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주 오래전 인도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죽어도 끝이 아니다'라고 믿었어요. 지금 착하게 살면 다음 생에 더 좋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나쁘게 살면 벌을 받는다고요. 마치 학교에서 상점과 벌점을 쌓아 다음 학년에 반영하듯, 이번 삶의 행동이 다음 삶으로 그대로 이어진다는 생각이었죠. 거의 모두가 이걸 당연하게 여겼어요. 그런데 그 한가운데서 손을 들고 이렇게 말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아니요, 죽으면 그냥 끝이에요. 영혼도, 다음 생도 없어요.' 바로 차르바카예요.

차르바카는 어떤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학파, 그러니까 같은 생각을 나눈 사람들의 무리예요. '로카야타'라고도 불렸는데, '세상 사람들의 생각'이라는 뜻에 가까워요. 그때 인도에는 여러 철학 학파가 있었지만 차르바카는 유독 특별했어요. 신도, 영혼도, 내세도 없다고 본 거의 유일한 학파였거든요. 오늘날로 치면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만 진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유물론자에 가까웠어요.

차르바카의 출발점은 놀랄 만큼 단순해요. '직접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것만 진짜다.' 누가 '천국이 있어요'라고 하면 차르바카는 이렇게 되물었어요. '천국에 가 봤어요? 봤다는 사람을 데려와 봐요.' 아무도 보여 주지 못하죠. 그래서 차르바카는 천국도, 지옥도, 신도 증거가 없으니 믿지 않겠다고 했어요. 친구가 '내 방에 용이 있어'라고 하는데 문을 열어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과 비슷해요. 보여 주지 못하는 건 일단 없는 것으로 치자는 거예요.

여기서 누군가 이렇게 따질 수 있어요. '연기가 보이면 그 아래 불이 있는 거잖아. 불을 직접 안 봐도 알 수 있어.' 우리는 이렇게 본 것에서 안 본 것을 미루어 짐작하곤 하죠. 이걸 추론이라고 해요. 그런데 차르바카는 추론도 조심스러워했어요. '연기 뒤에는 늘 불이 있었다고? 네가 세상 모든 연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확인해 본 건 아니잖아.' 단 한 번도 어김없이 확인한 게 아니라면, 짐작한 것은 진짜로 확인한 것과 다르다는 거예요. 그러니 누구도 직접 본 적 없는 '다음 생'은 더더욱 믿을 수 없다고 했죠.

그럼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마음'은 뭘까요? 영혼이 없다면 그건 대체 어디서 올까요? 차르바카의 대답이 재미있어요. 마음은 몸이 만들어 내는 거라고 봤어요. 이걸 술에 빗대 설명했죠. 쌀 한 알, 과일 한 조각에는 사람을 취하게 하는 힘이 없어요. 그런데 그것들을 섞어 두고 시간이 지나면 술이 되고, 그 술에는 취하게 하는 힘이 생겨요. 재료 하나하나에는 없던 성질이 합쳐지면서 새로 생겨난 거예요. 차르바카는 마음도 그렇다고 했어요. 흙, 물, 불, 바람 같은 물질이 모여 몸을 이루면 거기서 생각하는 힘이 피어난다고요. 그러니 몸이 죽어 흩어지면 마음도 함께 사라져요. 술병을 깨뜨리면 취하게 하는 힘도 같이 사라지는 것처럼요. 영혼이 따로 남아 다음 생으로 건너갈 자리가 없는 거죠.

내세가 없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차르바카의 결론은 '지금 이 삶을 잘 누리자'였어요. 다음 생이 없으니 다음 생을 위해 오늘을 참을 이유가 없다는 거죠. 전해지는 유명한 구절이 있어요. '살아 있는 동안은 즐겁게 살아라. 빚을 내서라도 맛있는 걸 먹어라.' 조금 과하게 들리지만, 핵심은 눈앞의 행복을 자꾸 뒤로 미루지 말라는 거예요. 보이지도 않는 다음 생에 행복을 저금해 두지 말고, 지금 손에 쥔 하루를 또렷이 누리라는 뜻이었어요.

신기한 점이 하나 있어요. 차르바카가 직접 쓴 책은 거의 다 사라졌어요. 지금 우리가 차르바카를 아는 건 대부분 그들을 반대한 사람들 덕분이에요. 불교, 자이나교, 다른 힌두 학파의 학자들이 '차르바카는 이렇게 말하는데 그건 틀렸다'며 반박하려고 그들의 주장을 꼼꼼히 적어 둔 거예요. 비판하려고 옮겨 적은 글 덕분에, 차르바카의 말이 적의 입을 통해 살아남은 셈이죠. 뒤집어 보면 그만큼 차르바카의 생각이 무시하기엔 너무 날카로워서, 다들 한 번씩은 진지하게 상대해야 했다는 뜻이기도 해요.

차르바카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만 믿는다'는 한 가지 원칙에서 출발한 인도의 유물론 학파예요. 그 원칙을 끝까지 밀고 나가니 영혼도, 내세도, 신도 증거가 없어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닿았죠. 마음은 몸이 만들어 내고 몸과 함께 사라진다고 봤고, 그래서 지금 이 삶을 잘 누리자고 했어요. 자기네 책은 거의 남지 않았지만 반대자들의 기록 속에 끈질기게 살아남았고요. 죽음 뒤를 약속하지 않는 대신, 차르바카는 우리에게 지금 눈앞의 하루를 또렷이 들여다보라고 말해 주는 학파예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