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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여기 두 사람이 다투고 있다고 해볼게요. 한 사람은 마음이니 영혼이니, 눈에 안 보이는 커다란 것들만 이야기해요. 다른 한 사람은 빵값, 일자리, 누가 일하고 누가 그 몫을 가져가는지만 이야기하고요. 둘은 서로 "넌 뜬구름만 잡는다", "넌 돈 얘기밖에 모른다" 하면서 등을 돌려요. 그런데 100년쯤 전 일본에, 이 둘을 억지로라도 한 책상에 앉히고 싶어 한 철학자가 있었어요. 이름은 미키 기요시, 1897년에 태어나 1945년에 마흔여덟 나이로 세상을 떠난 사람이에요.

먼저 첫 번째 사람부터 볼게요. 미키의 스승은 니시다 기타로라는 분이었어요. 니시다와 그 제자들이 교토 대학에 모여 이룬 무리를 교토학파라고 불러요. 이 사람들은 아주 큰 질문을 좋아했어요. "있다는 건 도대체 뭘까", "아무것도 없음(無)이란 뭘까" 같은 거요. 그것도 동양의 불교, 특히 선(禪)의 생각과 서양 철학을 한데 버무려서 물었어요. 쉽게 말하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마음과 존재를 캐묻는 철학이었어요. 깊고 멋지지만, 가끔은 발이 땅에 안 닿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죠.
다른 한 사람은 독일에서 살았던 카를 마르크스예요. 미키보다 한참 앞선 사람인데, 그는 정반대 방향을 봤어요. 사람의 고상한 생각보다 먼저 먹고사는 일을 봤거든요. 누가 공장에서 땀 흘려 일하고, 누가 그 이익을 챙기는지, 돈과 물건이 사회를 어떻게 굴러가게 하는지요. 마르크스는 이렇게 봤어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는, 그 사람이 어떤 처지에서 사느냐가 정한다." 하늘이 아니라 철저히 땅바닥을 들여다보는 눈이었던 거예요.

미키는 둘 중 하나를 버리기가 싫었어요. 그는 스물다섯 무렵인 1922년에 독일로 유학을 가서 하이데거 같은 큰 철학자에게 배웠고, 프랑스에서는 파스칼을 깊이 읽었어요. 일본에 돌아온 뒤 서른 무렵엔 마르크스에 푹 빠졌고요. 그가 1928년에 쓴 글들은 어려운 마르크스 사상을 일본 학자들이 진지하게 다루게 만들 만큼 큰 울림을 줬어요. 그러면서 그는 이런 고민을 했어요. "마음을 묻는 교토학파의 깊이도 옳고, 먹고사는 일을 보는 마르크스의 현실도 옳은데, 왜 둘은 서로 따로 놀까?" 미키는 이 둘을 잇고 싶었어요.

미키가 찾아낸 다리는 '구상력'이라는 말이었어요. 어려워 보이지만 장면으로 그리면 쉬워요. 머릿속에 나무 위 오두막 하나가 떠올랐다고 해봐요. 그 떠오른 그림이 진짜 망치질과 못과 나무판이 되어 마당에 떡하니 세워질 때까지, 그 사이를 이어 주는 힘이 바로 구상력이에요. 머리(생각)와 손(현실)을 잇는 상상의 힘인 셈이죠.
미키는 이렇게 봤어요. 사람은 머리로만 살지도, 몸으로만 살지도 않아요.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정도 마찬가지고요. 머릿속 생각(교토학파가 본 것)과 먹고사는 현실(마르크스가 본 것)은 바로 이 구상력을 통해 서로 만나 모양을 갖춰요. 옛이야기나 신화도 그래요. 그냥 헛소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과 현실이 만나 빚어낸 하나의 '모양'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미키는 이 생각을 '구상력의 논리'라는 책으로 펴내려 했어요. 안타깝게도 끝내 다 쓰지 못한 채로요.

왜 다 못 썼을까요. 미키가 살던 시절 일본은 전쟁으로 치닫고 있었고, 정부와 다른 생각을 품으면 잡혀가던 무서운 때였어요. 미키는 쫓기던 친구를 도왔다는 이유로 1945년에 감옥에 갇혀요. 그리고 그해 8월에 전쟁이 끝났는데도 풀려나지 못하고, 한 달 남짓 지난 9월에 마흔여덟 나이로 감옥 안에서 숨을 거둬요. 두 세계를 잇는 다리를 미처 다 놓기도 전에요.

미키 기요시는 하늘만 올려다보던 교토학파의 깊은 물음과, 땅만 들여다보던 마르크스의 현실을 한 책상에 앉히려 한 사람이에요. 그가 둘을 잇는 다리로 내민 것이 '구상력', 곧 머릿속 생각이 실제 모양이 되어 세상에 나오게 하는 상상의 힘이었고요. 책은 끝내 다 쓰지 못하고 감옥에서 삶을 마쳤지만, "마음과 현실은 따로가 아니라 상상을 통해 만난다"는 그의 물음은 지금도 남아 있어요. 다음에 머릿속 생각 하나가 진짜 물건이 되는 순간을 보거든, 미키가 평생 붙들었던 구상력을 슬쩍 떠올려 봐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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