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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옛날 중국에 두 친구가 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거닐고 있었어요. 강 이름을 따서 '호량'이라 부르는 다리였대요. 한 사람이 물속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말했어요. "저 물고기들 좀 봐. 한가롭게 헤엄치는 게 참 즐거워 보이네." 그러자 옆에 있던 친구가 곧바로 되물었어요. "자네는 물고기가 아니잖아. 그런데 물고기가 즐거운지 아닌지를 어떻게 알아?"
즐겁다고 말한 사람은 장자였고, 곧장 따지고 든 사람이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혜시예요. 장자도 지지 않았어요. "자네는 내가 아니잖아. 그런데 내가 물고기 마음을 모른다는 건 또 어떻게 아나?" 별것 아닌 말장난 같지만, 이 짧은 말다툼 안에는 아주 큰 질문이 들어 있어요. 그 질문이 무엇인지 천천히 풀어 볼게요.

혜시는 지금으로부터 약 2300년 전 사람이에요. 그는 '명가'라는 무리에 속했는데, 명가는 쉽게 말해 '말과 이름을 깐깐하게 따지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에요.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이 정말 사실과 딱 맞는지를 끝까지 캐묻는 사람들이죠.
혜시는 그중에서도 아는 게 많기로 유명했어요. 장자는 친구를 두고 "혜시는 공부한 갈래가 많고, 그가 읽은 책이 수레 다섯 대에 실을 만큼이다"라고 말했을 정도예요. 그래서 누가 무슨 말을 하면, 혜시는 늘 한 번 더 비틀어 물었어요. "그게 정말 그래? 자리를 바꿔서 보면 다르지 않아?" 다리 위에서 장자에게 따진 것도 바로 이 버릇 때문이었어요.

혜시의 가장 중요한 생각은 '같음과 다름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거예요. 어려운 말로는 '합동이'라고 하는데, 같음과 다름을 한데 합쳐서 본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 볼게요. 빨간 사과와 초록 사과를 나란히 두면 색이 다르니까 '다른 것'이에요. 그런데 한 발 물러나 '과일'이라는 눈으로 보면 둘 다 사과니까 '같은 것'이 되죠. 키도 그래요. 내가 동생 옆에 서면 키가 큰 사람이지만, 농구 선수 옆에 서면 작은 사람이 돼요. 나는 그대로인데 누구 옆에 서느냐에 따라 크고 작음이 바뀌는 거예요.
혜시는 이걸 끝까지 밀고 가요. 작게 보면 세상 모든 것이 저마다 달라요. 하지만 크게 보면 모든 것이 결국 다 같다고요. 그러니 '같다'와 '다르다'는 사물에 못 박힌 딱지가 아니라, 보는 자리에 따라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이름표일 뿐이라는 거예요.

혜시는 이런 생각을 담은 짧은 명제 열 가지를 남겼어요. 듣고 나면 고개가 갸웃해지는 말들이에요. 이를테면 "하늘은 땅만큼 낮고, 산은 연못만큼 평평하다" 같은 거예요.
무슨 소리냐 싶죠. 그런데 아주 높은 곳에서 땅을 내려다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비행기 창밖으로 보면 높은 산도 그냥 쭈글쭈글한 무늬처럼 납작하게 보이잖아요. 가까이서 보면 까마득한 높낮이도, 멀리서 보면 다 고만고만해져요. "해는 한가운데 떠오른 순간 이미 기울기 시작하고, 무엇이든 태어나는 순간 이미 죽어 가고 있다"는 말도 마찬가지예요. 정오와 저녁, 삶과 죽음을 칼로 자르듯 나눌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혜시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해요. "세상 모든 것을 두루 사랑하라. 하늘과 땅은 결국 한 몸이다." 너와 나, 이것과 저것을 가르는 금이 흐려지면, 남는 것은 다 같이 품어야 할 하나의 세상이라는 뜻이에요.

이제 다시 다리 위로 돌아가 볼게요. 혜시가 "자네는 물고기가 아니잖아" 하고 따진 건 트집을 잡으려는 게 아니었어요. 나와 물고기는 분명히 다른 자리에 있는데, 그 다름을 건너뛰고 "저 물고기는 즐겁다"고 단정해도 되느냐를 물은 거예요. 남의 속마음을 우리가 정말로 알 수 있을까. 이게 혜시가 던진 진짜 질문이에요.
재미있는 건 두 사람이 이렇게 팽팽히 맞서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였다는 점이에요. 훗날 혜시가 세상을 떠난 뒤, 장자는 친구의 무덤 앞을 지나며 말했어요. "이제 나와 더불어 말을 나눌 사람이 없어졌구나." 끝까지 토를 달던 그 깐깐한 친구가, 사실은 장자에게 가장 좋은 이야기 상대였던 거예요.

혜시는 '같다와 다르다, 크다와 작다, 높다와 낮다가 모두 보는 자리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 사람이에요. 그래서 다리 위에서도 "자네는 물고기가 아니잖아" 하며, 나와 남 사이의 건널 수 없는 거리를 콕 짚었죠. 그의 물음은 우리에게도 남아요. 우리는 남의 마음을 얼마나 안다고 쉽게 말하고 있을까요. 혜시는 그 쉬운 단정 앞에서 한 번 멈춰 서게 만드는 친구였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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