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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궁이에 마른 장작을 넣어요. 곧 불이 붙고, 한참 타고 나면 뽀얀 재가 남죠. 그 재는 흙이 되어 마당 한쪽에 쌓여요. 우리는 매일 이런 장면을 보면서도 별생각 없이 지나가요.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2300년쯤 전, 이 평범한 부엌 장면 속에서 "세상 모든 것이 서로 낳고 서로 누르며 돌아간다"는 큰 그림을 읽어 낸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바로 추연이에요.

추연은 약 2300년 전, 중국이 여러 나라로 갈라져 서로 다투던 전국시대에 제나라에서 살던 학자예요. 그때는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저마다 다르게 설명하려는 여러 학파가 있었는데, 추연은 그중 '음양가'라는 무리를 대표하는 사람이었어요. 음양가는 쉽게 말하면 '자연의 짝과 재료로 세상을 풀어 보려던 사람들'이에요. 낮과 밤, 더위와 추위처럼 세상은 두 기운이 밀고 당기며 움직인다고 본 게 음양이고, 그 세상을 이루는 기본 재료를 다섯 가지로 본 게 오행이에요. 추연은 이 두 생각을 처음으로 하나의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묶은 사람으로 전해져요.

오행은 어려운 말 같지만, 풀어 보면 우리 주변에 다 있는 것들이에요. 나무, 불, 흙, 쇠, 물. 이 다섯 가지죠. 옛사람들은 세상 모든 것이 결국 이 다섯 가지 성질이 섞여서 만들어진다고 봤어요. 오늘날 우리가 모든 물질을 산소나 수소 같은 원소로 이루어졌다고 배우는 것과 비슷한 마음가짐이에요. 다만 추연이 정말 새로웠던 건 '재료가 다섯 개다'가 아니라, '이 다섯이 서로 어떤 사이인가'를 단 두 가지 규칙으로 정리한 데 있어요.

첫 번째 규칙은 상생이에요. 서로 낳아 주고 도와준다는 뜻이죠. 아까 부엌을 떠올려 봐요. 나무가 타면 불이 생기니, 나무는 불을 낳아요. 불이 다 타면 재, 곧 흙이 남으니 불은 흙을 낳고요. 흙 속을 깊이 파면 쇠붙이가 나오니 흙은 쇠를 낳아요. 차가운 금속 그릇 표면에는 물방울이 맺히니 쇠는 물을 낳고요. 마지막으로 물을 주면 나무가 쑥쑥 자라니, 물은 다시 나무를 낳아요. 나무에서 시작해 물을 지나 다시 나무로, 빙 둘러 이어지는 동그라미예요. 마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돌아 다시 봄이 오는 것처럼요.

두 번째 규칙은 상극이에요. 이번엔 서로 눌러서 이긴다는 뜻이죠. 불이 났을 때 우리는 물을 뿌리니, 물은 불을 눌러요. 그럼 불은 뭘 이길까요? 단단한 쇠도 뜨거운 불 앞에서는 녹아 흐물흐물해지니, 불은 쇠를 눌러요. 쇠는요? 도끼나 톱이 쇠로 만들어졌으니 쇠는 나무를 베어 눌러요. 나무는 땅에 뿌리를 박고 흙을 헤집으니 나무는 흙을 눌러요. 그리고 흙으로 둑을 쌓으면 흐르던 물을 막을 수 있으니, 흙은 물을 눌러요. 이렇게 다섯이 가위바위보처럼 물고 물려요. 누구도 혼자 끝까지 이기지 못하게,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거예요.

추연이 한 일은 그냥 '나무는 불을 낳는다' 같은 낱개 사실을 말한 게 아니에요. 흩어져 있던 자연의 관찰들을 '낳아 주기'와 '눌러 주기'라는 단 두 개의 규칙으로 꿰어, 세상이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까닭을 하나의 그림으로 보여 준 거예요. 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나라와 왕조가 바뀌는 것도 이 다섯 기운이 차례로 힘을 넘겨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이걸 오덕종시설이라고 불러요. 한 왕조가 영원하지 않고 다음 기운에 자리를 내주는 게 자연스럽다는 이야기였죠. 이 생각은 훗날 한의학에서 몸속 장기들이 서로 돕고 누르는 관계를 풀이하는 데에도, 달력과 점에도 깊이 스며들어 동아시아 사람들의 세계관에 오래 남았어요.

추연은 나무 불 흙 쇠 물이라는 다섯 가지 익숙한 재료를 가지고, 서로 낳아 주는 상생과 서로 눌러 주는 상극이라는 두 규칙을 세웠어요. 이 둘이 함께 돌기 때문에 세상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계속 굴러가요. 어려운 한자 뒤에 숨어 있지만, 그 뿌리는 장작이 타서 재가 되고 물이 불을 끄는 부엌 풍경처럼 단순해요. 다음에 불에 물을 끼얹거나 화분에 물을 줄 때, 2300년 전 추연이 바로 거기서 세상의 규칙을 읽어 냈다는 걸 한 번 떠올려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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