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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도를 아십니까" 하고 길에서 말 거는 장면, 한 번쯤 보셨죠. 그래서 노자의 도덕경 하면 왠지 신비한 안개 같고, 도사들이 산속에서 읊는 어려운 주문처럼 느껴져요. 그런데 도올 김용옥은 정반대로 말해요. 도덕경은 안개가 아니라, 오히려 안개를 걷어 내는 책이라고요. 그가 노자를 다시 읽자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어요.

김용옥은 1948년에 태어난 한국의 철학자예요. 호가 '도올'이라서 도올 선생이라고도 불려요. 그는 어려운 동양 고전을 텔레비전 강의로 풀어내며 널리 알려졌어요. 노자, 공자, 불교 경전부터 서양 철학까지, 한문이나 영어를 모르는 사람도 알아듣게 우리말로 옮겨 주는 게 그의 특기예요. 말하자면 고전과 보통 사람 사이를 잇는 통역사 같은 역할이죠. 노자 도덕경도 여러 번 강의하고 책으로 냈는데, 2020년에 낸 '노자가 옳았다'가 대표적이에요.

도덕경의 첫 글자이자 핵심은 '도'예요. 많은 사람이 이걸 하늘 위 어딘가에 있는 신비한 절대자처럼 상상해요. 하지만 김용옥은 그렇게 보면 노자를 거꾸로 읽는 거라고 해요.
비유로 볼게요. 강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낮은 곳으로 흐르고, 봄이 되면 나무에 싹이 나요. 이렇게 세상이 스스로 굴러가는 결, 그 자연스러운 흐름 자체가 '도'예요. 하늘 위 신이 아니라,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자연의 작동 방식인 거죠. 그래서 도덕경 첫 구절 "도를 도라고 말하면 늘 그러한 도가 아니다"도, 흐름은 말로 딱 잡는 순간 굳어 버린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읽어요.

노자 하면 따라오는 말이 '무위'예요. 글자만 보면 '아무것도 안 함'이라 게으름처럼 들려요. 그런데 김용옥은 무위를 '억지로 하지 않음'으로 풀어요.
농사를 떠올려 보세요. 좋은 농부는 벼를 손으로 잡아당겨 키우지 않아요. 잡아당기면 뿌리가 뽑혀 죽으니까요. 대신 물을 대고 때를 기다리며, 벼가 자랄 조건을 만들어 줘요. 분명히 부지런히 일하지만, 자연의 결을 거스르지는 않죠. 이게 무위예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억지와 강요를 빼는 거예요. 김용옥은 이걸 정치나 교육, 사람 관계에도 그대로 가져와요. 윽박질러 바꾸려 들수록 일이 틀어진다는 거죠.

김용옥의 해석에는 또 하나 특징이 있어요. 그는 노자를 막연한 명언집이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 따지는 글로 대해요. 특히 땅속에서 발굴된 오래된 판본들을 중요하게 봐요.
도덕경은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람 손으로 베껴 쓰이며 글자가 조금씩 바뀌었어요. 그런데 20세기 들어 중국에서 비단이나 대나무에 쓴 훨씬 오래된 사본이 무덤에서 나왔어요. 김용옥은 이렇게 원본에 가까운 글자를 비교하면, 후대에 덧칠된 신비한 색을 벗겨 내고 노자가 원래 하려던 담백한 말에 다가갈 수 있다고 봐요. 옛 편지의 원본을 찾아 잘못 전해진 구절을 바로잡는 일과 비슷해요.

이렇게 읽으면 노자는 산속 도사의 주문이 아니라, 세상을 아주 현실적으로 본 사람의 이야기가 돼요. 억지로 밀어붙이는 힘은 오래 못 가고, 자연의 결을 따를 때 일이 풀린다는 것. 김용옥은 이 메시지가 빠르고 강하게만 굴러가는 오늘날에 오히려 더 필요하다고 말해요. 무한정 성장하라고 다그치는 세상에, 한 박자 멈춰 결을 보라는 오래된 목소리인 셈이죠.

도올 김용옥의 노자 읽기는 한마디로 '안개 걷어 내기'예요. '도'는 하늘 위 신비가 아니라 세상이 스스로 흐르는 결이고, '무위'는 게으름이 아니라 억지를 빼는 부지런함이에요. 그는 오래된 판본까지 따져 가며 노자를 신비주의에서 끌어내려, 누구나 오늘 써먹을 수 있는 현실의 지혜로 되돌려 놓아요. 다음에 "도를 아십니까"라는 말을 듣는다면, 진짜 노자는 그 안개 반대편에 있다는 걸 떠올려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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