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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여러분 손에 매끈한 흰색 조약돌이 하나 있다고 해 볼게요. 눈으로 보면 하얗고, 손으로 쥐어 보면 단단해요. 너무 당연하죠. "이 돌은 하얗고 단단하다", 이렇게 한 문장이면 끝나니까요. 우리는 색깔과 촉감을 한 덩어리로 묶어서 '이 돌의 성질'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2300년쯤 전, 중국에 이 당연한 말에 딴지를 건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이 돌에서 단단함과 흰색은 사실 따로 떨어져 있다"고 했어요. 한 덩어리 돌인데 둘이 따로라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지금부터 그 사람의 머릿속을 천천히 따라가 볼게요.

이 사람 이름은 공손룡이에요. 기원전 320년 무렵부터 250년 무렵까지,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300년쯤 전 중국 전국시대를 살았던 철학자예요. 나라들이 서로 싸우고 말솜씨 좋은 사람들이 왕을 찾아다니며 자기 생각을 팔던 시끄러운 시대였죠.
그가 속한 무리를 '명가'라고 불러요. 이름 명에 무리 가, 말과 이름을 끝까지 따지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에요. 요즘으로 치면 "그 말, 정확히 무슨 뜻이야?"를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죠. 그중에서도 공손룡은 단단함과 흰색이 같은 거냐 다른 거냐를 파고든 '견백동이'라는 문제로 유명해요. 견은 단단할 견, 백은 흰 백이에요.

공손룡의 생각은 의외로 단순한 장면에서 시작해요.
흰 돌을 눈으로 봐요. 그러면 '하얗다'는 걸 알죠. 그런데 눈으로는 이게 단단한지 말랑한지 알 수 없어요. 눈은 색만 받아들이지, 만져 보기 전엔 단단함을 모르니까요.
이번엔 눈을 감고 손으로만 만져 봐요. '단단하다'는 건 분명히 알겠어요. 그런데 손으로는 이게 흰색인지 검은색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요. 손은 촉감만 받아들이지, 색을 보지는 못하니까요.
공손룡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요. 눈은 흰색만 붙잡고 단단함은 못 붙잡아요. 손은 단단함만 붙잡고 흰색은 못 붙잡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단단함과 흰색을 같은 순간에 한꺼번에 붙잡는 일은 한 번도 없는 셈이에요.

자, 흰색은 눈이라는 통로로 들어오고 단단함은 손이라는 통로로 들어와요. 둘은 들어오는 길이 아예 달라요. 한 돌 안에 같이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흰색과 단단함은 단 한 번도 같은 자리에서 만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공손룡은 그래서 이렇게 정리해요. 단단함은 단단함대로, 흰색은 흰색대로 따로 떨어져 있다. 이게 바로 '단단함과 흰색의 분리'예요. 한자로는 떨어질 이를 써서 '이견백'이라고 해요.
비유하자면 라디오와 옛날 무성 영화 같아요. 라디오는 소리만 전하고, 소리 없는 화면은 그림만 전해요. 같은 일을 담아도 받는 길이 다르면 소리와 그림은 따로 노는 것처럼요. 공손룡 눈에는 단단함과 흰색도 그렇게 각자 다른 길로 오는, 따로따로인 것이었죠.

여기서 누군가 이렇게 물을 수 있어요. "눈으로 흰색만 볼 때 단단함은 어디 갔는데요?" 좋은 질문이에요. 공손룡의 대답은 이래요. 단단함은 사라진 게 아니라 잠깐 숨어 있을 뿐이라고요.
흰색을 볼 때 단단함은 보이지 않게 숨고, 단단함을 만질 때 흰색은 만져지지 않게 숨어요. 마치 숨바꼭질 같죠. 그 말은 곧, 단단함이라는 성질과 흰색이라는 성질이 돌에 잠깐 더부살이하는 게 아니라 저마다 혼자서도 버티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에요. 돌 하나에 묶여야만 있는 게 아니라요.

솔직히 처음 들으면 "그래서 어쩌라고, 돌은 그냥 하얗고 단단하잖아" 싶어요. 옛날 사람들도 그랬어요. 공손룡과 맞붙은 사람들은 "흰색과 단단함은 돌 안에 같이 꽉 차 있다"고 맞받았죠.
그런데 공손룡이 진짜 하고 싶었던 건 돌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는 '우리가 쓰는 말과 개념이 실제 사물에 딱 들러붙어 있는 게 맞나'를 묻고 있었어요. '하얗다'와 '단단하다'는 늘 붙어 다니는 짝꿍 같지만, 따져 보면 서로 다른 통로로 들어온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거죠.
이렇게 당연한 말을 일부러 쪼개 보는 연습이 바로 논리예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한 단어 안에 사실은 몇 가지가 섞여 있는지 끝까지 따지는 일이요. 공손룡은 2300년 전에 이미 그걸 흰 돌 하나로 해 본 거예요.

공손룡은 흰 돌 하나를 두고, 흰색은 눈으로만 들어오고 단단함은 손으로만 들어오니 둘은 한 번도 같이 잡히지 않는다고 봤어요. 그래서 단단함과 흰색은 따로 떨어져 있다고 했고, 이게 바로 '단단함과 흰색의 분리'예요. 엉뚱한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당연해 보이는 말을 쪼개서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따지는 논리의 출발점이었어요. 다음에 매끈한 흰 조약돌을 보면, 눈에 잡히는 것과 손에 잡히는 것이 정말 같은 자리에 있는지 한번 떠올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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