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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옛날 중국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설명하는 도구가 두 개 있었어요. 하나는 음양이에요. 낮과 밤, 더위와 추위, 들숨과 날숨처럼 세상은 서로 반대되는 두 기운이 밀고 당기며 돌아간다는 생각이죠. 다른 하나는 오행이에요. 나무, 불, 흙, 쇠, 물. 이 다섯 가지가 세상 만물을 이루는 재료이자 다섯 가지 흐름이라는 생각이에요.
문제는 이 둘이 오랫동안 따로 놀았다는 거예요. 마치 레고 블록 상자와 색연필 세트를 따로따로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해요. 둘 다 쓸모는 있는데, 누구도 '이 둘을 하나로 합치면 훨씬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한 통에 담아 보지는 않았던 거죠. 바로 그 일을 해낸 사람이 추연이에요.

추연은 기원전 300년 무렵,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300년쯤 전에 중국 제나라에서 살던 학자예요. 당시 제나라에는 직하학궁이라는 곳이 있었어요. 나라가 돈을 대서 똑똑한 학자들을 잔뜩 모아 놓고 마음껏 토론하게 한 곳인데, 요즘으로 치면 국가가 운영하는 거대한 연구소 같은 데였죠. 추연은 그곳에서 활동한 음양가, 즉 음양을 다루는 학파의 대표 인물이었어요.
사람들은 그를 '하늘을 말하는 추연'이라고 불렀어요. 그만큼 하늘과 우주의 큰 이야기를 즐겨 했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그는 사람들이 세상의 전부라고 여기던 중국 땅조차 사실은 온 세계의 여든한 조각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하게 스케일이 큰 주장을 펼치기도 했어요. 아쉽게도 그가 쓴 글은 거의 다 사라졌고, 우리는 사마천이 쓴 역사책 사기를 통해 그의 생각을 어렴풋이 알 뿐이에요. 사마천은 추연의 글이 10만 자가 넘었다고 적어 두었는데, 그 방대한 책이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거죠.

추연의 가장 큰 일은 따로 놀던 음양과 오행을 한 묶음으로 만든 거예요. 어떻게 묶었을까요?
음양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과 비슷해요. 늘었다 줄었다 하는 두 박자죠. 오행은 계절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돌고 도는 것처럼, 다섯 가지가 차례로 바뀌며 흘러가는 흐름이에요. 추연은 이 둘을 합쳐서 '세상은 음양이라는 두 박자를 타고, 오행이라는 다섯 단계를 차례로 밟으며 굴러간다'고 본 거예요. 박자와 단계가 만나 하나의 큰 시계가 된 셈이죠.
특히 오행은 서로 이기고 지는 순서가 정해져 있어요. 물은 불을 끄고, 불은 쇠를 녹이고, 쇠는 나무를 베고, 나무는 흙을 뚫고, 흙은 물을 막아요. 가위바위보처럼 서로 물고 물리는 차례가 있는 거죠. 반대로 서로 낳아 주는 순서도 있어요. 나무는 불을 피우고, 불이 타고 남은 재는 흙이 되고, 흙 속에서 쇠가 나오고, 쇠의 표면에는 물방울이 맺히고, 그 물이 다시 나무를 자라게 해요. 추연은 이 순서가 부엌이나 들판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세상 전체가 돌아가는 규칙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서 추연의 생각이 정말 대담해져요. 그는 나라와 왕조가 생기고 무너지는 일까지 오행의 순서를 따른다고 봤어요. 이걸 오덕종시설이라고 불러요.
쉽게 말하면 이래요. 어떤 왕조는 불의 기운을 타고나서 들어서고, 다음 왕조는 그 불을 이기는 물의 기운을 타고나서 들어선다는 거예요. 봄 다음에 반드시 여름이 오듯이, 왕조가 바뀌는 것도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우연이 아니라 미리 정해진 차례라는 이야기죠.
이 생각은 왕들에게 아주 매력적이었어요. 내가 왕이 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 하늘이 정한 순서 때문이라고 하면, 그만큼 자기 자리에 힘이 실리니까요. 실제로 중국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시황은 자기 나라를 물의 기운을 가진 나라로 정하고, 그 기운에 어울리는 색과 숫자까지 맞췄다고 해요.

추연이 음양과 오행을 하나로 묶은 뒤, 이 틀은 동아시아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 안경이 되었어요. 몸의 병을 다루는 한의학, 날과 때를 따지는 달력과 점, 그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까지, 2000년 넘게 이 음양오행이라는 틀 위에서 설명되어 왔죠. 우리가 지금도 가끔 듣는 '목화토금수'라는 다섯 글자가 바로 그 흔적이에요.
재미있는 점은, 정작 추연이 쓴 책은 거의 다 사라졌다는 거예요. 사람 한 명과 그 두꺼운 책은 시간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가 한데 묶어 놓은 생각의 틀은 살아남아 수많은 사람의 머릿속에서 오늘까지 계속 돌아가고 있는 셈이에요.

추연은 따로 놀던 음양과 오행을 하나로 묶어, 세상이 두 박자와 다섯 단계로 돌아간다고 설명한 사람이에요. 그는 이 순서가 자연뿐 아니라 나라가 생기고 무너지는 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봤고, 이 생각은 동아시아의 의학과 달력과 정치에 2000년 넘게 깔린 바탕이 되었어요. 정작 그의 책은 사라졌지만, 흩어져 있던 두 생각을 한 묶음으로 만든 그 발상만큼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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