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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옛날 중국 정나라, 유수라는 강에서 부자 한 사람이 빠져 죽었어요. 마침 그 시체를 건진 사람이 있었는데, 시체를 돌려주는 값으로 엄청난 돈을 불렀어요. 죽은 사람의 가족은 발을 동동 굴렀죠. "그 돈을 어떻게 다 내요?"
가족은 동네에서 제일 말 잘한다는 등석이라는 사람을 찾아갔어요. 등석은 이렇게 말했어요. "걱정 마세요. 느긋하게 기다리세요. 그 시체를 당신 말고 누구한테 팔겠어요? 결국 값을 깎아서라도 당신에게 올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시체를 건진 사람도 마음이 급해졌는지 등석을 찾아왔어요. 등석은 똑같이 차분하게 말했어요. "걱정 마세요. 느긋하게 기다리세요. 그 가족이 시체를 당신 말고 어디서 구하겠어요? 결국 당신이 부르는 값을 낼 수밖에 없어요."
같은 사람이, 정반대 편에게, 똑같이 "당신이 이긴다"고 말해 준 거예요. 등석이 어떤 사람인지는 이 한 장면에 거의 다 들어 있어요.

등석은 기원전 500년 무렵,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500년쯤 전에 정나라에 살았던 사람이에요. 그는 말로 따지고 다투는 일에 유난히 밝았어요.
그의 장기는 '양쪽 다 그럴듯하게 만들기'였어요. 어려운 말로는 양가지설이라고 해요. 쉽게 말하면, 같은 일을 두고 "이래서 네가 옳다"고도 할 수 있고 "저래서 네가 옳다"고도 할 수 있게 만드는 솜씨예요.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해요. 친구랑 싸웠을 때, 내 편 이야기만 들으면 내가 백 퍼센트 옳은 것 같고, 친구 편 이야기만 들으면 또 친구가 옳은 것 같죠. 등석은 바로 그 점을 꿰뚫어 봤어요. 말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옳고 그름이 이리저리 흔들린다는 걸요.
이건 꽤 놀라운 생각이에요. 보통은 "옳은 건 옳고, 그른 건 그르다"고 여기잖아요. 그런데 등석은 "말로 꾸미기에 따라 둘 다 옳게 보일 수 있다"는 걸 눈앞에서 보여 준 거예요.

이 재주가 왜 문제가 됐는지 알려면 당시 정나라 사정을 알아야 해요.
그 무렵 정나라에는 자산이라는 아주 유명한 재상이 있었어요. 나라 살림을 도맡은 사람이죠. 자산은 백성이 따라야 할 법을 글자로 또렷이 정해, 누구나 볼 수 있게 만든 당시로서는 굉장히 앞선 정치가였어요.
그런데 등석은 거기에 맞서듯, 자기 나름의 법조문을 만들어 대나무 조각에 적었어요. 이걸 죽형이라고 불러요. '대나무에 적은 형법'이라는 뜻이에요. 나라가 정한 법이 엄연히 있는데, 한 개인이 "내 법은 이렇다"며 또 다른 법을 들고 나온 셈이죠.
생각해 보세요. 학교에 교칙이 있는데 한 학생이 자기만의 규칙집을 만들어서 "선생님 규칙 말고 내 규칙대로 따져 보자"고 한다면 어떨까요? 똑똑하긴 해도 어른들 눈엔 영 거슬리겠죠.

등석은 한 걸음 더 나갔어요. 사람들에게 말로 다투어 이기는 법, 그러니까 소송하는 법을 가르쳤어요. 일종의 변론 학원을 연 셈이에요.
옛 기록을 보면 수업료도 받았다고 해요. 큰 사건을 맡기면 겉옷 한 벌, 작은 사건이면 저고리와 바지를 받았대요. 돈 대신 옷으로요. 배우러 오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하니 꽤 인기 있는 선생님이었나 봐요.
그 결과 정나라가 시끌시끌해졌어요. 옳고 그름이 말솜씨로 뒤집히니,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경계가 날마다 바뀌었다"고 옛 책은 전해요. 다스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골치였겠죠. 법으로 나라를 가지런히 하려는데, 누군가는 그 법의 빈틈을 파고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등석은 결국 권력과 부딪혔고 죽임을 당했어요.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옛 기록들이 서로 조금 엇갈려요.
널리 전해지는 이야기는 이래요. 등석의 말장난과 소송 가르치기에 골머리를 앓던 재상 자산이, 끝내 그를 붙잡아 처형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오래도록 '자산과 등석의 대결'로 이야기되어 왔어요.
그런데 가장 오래된 역사책인 좌전을 보면 사정이 조금 달라요. 등석이 죽은 건 기원전 501년인데, 그를 죽인 사람은 자산이 아니라 그 뒤에 나라를 맡은 사천이라는 사람이었어요. 게다가 자산은 그보다 스무 해쯤 전인 기원전 522년에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고요. 더 묘한 건, 사천은 등석을 죽이고도 정작 그가 만든 죽형은 가져다 썼다는 점이에요.
그러니 정확히 누구 손에 죽었는지는 기록마다 다르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맞아요. 다만 분명한 건, 등석의 날카로운 말재주가 나라를 다스리는 쪽과 끝까지 부딪혔고 그 끝이 죽음이었다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그를 미워한 쪽조차 그가 만든 법만은 버리지 못했다는 것도요.

등석은 흔히 명가의 먼 조상으로 꼽혀요. 명가는 '이름과 말'을 파고든 사람들의 무리예요. 훗날 이 무리에서 "흰 말은 말이 아니다" 같은 유명한 말놀이가 나왔죠. 듣자마자 "그게 무슨 소리야?" 싶은 그런 주장들이요.
등석 자신이 흰 말 이야기를 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말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옳고 그름이 달라진다"는 그의 생각이 바로 그런 말놀이의 출발점이 되었어요. 말이라는 도구를 의심하고 뒤집어 본 첫 사람 가운데 하나였던 거죠.
그래서 등석은 그저 말썽꾼이 아니에요.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던 '옳고 그름'을 두고 "정말 그렇게 딱 정해진 걸까?"라고 처음으로 흔들어 본 사람이에요.

등석은 2500년쯤 전 정나라에서, 같은 일을 양쪽 다 옳게 보이게 만드는 말재주로 이름을 떨친 사람이에요. 그는 대나무에 자기만의 법을 새기고 사람들에게 소송을 가르치며, 나라가 정한 질서와 자꾸 부딪혔어요. 그 끝은 처형이었고, 누가 그를 죽였는지는 기록마다 엇갈리지만 권력과의 충돌이 그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점은 한결같아요. 말이 옳고 그름을 흔들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훗날 명가라는 흐름의 씨앗이 되었고요. 등석을 기억할 때는 '말로 이기는 재주꾼'보다, 당연한 것을 처음으로 의심해 본 사람으로 떠올려 두면 좋겠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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