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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지금으로부터 2300년쯤 전, 진나라 수도 저잣거리에 누군가 사람 키 두세 배만 한 나무 기둥을 세웠어요. 그리고 옆에 글을 붙였죠. "이 기둥을 남쪽에서 북쪽 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큰 상금을 주겠다."
사람들은 그냥 웃었어요. 기둥 하나 옮기는 게 뭐 어렵다고 그런 큰돈을 줘? 분명 무슨 함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아무도 손대지 않았어요. 상금을 더 크게 올리자, 그제야 한 사람이 "밑져야 본전이지" 하며 기둥을 옮겼어요. 그러자 약속한 상금이 정말로 그 사람 손에 쥐어졌습니다.
이 좀 이상한 쇼를 벌인 사람이 바로 상앙이에요. 그는 곧 나라 전체를 바꿀 새 법을 내놓을 참이었어요. 법을 펴기 전에, 나라가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걸 눈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거예요. 약속을 믿어야 법도 따를 테니까요.

상앙은 기원전 390년 무렵, 위나라라는 작은 나라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똑똑했지만 위나라에서는 그를 크게 쓰지 않았죠. 그래서 그는 짐을 싸서 서쪽 진나라로 갔어요.
그 시절은 여러 나라가 서로 잡아먹으려고 끊임없이 싸우던 때였어요. 오늘 이웃 나라였다가 내일 쳐들어오는 식이었죠. 이런 세상에서 약한 나라는 그냥 사라졌어요. 마침 진나라는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 좀 촌스럽고 약한 나라 취급을 받고 있었고, 진나라의 젊은 임금 효공은 나라를 강하게 만들 사람을 애타게 찾고 있었어요. 둘은 만나자마자 통했고, 임금은 상앙에게 나라를 통째로 뜯어고칠 권한을 줬습니다.

상앙의 생각은 놀랄 만큼 단순했어요. "나라가 살아남으려면 두 가지만 있으면 된다. 먹을 것과 싸울 힘. 그러니 백성은 농사를 짓거나 전쟁에 나가거나, 둘 중 하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
이걸 농전이라고 불러요. 농사 농, 전쟁 전. 학교로 치면 수많은 과목 중에 딱 두 과목만 점수로 매기겠다고 선언한 셈이에요. 나머지는 다 부차적인 일로 밀어버린 거죠.
그래서 농사를 잘 지어 곡식을 많이 바치는 사람은 힘든 부역을 면제받았어요. 반대로 장사를 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은 벌을 받았고요. 전쟁에서도 똑같았어요. 적의 목을 하나 베면 벼슬이 한 칸 올라갔어요. 신분이 아무리 낮아도 전공만 세우면 위로 올라갈 수 있었죠. 거꾸로 귀족이라도 전쟁에서 공을 세우지 못하면 누리던 특권을 잃었어요.
사람들의 모든 힘을 농사와 전쟁, 이 두 갈래로만 흐르게 모은 거예요. 마치 여기저기로 새던 물을 막아 한 줄기로 모으면 물살이 세지는 것처럼요.

상앙은 백성을 다섯 집, 열 집씩 한 묶음으로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누가 죄를 지으면 나머지 집들이 반드시 신고하게 했죠. 신고하지 않고 숨겨주면 어떻게 됐을까요? 묶인 집들이 다 같이 벌을 받았어요. 한 반에서 한 명이 잘못했는데, 못 본 척한 짝꿍까지 같이 혼나는 셈이에요. 무섭지만 이렇게 하니 법이 나라 구석구석까지 빠르게 퍼졌어요.

상앙의 법은 무서울 만큼 공평했어요. 신분이 높든 낮든 똑같이 적용했거든요. 한번은 다음 임금이 될 태자가 법을 어겼어요. 태자를 직접 벌할 수는 없으니, 상앙은 태자를 가르치던 스승들에게 대신 무거운 벌을 내렸어요.
이건 그 시대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원래 법이란 힘없는 백성에게만 무겁고, 높은 사람은 슬쩍 비켜가는 거였으니까요. 상앙은 그 틈을 없앴어요. 덕분에 진나라는 빠르게 강해졌지만, 상앙은 그만큼 많은 사람의 미움을 샀습니다. 특히 그에게 망신을 당한 태자가요.

기원전 338년, 상앙을 끝까지 믿어주던 효공이 세상을 떠났어요. 그리고 그 태자가 새 임금이 되었죠. 상앙은 위험을 느끼고 도망쳤어요.
도망치던 그는 밤에 한 여관에 묵으려 했어요. 그런데 여관 주인이 거절했어요. "신분을 증명할 증서가 없는 사람을 재워주면, 그 주인까지 벌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이 법, 바로 상앙 자신이 만든 법이었어요. 그는 탄식했대요. "내가 만든 법의 폐단이 결국 나한테까지 오는구나."
상앙은 끝내 붙잡혀 죽임을 당했어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가 죽은 뒤에도 그가 만든 법과 제도는 그대로 남았어요. 너무 잘 작동했기 때문에, 그를 미워하던 새 임금조차 그걸 버릴 수 없었던 거예요.

상앙이 다져놓은 진나라는 점점 더 강해졌어요. 그리고 그가 죽고 100년이 좀 더 지난 기원전 221년, 진나라는 마침내 다른 모든 나라를 무너뜨리고 중국을 처음으로 하나로 통일했어요. 그 유명한 진시황의 나라가 바로 이 진나라예요.
상앙의 방식은 분명 효과가 있었어요. 하지만 대가도 있었죠. 농사와 전쟁만 남기고 나머지를 다 지운다는 건,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른 수많은 방식을 함께 지운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강한 나라를 얻은 대신, 사람들의 삶은 딱딱하고 빡빡해졌어요.

상앙은 "법가"라는 생각을 진나라에서 실제로 밀어붙인 사람이에요. 그의 답은 단순했어요. 나라를 강하게 하려면 백성의 힘을 농사와 전쟁, 두 갈래로만 모으고, 그 규칙을 임금의 아들에게까지 똑같이 적용하라는 것이었죠. 그 방식은 진나라를 천하의 주인으로 만들 만큼 강력했지만, 정작 그 자신은 자기가 만든 법에 걸려 목숨을 잃었어요. 단순한 규칙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힘이 사람을 얼마나 옥죌 수 있는지, 상앙은 자기 삶으로 둘 다 보여준 사람이에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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