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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주 먼 옛날 중국에 공손룡이라는 사람이 살았어요. 기원전 320년부터 250년쯤 사이를 살았다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2300년쯤 전 사람이에요. 전해지는 이야기 하나가 있어요. 그가 흰 말을 타고 어느 국경 관문에 다다랐는데, 거기엔 "말은 데리고 들어올 수 없다"는 규칙이 붙어 있었대요. 보통 사람이라면 말에서 내려 발길을 돌렸겠죠. 그런데 공손룡은 문지기를 붙잡고 이렇게 따졌어요. "이건 흰 말입니다. 흰 말은 말이 아니에요. 그러니 지나가도 되지요."
좀 엉뚱하게 들리죠? 흰 말도 분명 말인데 무슨 소리냐 싶고요. 그런데 공손룡은 농담이 아니라 아주 진지했어요. 이 "흰 말은 말이 아니다"라는 한마디가 2000년이 넘도록 사람들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 유명한 수수께끼랍니다. 오늘은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천천히 따라가 볼게요.

공손룡이 살던 시대엔 '명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여기서 '명'은 이름이라는 뜻이에요. 이들은 우리가 입으로 내뱉는 말, 그러니까 사물에 붙여 둔 이름표가 진짜 그 사물과 딱 들어맞는지를 꼬치꼬치 따지고 들었어요. 공손룡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끈질긴 사람이었죠.
예를 들어 볼게요. 여러분 필통 안에 연필이 한 자루 있다고 해 봐요. '연필'이라는 말과, 지금 손에 쥔 그 나무 막대는 똑같은 걸까요? 우리는 보통 같다고 여기며 살아요. 하지만 가만 보면 '연필'이라는 말은 세상에 있는 모든 연필을 한꺼번에 가리키고, 손에 쥔 건 그 가운데 딱 하나예요. 이름과 진짜 물건 사이엔 늘 이렇게 작은 틈이 있어요. 공손룡은 남들이 그냥 지나치던 이 틈을 손가락으로 콕 집어 파고든 사람이에요.

이제 흰 말 이야기로 돌아가요. 공손룡의 설명은 이래요. '말'이라는 이름은 생김새를 가리켜요. 다리가 넷이고 갈기가 있는 그 모양이요. 반면 '희다'는 색깔을 가리키죠. 그러니 '흰 말'은 생김새에다 색깔까지 더해진 이름이에요.
여기서 그는 이렇게 물어요. "그냥 말을 데려와 봐. 검은 말도 되고 누런 말도 되지? 그런데 흰 말을 데려오라고 하면, 검은 말은 안 되잖아." 그러니까 '말'이라고 부를 때 모여드는 무리와, '흰 말'이라고 부를 때 모여드는 무리가 서로 다르다는 거예요. 부르는 이름이 다르면 그 이름이 끌어모으는 대상도 다르다, 이게 그의 논리였어요.
쉽게 비유하면 이래요. 가게에서 "과일 주세요" 하면 사과든 귤이든 다 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빨간 과일 주세요" 하면 노란 귤은 빼야 하죠. 그러니 '과일'과 '빨간 과일'은 같은 부탁이 아니에요. 공손룡은 바로 이 점을 끝까지 밀어붙여서, 이름이 다르면 다른 것이라고 우긴 거예요.

공손룡에겐 또 하나 유명한 이야기가 있어요. 단단하고 흰 돌을 두고 펼친 주장인데, 견백동이라고 불러요. '견'은 단단함, '백'은 흰색을 뜻해요.
눈을 감고 돌을 손으로 만져 보세요. 단단하다는 건 느껴지지만 무슨 색인지는 알 수 없어요. 이번엔 멀찍이서 눈으로만 봐요. 희다는 건 보이지만 단단한지 물렁한지는 알 수 없죠. 그래서 공손룡은 "단단함과 흼은 한자리에서 같이 붙잡히지 않는다"고 했어요. 만질 땐 흰색이 숨고, 볼 땐 단단함이 숨으니까요.
우리는 "단단하고 흰 돌"이라고 한 덩어리로 뭉뚱그려 말해요. 하지만 그 짧은 말 안에는 손으로 아는 성질과 눈으로 아는 성질이 사실은 따로따로 들어 있다는 거예요. 이름 하나에 여러 가지가 슬그머니 섞여 있다는 걸 짚어 준 셈이죠.

여기까지 들으면 "결국 말장난 아니야?" 싶을 수 있어요. 사실 공손룡과 같은 시대를 살던 사람들도 그를 두고 궤변쟁이라며 못마땅해했어요. 흰 말을 떡하니 끌고 와서는 말이 아니라고 하니, 시장 바닥에서 통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그가 건드린 질문은 생각보다 깊어요. 우리는 매일 이름으로 세상을 잘게 나눠요. '친구'와 '친한 친구', '비'와 '소나기'처럼요. 이름을 어떻게 붙이고 어디까지 묶느냐에 따라 우리가 보는 세상도 조금씩 달라지죠. 공손룡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의심조차 않던 이름표를 일부러 떼어내, 이름과 실재가 우리 생각만큼 딱 붙어 있지는 않다는 걸 보여 준 거예요. 정답을 건네주려던 게 아니라, 당연하게 여기던 걸 한 번 멈춰 세워 다시 보게 만든 사람이에요.

공손룡은 기원전 300년 무렵 중국의 명가 사상가예요. "흰 말은 말이 아니다"와 "단단하고 흰 돌"이라는 두 가지 수수께끼로, 우리가 쓰는 이름과 진짜 사물 사이에 틈이 있다는 걸 끈질기게 파고들었어요. 이름이 다르면 가리키는 대상도 달라지고, 한 이름 속엔 따로 노는 성질들이 숨어 있다는 거죠. 말장난처럼 보여도, 이름표를 잠시 떼어 놓고 보면 익숙한 세상이 사뭇 다르게 보인다는 점은 오늘 우리에게도 그대로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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