그것도 대개 아파서 헛것을 보거나, 무서운 마음이 만들어 낸 거라고 설명해요. 너무 무서우면 멀쩡한 옷걸이도 사람으로 보이잖아요. 진짜 귀신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게 아니라요.
사실 왕충이 정말 맞서고 싶었던 상대는 귀신보다 더 큰 생각이었어요. 당시 사람들은 하늘이 사람처럼 뜻을 품고 세상을 움직인다고 믿었어요. 임금이 잘못하면 하늘이 벌로 가뭄이나 지진을 내리고, 농사지으라고 일부러 비를 내려 준다는 식이죠.
왕충은 고개를 저어요. 비는 우리를 위해 내리는 게 아니라, 구름이 차면 그냥 내리는 거예요. 누가 농사를 걱정해서 내려 주는 게 아니고요. 그는 사람을 옷 주름 사이에 사는 작은 벌레에 빗댔어요. 벌레가 "이 옷은 나를 위해 만들어졌어"라고 믿는다면 우습잖아요.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온 세상이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건 착각이라는 거예요. 자연은 누구의 뜻도 없이 그냥 저절로 흘러갈 뿐이고요.
신기한 건 왕충이 이 모든 걸 거의 2천 년 전에, 거의 혼자서 생각해 냈다는 점이에요. 현미경도 과학책도 없던 시절에요. 그는 "다들 그렇게 믿으니까"를 이유로 삼지 않았어요. 대신 눈에 보이는 것과 앞뒤가 맞는지를 따졌죠. 촛불을 들여다보고, 죽은 사람 수를 헤아려 보면서요.
물론 왕충이 모든 걸 맞힌 건 아니에요. 그도 지금 보면 틀린 생각을 적잖이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남들이 믿는다고 나도 믿지는 않겠다, 증거로 따져 보겠다"는 그 태도만큼은, 오늘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마음가짐과 꼭 닮았어요. 그래서 왕충은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되는 거예요.
왕충은 사람의 정신을 꺼진 촛불에 빗대, 몸이 사라지면 정신도 사라지니 떠도는 귀신은 없다고 봤어요. 귀신이 정말 있다면 거리가 미어터졌을 거라는 점도 짚었고요. 더 나아가 하늘이 사람을 위해 움직인다는 믿음도, 옷 주름 속 벌레의 착각 같은 거라고 했어요. 무엇을 믿을지 남의 말이 아니라 증거로 저울질하려 한 사람, 그게 바로 왕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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