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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모래를 한 줌 쥐어 본 적 있나요? 흘러내릴까 봐 주먹을 꽉 쥐면, 오히려 손가락 틈으로 더 빠져나가고 손바닥만 아파요. 그런데 손을 살짝 펴서 가만히 받치고 있으면, 신기하게도 모래는 손 위에 더 오래 머물러요.
우리 마음도 비슷할 때가 많아요. 시험 점수, 친구의 한마디, 갖고 싶은 물건. 놓치기 싫어서 마음속으로 꽉 쥐고 있으면, 편해지기는커녕 자꾸 신경 쓰이고 괴로워져요. 태국의 한 스님은 평생 이 이야기만 했어요. "그 손을 좀 펴 보라"고요. 그 스님의 이름이 아잔 차예요.

아잔 차는 1918년부터 1992년까지, 74년을 살았던 태국 승려예요. '아잔'은 태국말로 '스승님'이라는 뜻이라, 우리로 치면 '차 선생님' 정도예요.
그는 도시의 큰 절이 아니라 깊은 숲속에서 살았어요. 태국에는 옛날부터 숲에 들어가 아주 단순하게 살며 마음을 닦는 수행 전통이 있는데, 아잔 차는 그 길을 걸었어요. 하루 한 끼만 먹고, 가진 물건도 거의 없이, 나무 아래에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며 지냈죠.
신기한 건, 이 숲속 스님에게 서양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영어도 통하지 않는 시골 절까지 미국과 유럽의 젊은이들이 와서 제자가 되었어요. 그렇게 아잔 차의 가르침은 태국 숲을 넘어 세계로 퍼졌고, 그가 가르친 수행법은 오늘날 여러 나라에 자리를 잡았어요.

아잔 차의 핵심 가르침은 딱 한 마디로 줄일 수 있어요. "놓아버려라."
그런데 여기서 많은 사람이 오해를 해요. 놓아버리라니까, 공부도 일도 다 때려치우고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라는 뜻으로 들리거든요. 하지만 그런 뜻이 전혀 아니에요.
다시 모래 이야기로 가 볼게요. 손을 편다고 모래를 바닥에 쏟아 버리는 게 아니죠. 모래는 그대로 손 위에 있어요. 다만 꽉 쥐려는 그 힘만 푸는 거예요. 아잔 차가 말한 '놓아버림'도 똑같아요. 해야 할 일은 그대로 하되, '꼭 내 뜻대로 돼야 해'라고 움켜쥔 마음의 힘을 푸는 거예요.
시험은 열심히 보되, 점수에 매달려 밤새 괴로워하지는 않는 것. 친구를 아끼되, 그 친구가 나를 어떻게 볼까 하루 종일 졸이지는 않는 것. 그게 손을 펴는 일이에요.

아잔 차에게는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그는 곁에 있던 유리컵을 들고 이렇게 말했대요.
"이 컵 보이지? 나는 이 컵을 이미 깨진 것으로 본단다."
무슨 뜻일까요? 멀쩡한 컵인데요. 그가 말하려던 건 이거예요. 유리컵은 언젠가 깨지게 되어 있어요. 바람에 쓰러지든, 손에서 미끄러지든, 100년 뒤든 결국은요. 그걸 미리 알고 받아들이면, 정말로 컵이 깨지는 날에도 "아, 올 것이 왔구나" 하고 담담할 수 있어요. 반대로 '이 컵은 절대 안 깨져'라고 믿으면, 깨지는 순간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죠.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이 그 컵과 같아요. 좋아하는 물건도, 즐거운 순간도, 사람과의 관계도 영원하지 않아요. 변하기 마련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으면, 변할 때 덜 흔들려요. 아잔 차는 이 마음가짐을 평생 연습하라고 했어요.

생각해 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을 꽉 쥐어요. 누가 던진 한마디를 곱씹고, 아직 오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지나간 일을 후회하면서요. 그 움켜쥔 힘이 쌓이면 마음이 늘 피곤해요.
아잔 차의 가르침이 고마운 건, 거창한 깨달음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냥 알아차리기만 하면 돼요. '아, 내가 지금 이걸 너무 꽉 쥐고 있구나' 하고요. 알아차리는 순간, 손에 힘이 살짝 풀려요. 그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져요.
숲속에서 단순하게 살았던 이 스님이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이유가 여기 있어요. 누구나 오늘 당장, 자기 마음 하나로 연습해 볼 수 있는 가르침이니까요.

아잔 차는 태국 숲속에서 평생 마음을 닦은 스님이고, 그의 가르침은 딱 하나, '놓아버림'으로 모여요. 놓아버린다는 건 일을 내팽개치는 게 아니라, 꼭 내 뜻대로 돼야 한다고 움켜쥔 손의 힘을 푸는 거예요. 유리컵이 언젠가 깨진다는 걸 미리 받아들이듯, 모든 것이 변한다는 걸 알면 변할 때 덜 흔들려요. 그러니 마음이 무거운 날엔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지금 나는 무엇을 이렇게 꽉 쥐고 있을까, 그리고 그 손을 조금 펴면 어떨까 하고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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