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역사를 보면 나라는 끝없이 바뀌어요. 한 왕조가 백 년, 이백 년 이어지다 무너지고, 그 빈자리에 곧 새 왕조가 들어서죠. 그런데 이게 그냥 우연일까요? 운이 나빠서, 임금이 못나서 망하는 걸까요? 지금부터 약 이천삼백 년 전, 중국에 이 질문을 정면으로 파고든 사람이 있었어요. 이름은 추연이에요. 그는 "왕조가 바뀌는 데는 정해진 순서가 있다"고 말했어요. 오늘은 그 생각을 천천히 따라가 볼게요.

추연은 기원전 305년부터 240년 무렵까지 살았다고 전해져요. 제나라 사람으로, 여러 나라의 똑똑한 학자들이 모여들던 직하학궁이라는 곳에서 이름을 떨쳤어요. 그는 음양가라고 불리는 학파의 대표 인물인데, 음양가는 세상이 음과 양, 그리고 다섯 가지 기운으로 움직인다고 본 사람들이에요. 추연은 그 생각을 처음으로 큼직한 하나의 틀로 엮어 냈어요.
재미있는 건 그가 받은 대접이에요. 사마천이 쓴 역사책 사기를 보면, 추연이 여러 나라를 돌 때 임금들이 직접 마중을 나오고 극진히 모셨다고 해요. 같은 시대에 공자가 가는 곳마다 푸대접을 받았던 것과는 사뭇 달랐죠. 그가 펼친 이야기의 규모도 어마어마했어요. 우리가 사는 중국 땅은 온 세상의 팔십일 분의 일밖에 안 되고, 그 바깥에 더 넓은 세계가 있다고까지 말했거든요. 당시 사람들에게 그의 이야기는 그만큼 거대하고 신기하게 들렸던 거예요.

추연 생각의 바탕에는 오행이 있어요. 오행은 나무, 불, 흙, 쇠, 물 이렇게 다섯 가지예요. 이걸 딱딱한 물질이라고만 생각하면 좀 답답해요. 차라리 성격이 다른 다섯 친구라고 떠올려 보세요. 나무는 쭉쭉 위로 자라고, 불은 활활 타오르고, 흙은 묵직하게 품어 안고, 쇠는 단단하게 자르고,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 적셔요. 추연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이 이 다섯 기운이 서로 밀고 당기며 일어난다고 봤어요.

여기서 핵심은, 이 다섯이 서로 이기고 진다는 점이에요. 마치 가위바위보 같아요. 물은 불을 꺼요. 불은 쇠를 녹여요. 쇠는 나무를 베요. 나무는 흙을 뚫고 뿌리를 내려요. 흙은 물을 막아요. 그리고 다시 물의 차례로 돌아오죠. 여기서 중요한 건, 누구도 영원한 일등이 아니라는 거예요. 가장 센 기운도 자기를 이기는 다음 기운 앞에서는 결국 자리를 내줘요. 끝이 곧 새로운 시작인 셈이죠.

추연은 이 가위바위보를 나라의 흥망에 그대로 옮겼어요. 이게 바로 오덕종시예요. 덕이란 각 왕조가 타고난 기운을 말하고, 종시는 끝과 시작이 끝없이 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오덕종시는 "다섯 기운이 차례로 돌며 왕조를 갈아 끼운다"는 이야기예요.
옛이야기 속 황제는 흙의 기운으로 세상을 다스렸대요. 그러자 흙을 뚫고 올라오는 나무의 기운을 받은 하나라가 일어났고, 나무를 베는 쇠의 기운으로 은나라가 그 뒤를 이었어요. 다시 쇠를 녹이는 불의 기운으로 주나라가 섰죠. 그렇다면 주나라 다음은 누구일까요? 불을 끄는 물의 차례예요. 왕조가 바뀌는 건 임금 한 명의 잘잘못 때문이 아니라, 기운이 한 바퀴 돌아 다음 순서가 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에요. 어지럽던 역사에 갑자기 깔끔한 차례표가 생긴 거죠.

이건 머릿속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았어요.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은 자기 진나라가 주나라의 불을 끄는 물의 기운을 받았다고 선언했어요. 그래서 물에 어울리는 검은색을 나라의 색으로 삼고, 물과 짝지어지는 숫자 여섯을 곳곳에 가져다 썼다고 해요. 깃발도, 관리들의 옷도 검은색으로 맞췄죠. 새 왕조가 "우리가 들어선 건 하늘이 정한 순서다"라고 내세우는 데, 추연의 이론은 아주 쓸모 있는 명분이 되어 준 거예요.

추연이 남긴 글은 십만 자가 넘었다고 전해지지만, 안타깝게도 거의 다 사라져서 지금은 사기 같은 책에 남은 몇 조각으로만 그를 짐작해요. 그런데도 오덕종시는 이천 년 넘게 영향을 미쳤어요. 뒤죽박죽으로만 보이던 역사의 흥망에 "순서"라는 틀을 처음으로 씌워 줬기 때문이에요. 물론 이건 과학으로 증명된 법칙은 아니에요. 다만 사람들이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만든, 아주 오래되고 큼직한 하나의 답이었죠.

추연은 나무, 불, 흙, 쇠, 물 다섯 기운이 가위바위보처럼 서로 이긴다고 봤고, 그 순서가 왕조의 흥망에도 똑같이 흐른다고 설명했어요. 이게 오덕종시예요. 왕조가 바뀌는 건 우연이 아니라 기운이 한 바퀴 도는 일이라는 거죠. 증명된 사실이라기보다, 변화에 순서를 붙여 이해하고 싶었던 옛사람의 큰 그림이에요. 다음에 역사 속 나라들이 줄지어 바뀌는 걸 보면, 추연이 그린 다섯 기운의 가위바위보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