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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인도 남부의 한 평범한 집, 열여섯 살 소년이 갑자기 방바닥에 벌렁 누웠어요. 별다른 이유도 없이 "내가 곧 죽는다"는 강한 두려움이 온몸을 덮쳤거든요. 보통 그런 무서움이 찾아오면 우리는 벌떡 일어나 다른 생각으로 도망치죠. 그런데 이 소년은 정반대로 했어요. 도망치는 대신, 죽음을 직접 한번 겪어 보기로 한 거예요.
소년은 숨을 멈추고 몸이 완전히 굳었다고 상상했어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죠. "이 몸이 죽어서 화장터에서 다 태워져 재가 된다면, 그래도 '나'라는 것은 같이 사라질까?"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몸은 죽어 굳어 가는데,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나'라는 또렷한 느낌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더라는 거예요.
이 소년이 바로 라마나 마하르시예요. 1879년에 태어나 1950년까지 살았던, 인도의 현대 성자로 불리는 사람이에요. 열여섯 살 그날의 경험 단 하나가 그의 평생을 통째로 바꿔 놓습니다.

그가 평생 사람들에게 건넨 질문은 딱 하나였어요. "나는 누구인가?" 너무 뻔해서 김이 빠지는 질문 같지만, 한번 진지하게 따라가 보면 생각보다 미끄러워요.
우리는 "내 손", "내 생각", "내 기분"이라고 말해요. 그런데 손도 내 것이고 생각도 내 것이라면, 그것들을 '내 것'이라고 부르는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요? 마치 "이건 내 가방"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가방 자체는 아닌 것처럼요. 손과 생각과 기분을 다 빼고 나면, 그것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여전히 남아요.
라마나 마하르시가 가르친 방법은 이거였어요. 어떤 생각이 떠오르든 "이 생각은 누구에게 일어났지? 나에게. 그럼 그 나는 누구지?" 하고 자꾸 화살을 자기 안쪽으로 돌리는 거예요. 양파 껍질을 한 겹씩 벗기듯, 진짜 '나'가 무엇인지 끝까지 묻고 들어가는 연습이죠. 이걸 어려운 말로 자기탐구라고 불러요.

그 경험 뒤로 소년은 학교 공부도, 집안일도 시들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음속에 한 이름이 자석처럼 박혔어요. 아루나찰라. 인도 남부 타밀나두 지방의 작은 도시 티루반나말라이에 있는, 높이 800미터쯤 되는 야트막한 산이에요. 우리나라로 치면 동네 뒷산보다 조금 높은 정도죠.
이 산은 옛날부터 인도 사람들이 시바 신이 깃든 성스러운 산으로 여겨 온 곳이에요. 소년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 산이 자기를 부른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집에 짧은 쪽지 한 장만 남기고, 가진 돈도 거의 없이 기차를 타고 떠났어요. 그렇게 1896년, 열여섯 살의 나이로 아루나찰라 산 아래에 도착합니다.

놀라운 건 그다음이에요. 그는 이 산에 도착한 뒤로 죽을 때까지, 무려 쉰네 해 동안 그 곁을 거의 떠나지 않았어요. 처음 몇 년은 동굴 속에서 말도 거의 하지 않고 지냈죠.
라마나 마하르시에게 아루나찰라는 그냥 등산하는 산이 아니었어요. 그는 이 산을 자기 안에 있는 진짜 '나'와 똑같은 것으로 여겼어요. 바깥의 산과 안의 나가 사실은 하나라는 거죠. 그래서 그에게 산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일은, 곧 자기 자신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일이었어요.
그를 찾아온 사람들은 거창한 가르침을 기대했지만, 그는 대개 조용히 앉아 있기만 했어요. 누가 "어떻게 해야 마음이 평안해지나요?" 하고 물으면, 답을 주는 대신 되물었죠. "그 질문을 하고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요?" 답을 바깥에서 찾지 말고, 묻는 자기 자신부터 들여다보라는 뜻이었어요.

우리는 보통 "나는 누구지?"라는 답을 바깥에서 찾아요. 직업, 성적, 팔로워 수, 남들이 눌러 준 좋아요 같은 것들로요. 그런데 그것들은 계속 바뀌고, 바뀔 때마다 우리도 흔들리죠.
라마나 마하르시의 말은 단순하지만 좀 과감해요. 그 모든 답을 찾기 전에, 답을 찾고 있는 '나'부터 먼저 들여다보라는 거예요. 멀리 있는 신비한 곳으로 떠날 필요도 없어요. 그가 평생 한 산 곁에 머문 것처럼, 우리도 늘 우리 자신 곁에 있으니까요. 가장 가까이 있어서 오히려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는 것, 그게 바로 '나'라는 거죠.

라마나 마하르시는 열여섯 살에 죽음을 상상하는 경험을 통해 몸이 사라져도 남는 '나'를 발견한 인도의 현대 성자예요. 그는 아루나찰라라는 작은 산을 진짜 자기 자신과 같은 것으로 여겨 평생 그 곁을 떠나지 않았고, 사람들에게는 늘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묻는 자기탐구를 가르쳤어요. 답을 바깥에서 구하기 전에 묻는 자기 자신부터 들여다보라는 것, 그게 그가 한 산 곁에서 평생 보여 준 단순한 가르침이에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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