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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장면 하나를 그려 볼게요. 1908년 인도, 한 남자가 폭탄 사건에 휘말려 감옥에 갇혀요. 그는 영국의 지배에 맞서 싸우던 독립운동의 한복판에 서 있던 사람이었어요. 신문을 만들어 글로 사람들을 일으키고, 영국에 맞서자고 목소리를 높이던 인물이었죠. 그런데 1년쯤 뒤 감옥에서 나온 그는 정치를 통째로 접어 버려요. 그러고는 인도 남쪽의 작은 도시로 들어가, 남은 40년 가까이를 눈 감고 앉아 명상하며 보내요. 세상을 바꾸겠다고 폭탄과 연설을 입에 올리던 사람이, 왜 갑자기 조용히 앉아 있기로 했을까요? 그 사람이 바로 오로빈도 고시예요.

오로빈도는 1872년 인도 콜카타에서 태어났어요. 그의 아버지는 좀 특별한 생각을 가진 분이었어요. 아들을 아예 영국 사람처럼 키우고 싶어 했거든요. 그래서 일곱 살밖에 안 된 어린 오로빈도를 영국으로 보내요. 인도 말도, 인도 이야기도 일부러 못 배우게 했죠. 오로빈도는 영국에서 14년을 살며 라틴어와 그리스어 같은 옛 고전을 줄줄 읽는 똑똑한 학생으로 자라요. 케임브리지 대학에도 들어가고요. 말하자면 '겉은 인도인, 속은 영국 신사'로 길러진 셈이에요. 그런데 스물한 살에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그는 자기를 키운 그 나라가 자기 조국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무겁게 느끼기 시작해요.

인도로 돌아온 오로빈도는 한동안 대학에서 가르치고 행정 일을 하며 지내요. 하지만 마음은 다른 데 가 있었어요. 당시 인도에는 영국에 '조금씩 부탁해서 권리를 얻자'는 온건한 흐름이 컸는데, 오로빈도는 생각이 달랐어요. 인도가 완전한 독립을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고 봤죠. 그는 '반데 마타람'이라는 신문에 날카로운 글을 쏟아내며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붙였어요. 영국 물건을 사지 말자는 운동에도 앞장섰고요. 자연히 영국 경찰의 눈엣가시가 됐죠. 그러다 1908년, 폭탄 사건과 엮여 체포돼요. 1년 가까이 갇혀 재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어요. 여기까지만 보면, 그는 영락없는 열혈 독립운동가예요.

그런데 바로 이 감옥이 그의 인생을 둘로 갈라요. 갇혀 있는 동안 오로빈도는 매일 인도의 옛 경전을 읽고 명상을 했어요. 달리 할 일이 없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그는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체험을 했다고 훗날 이야기해요. 세상을 미움이나 다툼이 아니라 다른 눈으로 보게 됐다는 거예요. 비유하자면, 평생 바깥세상만 고치려 애쓰던 사람이 어느 날 자기 안에 더 큰 방이 있다는 걸 발견한 거죠. 재판에서 그는 증거 부족으로 풀려나요. 그런데 풀려난 오로빈도는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었어요. 그는 정치 무대를 떠나, 당시 프랑스가 다스리던 인도 남부 도시 폰디체리로 조용히 몸을 옮겨요. 그때가 1910년, 그의 나이 서른여덟이었어요.

폰디체리에서 오로빈도는 '요기', 그러니까 수행자로 살아가요. 여기서 요가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몸 풀기 동작이 아니에요. 원래 요가라는 말은 '잇는다, 연결한다'는 뜻이에요. 작은 내 마음을 더 크고 깊은 무언가와 잇는 수행을 가리키죠. 오로빈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요. 보통 수행자들은 시끄러운 세상을 등지고 혼자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 하잖아요. 그런데 오로빈도는 '세상을 버리는 게 아니라 세상까지 함께 끌어올리자'고 했어요. 마음만이 아니라 우리 몸과 일상, 사회까지 통째로 더 높은 상태로 데려가자는 거였죠. 그래서 그의 길을 '통합 요가'라고 불러요. 떠난 게 아니라, 싸움의 무대를 바깥에서 안으로 옮긴 셈이에요.

오로빈도가 평생 붙든 큰 질문은 이거였어요. 인간은 여기서 끝일까, 아니면 더 자라날 수 있을까? 그는 생명이 오랜 세월에 걸쳐 변해 왔듯이, 우리 '의식'도 더 높은 단계로 진화할 수 있다고 봤어요. 돌멩이에서 풀과 나무가, 거기서 동물이, 다시 생각하는 인간이 나온 것처럼요. 그렇다면 인간 다음 단계도 있지 않겠냐는 거예요. 그는 우리가 더 맑고 환한 마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고, 그 길을 닦는 데 남은 생을 바쳤어요. 그는 '디바인 라이프'를 비롯한 두꺼운 책들과 긴 시를 쓰며 이 생각을 펼치다, 1950년 폰디체리에서 세상을 떠나요. 그가 세운 수행 공동체는 지금도 그 자리에 남아 있고요.

오로빈도 고시는 폭탄과 신문으로 영국에 맞서던 혁명가였다가, 감옥에서의 체험을 계기로 수행자의 길로 돌아선 사람이에요. 그가 바꾼 건 목표가 아니라 방법이었어요. 바깥세상을 고치는 대신, 사람의 마음 자체가 더 높이 자랄 수 있다고 믿고 그 길을 연구했죠. 마음을 더 큰 것과 잇는 '통합 요가', 그리고 인간의 의식이 진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그가 남긴 두 기둥이에요. 혁명가에서 요기로 건너간 그의 이야기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 꼭 바깥에서만 시작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물음을 우리에게 남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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