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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29년 8월 3일, 네덜란드의 한 들판에 3천 명쯤 되는 사람들이 모였어요. 모두 한 청년의 말을 들으려고 여러 나라에서 기차와 배를 타고 찾아온 사람들이었죠. 그 청년의 이름은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당시 사람들은 그를 그냥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구하러 온 위대한 스승"이라고 믿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 크리슈나무르티는 모두가 깜짝 놀랄 말을 합니다. "여러분이 저를 위해 만든 이 모임을, 오늘 제 손으로 해체하겠습니다. 저를 따르지 마세요." 자기를 떠받드는 조직을, 자기 입으로 없애 버린 거예요. 마치 반장으로 뽑힌 친구가 첫날 단상에 올라가 "반장이라는 자리를 아예 없애자"고 말한 셈이죠. 사람들은 어리둥절했어요. 떠받들어 주겠다는데 싫다니, 이게 무슨 일일까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면 그의 어린 시절로 가야 해요. 크리슈나무르티는 1895년 인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형제가 많은 가난한 집 아이였는데, 열네 살쯤 신지학회라는 종교 단체의 어른들 눈에 띄었어요.
이 어른들은 "언젠가 인류 전체를 가르칠 위대한 스승이 사람의 몸으로 나타난다"고 믿고 있었어요. 그리고 바닷가에서 놀던 이 마른 소년을 보고 "바로 이 아이다" 하고 점찍은 거예요. 그래서 그를 데려다 좋은 옷을 입히고 교육시키고, '동방의 별 교단'이라는 큰 조직까지 만들었어요. 회원이 수만 명이었고, 사람들은 그가 언제 입을 열까 손꼽아 기다렸죠. 말하자면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너는 메시아야"라는 커다란 이름표를 목에 걸고 자란 셈이에요.

해체 연설에서 그가 남긴 가장 유명한 말이 "진리는 길이 없는 땅"이에요. 영어로는 트루스 이즈 어 패스리스 랜드, 즉 길이 나 있지 않은 땅이라는 뜻이죠. 어렵게 들리지만 한 장면으로 그려 보면 쉬워요.
산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떠올려 봐요. 보통 우리는 "정상까지 가는 정해진 등산로가 있고, 안내인을 따라 그 길로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죠. 종교나 스승도 흔히 그런 안내인처럼 여겨져요. "이 기도를 외우고 이 규칙만 지키면 진리에 닿는다"고 말하니까요.
크리슈나무르티는 그게 착각이라고 봤어요. 진리라는 땅에는 애초에 닦여 있는 길이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면 그 사람이 본 풍경에 닿을 뿐, 내가 직접 만난 진짜는 아니라는 거죠. 누가 대신 밥을 먹어 주면 내 배가 부르지 않듯이, 진리도 누가 대신 찾아 줄 수는 없다는 말이에요.

여기서 그는 한 걸음 더 나갑니다. 모든 권위를 믿지 말라고 했어요. 종교 조직도, 두꺼운 경전도, 심지어 크리슈나무르티 자기 자신조차 따르지 말라고요.
이상하게 들리죠. 보통 대단한 사람은 "내 말을 따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는 반대로 "내가 만든 길조차 또 하나의 감옥이 된다"고 봤어요. 안내인을 따르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 보는 눈을 감고 그 사람 말만 믿게 되니까요. 한번 길이 생기면 사람들은 그 길에 줄을 서고, 줄을 세우고 관리하는 우두머리가 생기고, 그러다 보면 결국 또 하나의 조직과 종교가 된다는 거예요. 그가 자기 교단을 없앤 이유가 바로 이거였어요. 자기 자신이 그 우두머리가 되는 걸 거부한 거죠.

따르지 말라면 대체 뭘 하라는 걸까요. 그의 답은 짧았어요. "스스로 보라." 남이 정리해 준 답을 외우는 대신, 내 마음을 내가 직접 들여다보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화가 치밀 때, "화내면 안 된다"는 규칙부터 떠올리는 대신 지금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가만히 지켜보는 거예요. 두려움이든 질투든 욕심이든, 좋다 나쁘다 판단하지 말고 거울에 비친 얼굴 보듯 바라보는 거죠. 누가 정답을 알려 주길 기다리지 않고 내가 나의 관찰자가 되는 일, 그는 이걸 평생 이야기했어요. 1986년 아흔 살이 넘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 세계를 다니며 같은 말을 되풀이했죠.

크리슈나무르티는 수천 명이 스승으로 떠받들던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은 사람이에요. "진리는 길이 없는 땅"이라는 말은, 정해진 길이나 안내인을 따라가서는 진짜를 만날 수 없고 내가 직접 봐야 한다는 뜻이었죠. 그래서 그는 조직도, 권위도, 자기 자신조차 따르지 말라고 했어요. 누군가 "이 길만 따라오면 된다"고 말할 때 잠깐 멈춰 내 눈으로 다시 보는 일, 그것이 그가 평생 건넨 단 하나의 부탁이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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