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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동양고전' 하면 뭐가 떠오르나요? 아마 『논어』나 『노자』 같은 두꺼운 옛날 책일 거예요. 그런데 이 책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전부 한문으로 쓰여 있다는 거예요.
한문은 우리가 매일 쓰는 한글이 아니에요. 옛 중국 글자를 빌려 쓴 문장인데, 글자 하나에 뜻이 여러 개라서 읽기가 정말 까다로워요. 그래서 옛날에는 어릴 때부터 십 년 넘게 글공부를 한 학자가 아니면 한 줄도 제대로 못 읽었어요.
그러다 보니 수백 년 동안 동양고전은 자물쇠가 단단히 걸린 보물상자 같았어요. 안에 사람 사는 지혜가 가득 들었다는 건 다들 알지만, 열쇠를 가진 몇 안 되는 사람만 열어 볼 수 있었죠. 보통 사람에게 『논어』는 '훌륭하다는데 나는 도무지 모르는 책'으로 남아 있었어요.

이 자물쇠를 평범한 사람들의 안방까지 들고 나온 사람이 김용옥이에요. 1948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났고, 본명보다 '도올'이라는 별명으로 더 자주 불려요.
그는 한 자리에서만 공부한 사람이 아니에요. 한국에서 철학을 시작해 대만으로 건너가 중국 고전을 익혔고, 일본을 거쳐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았어요. 나라를 네 곳이나 옮겨 다니며 공부한 거예요.
그래서 그의 머릿속에는 동양 책만 든 게 아니에요. 서양 철학도 같이 들어 있었죠. 두 세계를 다 아는 사람은, 한쪽을 다른 쪽 사람에게 통역하듯 설명할 수 있어요. 김용옥이 어려운 동양고전을 마치 옆 사람에게 풀어 주듯 말할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어요.

진짜 놀라운 일은 2000년 무렵에 일어났어요. 김용옥이 텔레비전 강의에 나선 거예요. EBS에서 먼저 『노자』를 다뤘고, 이어서 KBS에서 『논어』를 강의했어요. 안방에서 채널만 돌리면 동양고전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 거죠.
그 모습부터 남달랐어요. 양복 대신 한복을 차려입고, 칠판 앞에서 분필을 쥐고, 목소리를 높였다 낮췄다 하면서 땀을 뻘뻘 흘렸어요. 차분하게 읽어 주는 게 아니라, 동네에서 제일 신난 선생님이 "이거 진짜 재미있으니까 한번 들어 봐!" 하고 소매를 붙잡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딱딱할 줄 알았던 고전 강의에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어른들은 물론이고, 평소 고전 근처에도 안 가던 사람들까지 텔레비전 앞에 앉았죠. '고전 강의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하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어요.

김용옥의 강의가 특별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어요. 그는 공자나 노자의 말을 옛날 그대로 읊고 끝내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논어』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문장으로 시작해요. 그냥 들으면 무슨 교훈인가 싶고 곧 잊어버리죠. 그런데 김용옥은 이런 문장을 붙잡고 "이게 요즘으로 치면 무슨 뜻일까요?" 하고 지금 우리 삶으로 끌고 왔어요. 시험 점수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배운 걸 실제로 써먹어 보는 즐거움 이야기라는 식으로요.
그러자 이천 년도 더 된 공자의 말이 갑자기 옆집 어른의 조언처럼 가깝게 들렸어요. 멀리 있던 옛사람이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 거예요.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풀어야 해요. 쉽게 설명하면 내용을 대충 다룬 거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그런데 사실은 정반대예요.
어떤 것을 정말 깊이 이해한 사람만 그것을 쉬운 말로 바꿀 수 있어요. 어설프게 아는 사람일수록 어려운 단어 뒤에 숨어요. 그래야 아는 척할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끝까지 파고든 사람은 열두 살 아이도 알아듣게 말할 수 있어요. 군더더기를 다 걷어내고 알맹이만 남기거든요.
김용옥이 한 일이 바로 이거예요. 평생 한문과 동서양 철학을 깊이 파고든 다음, 그 알맹이를 누구나 알아들을 일상의 말로 바꿔 준 거죠. 그래서 그의 강의가 중요해요. 고전을 '전문가만 아는 어려운 것'에서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것'으로 옮겨 놓았으니까요.

동양고전은 오랫동안 한문이라는 자물쇠에 갇혀 소수만 읽던 책이었어요. 김용옥은 한국과 대만, 일본, 미국을 거치며 동서양을 두루 공부한 학자였고, 2000년 무렵 텔레비전에 나와 『노자』와 『논어』를 누구나 알아듣는 말로 풀어 줬어요. 한복을 입고 땀 흘리며 강의하는 그의 모습에 평소 고전을 멀리하던 사람들까지 모여들었죠. 쉽게 말한다는 건 내용을 줄였다는 뜻이 아니라 끝까지 이해했다는 뜻이에요. 그 덕분에 책장에서 먼지만 쌓이던 옛 지혜가 보통 사람의 저녁 시간 속으로 내려왔어요. 다음에 『논어』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어려운 책만은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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