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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잠깐 이런 마을을 상상해 볼까요? 이 마을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평생 할 일이 딱 정해져요. 선생님 집에서 태어나면 선생님, 장사하는 집에서 태어나면 장사꾼, 청소하는 집에서 태어나면 평생 청소만 해요. 아무리 셈을 잘하는 아이라도 청소하는 집에서 태어났으면 장사꾼이 될 수 없어요. 네가 뭘 잘하니, 뭘 하고 싶니, 이런 건 아무도 묻지 않아요. 부모가 무슨 무리에 속했는지가 곧 내 자리가 되는 거예요.
옛날 인도에는 이런 신분 제도가 진짜로 있었어요. 우리가 '카스트'라고 부르는 거예요. 사람을 크게 네 무리로 나누고, 그 무리는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핏줄을 따라 그대로 내려갔어요. 한번 정해지면 평생 떼지 못하는 꼬리표 같았죠. 위 무리와 아래 무리는 같이 밥도 안 먹고, 결혼도 안 하고, 어떤 무리는 닿기만 해도 더럽다며 피했어요. 그런데 약 150년 전, 한 사람이 "이건 좀 이상하지 않나요?" 하고 물었어요. 다야난다 사라스바티라는 사람이에요.

다야난다는 1824년부터 1883년까지 살았던 인도 사람이에요. 지금의 구자라트 지역, 제법 잘사는 브라만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브라만은 카스트에서 가장 높은 자리, 제사와 공부를 맡는 무리예요. 태어날 때 이름은 물 샹카르였어요. 말하자면 그는 이 신분 제도에서 가장 덕을 보는 쪽에 있었어요. 가만히 있어도 평생 대접받을 자리였죠.
그런데 어릴 때 그는 한 가지 질문에 사로잡혔어요. 가까운 누이와 삼촌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는 걸 보고 "사람은 왜 죽을까, 죽음을 넘어서는 길은 정말 없을까"가 너무 궁금했던 거예요. 스물한 살 무렵, 그는 부모가 정해 준 결혼마저 마다하고 집을 나와요. 그리고 십 년이 넘도록 인도 곳곳을 맨발로 떠돌며 스승을 찾아다녀요. 마침내 만난 스승은 눈이 보이지 않는 노학자 비르자난드였어요. 이 스승이 그에게 딱 하나를 가르쳐요. "뒷사람들이 덧붙인 말은 걷어 내고, 가장 오래된 원래 경전으로 돌아가라."

여기서 '원래 경전'이 바로 베다예요. 베다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 묶음으로, 수천 년 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또 글로 전해 내려온 거예요. 카스트를 따르던 사람들은 "신분을 핏줄로 물려받는 건 베다에 적힌 신성한 규칙"이라고 믿었어요. 하늘이 정한 일이니 거스르면 안 된다는 거였죠.
그런데 다야난다가 베다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읽어 보니, 그런 말이 없었어요. 베다에 나오는 네 무리는 핏줄로 물려받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무슨 일을 잘하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선생님 집에서 태어나도 게으르고 못되게 살면 아래 무리가 되고, 청소하는 집에서 태어나도 지혜롭고 바르게 살면 높은 무리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무리는 태어날 때 받아 쥐는 꼬리표가 아니라, 살면서 내가 만들어 가는 자리라는 거죠. 그는 이 생각을 1875년에 펴낸 『진리의 빛』이라는 책에 또박또박 적었어요.

다야난다는 머리로만 생각하고 끝내지 않았어요. 1875년, 그는 '아리아 사마지'라는 모임을 만들어요. '아리아'는 '훌륭한 사람', '사마지'는 '모임'이라는 뜻이에요. 핏줄이 아니라 그 사람이 한 일로 사람을 보자는 이들이 모인 자리였죠.
이 모임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움직였어요. 낮은 신분이라며 손도 대지 않던 사람들을 똑같은 사람으로 대하고, 여자아이도 학교에서 공부하게 하고, 남편을 잃은 여자가 다시 결혼하는 걸 막지 말자고 했어요. 지금 들으면 당연한 말 같지만, 그 시절 인도에서는 하나하나가 깜짝 놀랄 주장이었어요. 가장 높은 무리에서 태어난 사람이 "그 높낮이가 사실은 가짜"라고 외친 거니까요. 그래서 그를 미워하는 사람도 많았고, 결국 그는 1883년에 누군가가 탄 독을 먹고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져요.

다야난다 사라스바티가 던진 질문은 뜻밖에 단순해요. "사람의 자리는 어느 집에서 태어났느냐로 정해질까, 아니면 어떻게 사느냐로 정해질까?" 그는 가장 오래된 경전인 베다를 남의 말 없이 직접 읽고, 신분은 핏줄로 물려받는 게 아니라 자기 행동으로 만들어 가는 거라고 답했어요. 그리고 그 답을 책 한 권과 모임 하나로 세상에 꺼내 놓았고요. 오늘 우리가 "태어난 집이 아니라 네가 한 일로 너를 보겠다"는 말을 당연하게 느낀다면, 150년 전 이렇게 끈질기게 물어 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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