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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어릴 때 한 번쯤, 우리 동네가 온 세상처럼 느껴진 적이 있을 거예요. 집과 학교와 놀이터를 다 합치면 그게 세계의 전부 같았죠. 그러다 처음으로 큰 지도를 보고는 "내 동네가 이렇게 작은 점이었어?" 하고 놀란 기억도 있을 거고요.
지금으로부터 약 2300년 전, 중국 사람들도 비슷한 마음이었어요. 그들은 자기들이 사는 땅을 '천하', 그러니까 하늘 아래 모든 땅이라고 불렀어요. 중국이 곧 세계 전부라고 믿은 거죠. 바다 건너에 무언가 더 있으리라고는 잘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한 사람이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어요. "잠깐요, 이게 정말 세상 전부일까요?" 그 사람이 바로 추연이에요.

추연은 약 2300년 전, 여러 나라가 서로 다투던 전국시대에 제나라에서 활동한 학자예요. 그 무렵 제나라에는 '직하'라는, 학자들이 모여 마음껏 토론하던 큰 배움터가 있었는데 추연도 그곳에서 이름을 날렸어요.
그는 '음양가'라고 불리는 무리의 대표였어요. 음양가는 세상이 음과 양, 그리고 다섯 가지 기운인 오행이 돌고 도는 큰 흐름으로 움직인다고 본 사람들이에요. 쉽게 말하면, 작은 일 하나하나를 따지기보다 '세상 전체가 어떤 큰 리듬으로 돌아가는가'를 궁금해한 거죠. 사계절이 봄여름가을겨울로 돌듯, 큰 세상도 정해진 순서로 돌아간다고 본 거예요. 추연은 이렇게 큰 그림 그리는 일을 특히 잘했어요. 그래서 여러 나라의 왕들도 그의 말을 듣고 싶어 했고, 그가 찾아가면 아주 정중하게 맞이했다고 사마천이 쓴 역사책 사기에 전해져요.

추연 시대 사람들에게도 나름의 세계 지도가 있었어요. 그들은 중국 땅이 아홉 개의 큰 지역, 곧 '구주'로 나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아홉 지역을 다 합친 것이 곧 세상 전부라고 믿었죠.
비유하자면, 운동장을 아홉 칸으로 금 그어 놓고 "이 운동장이 바로 온 세상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어요. 칸은 여러 개로 나뉘어 있지만, 운동장 담장 바깥은 아예 없는 셈 친 거죠. 담장 너머에도 땅이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어요.

추연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어요. "너희가 세상 전부라고 부르는 그 중국, 그건 사실 더 큰 세계의 작은 한 조각일 뿐이야."
그의 설명은 이래요. 사람들이 말하는 중국, 그가 '적현신주'라고 이름 붙인 그 땅은 아홉으로 나뉜 한 덩어리인데, 이런 덩어리가 세상에 딱 하나가 아니라 아홉 개나 있다는 거예요. 각 덩어리 사이는 작은 바다가 가르고 있고요. 그리고 그렇게 모인 아홉 덩어리가 또 한 묶음이 되어서, 그런 큰 묶음이 다시 아홉 개 있다고 했어요.
숫자로 풀어 볼까요. 작은 아홉에 큰 아홉을 곱하면 여든하나예요. 그러니까 추연이 보기에 중국은, 온 세계를 여든한 칸으로 나눴을 때 그중 딱 한 칸일 뿐이었어요. 그리고 이 모든 땅의 가장 바깥은 사람이 건널 수 없는 거대한 바다가 하늘 끝에서 땅을 빙 둘러싸고 있다고 했죠.
운동장이 세상 전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운동장 같은 곳이 여든한 개나 있고 그 바깥엔 끝없는 바다가 출렁인다고 말한 셈이에요. 듣는 사람 입이 떡 벌어졌겠죠.

여기서 궁금해질 거예요. 추연은 가 보지도 않은 바다 건너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솔직히 말하면 그는 직접 가 본 게 아니에요. 비행기도 위성사진도 없고 멀리 갈 배도 변변치 않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대신 그는 한 가지 방법을 썼어요. 먼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까운 것부터 꼼꼼히 살핀 다음, 그 이치를 점점 더 멀고 큰 것으로 늘려서 미루어 보는 거예요. 가까운 산과 강과 바다가 이런 모습이니, 안 보이는 먼 곳도 비슷한 이치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고요. 사마천도 추연의 방법을 두고, 작은 것을 먼저 살핀 뒤에 큰 것으로 미루어 나갔다고 적었어요.
그래서 그의 대구주 이야기를 지금 와서 보면, 정확한 지리는 아니에요. 우리가 아는 진짜 세계 지도와는 많이 다르죠. 하지만 "내가 아는 세계가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의 방향만큼은 놀랍도록 앞서 있었어요.

추연의 진짜 멋진 점은 정답을 맞힌 데 있지 않아요. 모두가 "여기가 세상 끝"이라고 입을 모을 때, 혼자 "그 너머에도 뭔가 있지 않을까?" 하고 물은 용기에 있어요.
세상에는 늘 '담장 너머'가 있어요. 우리가 아는 것이 아무리 넓어 보여도, 그 바깥엔 아직 모르는 세계가 더 있을 수 있죠. 추연은 2300년 전에 이미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그려 본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지도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 읽으면 더 재미있어요.

추연은 약 2300년 전, 중국이 곧 온 세상이라 믿던 시절에 살던 학자예요. 사람들이 중국을 아홉 지역으로 나눈 '구주'를 세상 전부로 여길 때, 그는 중국이 사실 여든한 칸 중 한 칸일 뿐인 '대구주'를 상상했어요. 직접 가 보고 안 게 아니라, 가까운 것에서 출발해 먼 것으로 미루어 생각하는 방법으로요. 정확한 지도는 아니었지만, 내가 아는 세계가 전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그 물음만큼은 오늘 우리에게도 똑같이 살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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