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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45년 8월 15일, 일본은 전쟁에 졌다고 발표했어요. 거리 사람들은 이제 끌려갈 일도, 갇힐 일도 없겠구나 하고 한숨을 돌렸죠.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이 더 지난 9월 26일, 도쿄의 한 형무소 안에서 마흔여덟 살 철학자가 조용히 숨을 거둬요. 전쟁이 끝났는데도 끝내 바깥으로 나오지 못한 채로요. 이름은 미키 기요시. 온몸에 옴이 번지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세상을 떠났답니다.
왜 전쟁이 끝났는데도 갇혀 있었을까요. 도망 다니던 옛 친구에게 돈과 잘 곳을 내준 게 죄가 됐어요. 그 친구가 당시 일본에서 금지된 사상을 가진 사람이었거든요. 미키는 그걸 알면서도 모른 척하지 못했고, 그 일로 1945년 봄에 붙잡혀 다시는 풀려나지 못했어요. 머리로만 옳고 그름을 따지는 철학자가 아니라, 곤경에 빠진 사람을 그냥 두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거죠.
미키는 1897년, 일본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때부터 책에 푹 빠진 아이였죠. 교토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 당시 일본에서 가장 이름난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 밑에서 공부했어요. 그러다 스물다섯 무렵, 더 깊이 배우려고 독일로 유학을 떠납니다. 거기서 훗날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철학자 하이데거에게도 직접 배웠어요.
돌아온 미키는 글을 참 쉽고 매력적으로 쓰는 사람이었어요. 어려운 철학을 보통 사람도 읽을 수 있게 풀어내, 일본에서 손꼽히는 인기 저술가가 됐죠. 학교 안에만 갇힌 학자가 아니라, 신문과 잡지로 세상과 대화하는 철학자였던 거예요. 그런데 그가 평생 붙들고 씨름한 질문 하나가 있었어요. 바로 '사람은 어떻게 머릿속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가'였습니다.

잠깐 눈을 감고 '사과'라고 떠올려 보세요. 지금 눈앞에 사과가 없는데도 머릿속엔 빨갛고 둥근 사과가 떠오르죠. 건축가는 텅 빈 공터를 보면서 아직 짓지도 않은 집을 그려 봐요. 아이는 막대기 하나를 들고 그걸 칼이라고 우기며 놀고요. 이렇게 지금 없는 것을 마음속에 그려 내는 힘, 미키는 이걸 '구상력'이라고 불렀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상력과 비슷한 말이에요.
보통 우리는 상상력을 그저 공상이나 딴생각쯤으로 여기잖아요. 미키 생각은 달랐어요. 인간이 만든 거의 모든 것, 그러니까 옛날이야기 같은 신화도, 나라의 법과 제도도, 기계와 기술도, 알고 보면 누군가 머릿속에 먼저 그림을 그렸기에 세상에 나온 거라고 봤죠. 상상력은 한가한 장난이 아니라 세상을 빚어내는 진짜 힘이라는 거예요.

미키가 평생 풀려고 한 숙제를 그는 '구상력의 논리'라고 불렀어요. 말이 좀 어렵지만 속뜻은 단순해요. 사람 안에는 두 가지가 같이 살고 있죠. 하나는 차갑게 계산하고 따지는 머리, 다른 하나는 울고 웃고 끓어오르는 뜨거운 마음이에요. 옛날 철학자들은 보통 둘 중 하나만 편들었어요. 이성이 최고다, 아니면 감정이 진짜다, 하면서요.
미키는 둘을 갈라놓지 않고 잇고 싶어 했어요. 그리고 그 둘을 이어 주는 다리가 바로 구상력이라고 봤죠. 머리로만 짠 차가운 설계도는 사람을 움직이지 못하고, 마음만 뜨거우면 방향을 잃잖아요. 그런데 상상력은 차가운 생각에 살을 입혀 누구나 그려 볼 수 있는 모습으로 바꿔 줘요. 미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논리를 앞세우는 서양 철학과 마음을 중히 여기는 동양의 사고를 한자리에서 만나게 하려 했어요. 안타깝게도 이 작업은 다 끝내지 못하고 미완성으로 남았답니다.
미키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 건, 그가 말과 삶이 따로 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사람을 살리는 상상력을 평생 연구한 그가, 정작 곤경에 빠진 친구를 외면하지 못해 감옥에서 생을 마쳤으니까요. 전쟁이 끝나고 세상이 자유를 되찾던 바로 그때 그가 갇힌 채 숨졌다는 사실은, 지금 읽어도 가슴 한쪽이 서늘해져요.

미키 기요시는 1897년부터 1945년까지 살다 간 일본 철학자예요. 그는 사람이 지금 없는 것을 마음속에 그려 내는 힘, 곧 상상력을 '구상력'이라 부르며, 그것이 신화와 제도와 기술을 빚어낸 진짜 힘이라고 봤어요.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마음을 잇는 다리로 상상력을 세우고, 서양과 동양의 생각을 한자리에 모으려 했지만 그 작업은 미처 마치지 못했죠. 그리고 도망친 친구를 도왔다는 이유로 붙잡혀, 전쟁이 끝난 뒤에도 풀려나지 못한 채 감옥에서 마흔여덟 해의 삶을 마쳤어요. 머릿속 그림 한 장이 세상을 바꾸고, 또 한 사람의 운명도 바꾼 셈이에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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