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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학교 다닐 때 이런 일 한 번쯤 겪어 봤을 거예요. 우리 모둠에서 한 명이 숙제를 안 해 왔는데, 선생님이 그 친구만 혼내는 게 아니라 모둠 전체를 교실에 남긴 거죠. "너희가 서로 챙겼어야지" 하면서요. 좀 억울해요.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옆 사람 때문에 나까지 벌을 받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2300년쯤 전, 중국에 이걸 교실이 아니라 나라 전체에 진짜 법으로 만든 사람이 있었어요. 옆집 사람이 도둑질을 했는데 내가 신고하지 않으면, 나도 똑같이 무거운 벌을 받는 법이요. 그 사람 이름이 상앙이에요.

상앙은 기원전 4세기, 진나라라는 나라에서 일한 정치가예요. 진나라는 그때만 해도 중국 서쪽 변두리의 힘없는 나라였어요. 상앙은 '법가'라는 생각을 따랐는데, 쉽게 말하면 "사람의 착한 마음에 기대지 말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분명한 법으로 나라를 굴리자"는 입장이에요.
그때는 임금이나 귀족이 마음대로 벌을 주고 상을 주던 시대였어요. 상앙은 그걸 못 미더워했어요. 사람 마음은 그때그때 변하지만, 글로 적힌 법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이런 상앙을 믿어 준 사람이 진나라 임금 효공이었어요. 효공은 그에게 나라를 통째로 뜯어고칠 권한을 줬고, 상앙은 그 힘으로 아주 촘촘한 제도들을 만들었어요. 그중 핵심이 바로 '십오제도'와 '연좌제'였죠.

먼저 십오제도부터 볼게요. 이름이 어렵게 들리지만 사실 단순해요. '오'는 다섯, '십'은 열이라는 뜻이에요. 백성들의 집을 다섯 집씩, 또 열 집씩 하나의 묶음으로 엮은 거예요.
오늘날로 치면 같은 아파트 라인 사람들을 묶어서 하나의 '조'로 만든 셈이에요. 그런데 이 조는 그냥 반상회 같은 친목 모임이 아니었어요. 같은 조 안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책임져야 했어요. 누가 이사를 가도, 누가 밤에 무슨 일을 해도 조원들이 다 알고 있어야 했죠. 나라가 백성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감시하기는 어려우니까, 대신 이웃끼리 서로 지켜보게 만든 거예요. 백성 스스로가 나라의 눈이 되게 한 셈이죠.

여기에 '연좌제'가 붙어요. 연좌란 한 사람이 지은 죄에 다른 사람이 함께 엮여서 벌을 받는다는 뜻이에요.
규칙은 무섭도록 간단했어요. 같은 묶음 안에서 누가 죄를 지었는데 다른 사람이 그걸 신고하면, 신고한 사람은 전쟁터에서 적의 목을 벤 것만큼 큰 상을 받았어요. 반대로 죄지은 사람을 숨겨 주거나 모른 척하면, 적에게 항복한 사람만큼 무거운 벌을 받았고요. 심하면 허리를 잘리는 형벌까지 있었어요.
그러니 사람들은 옆집을 늘 살필 수밖에 없었어요. 신고하면 큰 상을 받고, 안 하면 내 목숨이 위험하니까요. 무서운 방식이지만, 나라 곳곳에 보이지 않는 눈을 수없이 심어 놓은 것과 같았어요. 도둑이 마음 놓고 숨을 곳이 사라진 거예요.

상앙이 이렇게 매정한 법을 만든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어요. 그때 진나라가 살아남으려면, 또 다른 나라들을 이기려면 강해져야 했거든요.
백성이 서로 감시하니 도둑질이나 반란이 줄었어요. 함부로 다른 데로 도망가기도 어려워졌고요. 누가 어디 사는지 나라가 훤히 알게 되니, 세금을 걷고 군대에 보낼 사람을 뽑는 일도 한결 쉬워졌어요. 흩어져 있던 백성의 힘이 임금에게로 쫙 모인 거예요. 그 결과 진나라는 백 년이 더 지난 뒤, 중국 전체를 처음으로 통일하는 가장 강한 나라가 됩니다. 그 단단한 바탕에 상앙이 깔아 놓은 제도가 있었어요.

이야기의 끝이 좀 얄궂어요. 상앙을 지켜 주던 효공이 죽자, 그동안 그를 미워하던 사람들이 들고일어났어요. 쫓기는 신세가 된 상앙은 도망치다가 하룻밤 묵을 여관을 찾았는데, 여관 주인이 받아 주지 않았어요. "증명서 없는 손님을 재워 주면 우리도 같이 벌받는다"면서요. 그런 법을 만든 사람이 바로 상앙 자신이었죠.
결국 상앙은 붙잡혀 죽임을 당했어요. 자기가 촘촘하게 짜 놓은 그물에 자기 발이 걸린 셈이에요.

상앙의 십오제도는 백성들을 다섯 집, 열 집씩 묶은 제도이고, 연좌제는 그 묶음 안에서 한 사람의 죄에 모두가 함께 책임지게 한 법이에요. 둘을 합치면, 백성들이 서로 감시하게 만들어 흩어진 힘을 임금에게 끌어모으는 장치였죠. 덕분에 진나라는 강해졌지만, 그 차갑고 빈틈없는 법은 만든 사람마저 끝내 놓아주지 않았어요. 강한 나라를 만든 힘과 사람을 옥죄는 무서움이 사실은 같은 동전의 양면이었다는 점, 이게 상앙을 기억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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