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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약 2500년 전, 그러니까 기원전 6세기쯤의 인도를 떠올려 볼까요. 그때도 사람들은 "나는 왜 사는 걸까, 죽으면 어떻게 될까" 같은 질문을 품고 살았어요. 그런데 이 질문이 너무 답답한 나머지, 아예 집과 가족을 버리고 길로 나선 사람들이 있었어요. 가진 것 없이 얻어먹으며 떠돌면서 답을 찾던 이 사람들을 '사문'이라고 불러요. 요즘으로 치면 직장도 집도 다 내려놓고 평생 한 가지 질문만 붙들고 사는 사람들인 셈이지요.
그중 한 명이 아지타 케사캄발리예요. 이름이 길고 낯설지요? 뒷부분 '케사캄발리'는 사람 머리카락으로 짠 담요라는 뜻이에요. 그는 정말로 그런 담요를 옷처럼 걸치고 다녔다고 전해져요. 머리카락으로 짠 옷은 여름엔 푹푹 찌고 겨울엔 살을 에듯 차가워서, 당시 사람들이 가장 입기 싫어하던 옷이었대요. 일부러 가장 불편한 옷을 골라 입은 거예요. 이름만 들어도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싶지요.

사문은 한 명이 아니었어요. 같은 시대에 여러 명이 저마다 다른 답을 외치고 다녔어요. 한 교실에서 선생님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 물었더니, 여섯 친구가 손을 들고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는 장면을 떠올리면 비슷해요.
훗날 불교에서는 붓다와 생각이 크게 달랐던 대표적인 스승 여섯 명을 한데 묶어 '육사외도'라고 불렀어요. '외도'는 불교 바깥의 길이라는 뜻이라, 불교 쪽에서 자기들과 다른 사람들을 가리켜 붙인 이름이에요. 그러니 케사캄발리가 스스로를 외도라고 부른 건 아니에요. 그는 이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이었고, "다들 모여서 서로 다른 답을 외치던 시끌벅적한 시대"를 보여 주는 인물이에요.

케사캄발리의 답은 짧고 단단했어요. 그는 사람 몸이 딱 네 가지로 되어 있다고 봤어요. 흙, 물, 불, 바람이에요. 단단한 살과 뼈는 흙, 피와 침과 눈물은 물, 몸을 데우는 체온은 불, 들이쉬고 내쉬는 숨은 바람. 이렇게 네 가지가 잠깐 모여서 '나'라는 몸이 됐다는 거예요.
그러면 죽음은 뭘까요? 모여 있던 네 가지가 도로 흩어지는 일이에요. 흙은 땅으로, 물은 물기로, 불은 온기로, 바람은 공기로 각자 돌아가요. 장작이 다 타고 나면 재만 남고 불꽃은 어디에도 없는 것처럼요. 몸 말고 따로 남는 영혼 같은 건 없다고 본 거예요. 이렇게 "세상에 있는 건 결국 물질뿐"이라고 보는 생각을 '유물론'이라고 불러요.

케사캄발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어요. 죽으면 네 가지가 흩어져 아무것도 안 남으니, 죽은 다음의 세계도 없고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다는 거예요. 이렇게 죽음으로 모든 게 뚝 끊겨 사라진다는 생각을 '단멸론'이라고 해요. 촛불을 훅 불어 끄면 불꽃이 어디론가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사라지듯, 사람도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거지요.
이 말은 그 시대에 꽤 위험하게 들렸어요. 당시 많은 사람은 착하게 살면 다음 생에 복을 받고, 나쁘게 살면 벌을 받는다고 믿었거든요. 그런데 케사캄발리는 "다음 생이 아예 없는데 무슨 상과 벌이 있느냐"고 한 거예요. 남에게 베풀어도 더 돌려받을 게 없고, 정성껏 제사를 지내도 달라지는 건 없다고요. 듣는 사람에 따라 이 말은 무섭게도, 또 어떤 면에선 시원하게도 들렸어요.

재미있는 건, 케사캄발리가 직접 쓴 책은 한 권도 남아 있지 않다는 거예요. 그의 생각은 대부분 불교 경전 안에, 그것도 "이런 주장을 펴는 사람이 있었다"며 반박하려고 적어 둔 기록으로 전해져요. 생각이 달랐던 상대의 말을 적어 둔 덕분에 오히려 그 생각이 오늘까지 살아남은 셈이지요.
붓다는 "죽으면 끝"이라는 단멸론도, 반대로 "영혼은 영원히 산다"는 생각도 둘 다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어느 한쪽 끝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가운데 길을 찾으려 했거든요. 그런데 가운데 길을 또렷하게 그리려면, 먼저 양쪽 끝이 무엇인지 분명해야 했어요. 케사캄발리는 그 한쪽 끝, "죽으면 완전히 끝"이라는 자리를 누구보다 또렷하게 보여 준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단지 틀린 사람이 아니라, 그 시대 논쟁 지도에서 한쪽 꼭짓점을 맡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어요.

케사캄발리는 약 2500년 전 인도에서 "사람은 흙과 물과 불과 바람이 잠깐 모인 것이고, 죽으면 그게 흩어져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말한 사문이에요. 이런 유물론과 단멸론 때문에 그는 불교가 말하는 육사외도, 곧 여섯 명의 다른 스승 가운데 한 명으로 기록됐지요. 그의 책은 사라졌지만, 누군가 반박하려고 적어 둔 덕분에 그 생각은 오히려 살아남았어요. 한쪽 끝까지 생각을 밀어붙인 사람이 있었기에, 그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놓고 그렇게 다투었는지 우리가 지금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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