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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옷장에서 제일 까끌까끌한 스웨터를 떠올려 보세요. 살에 닿으면 따갑고 간지러운 그 느낌이요.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더 불편한 옷이 있었어요. 바로 사람 머리카락을 모아서 짠 옷이에요. 겨울에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여름에는 푹푹 쪄서 살이 익을 것 같고, 냄새까지 났다고 해요. 옛 기록에서는 이 옷을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옷'이라고 불렀을 정도예요.
그런데 약 2500년 전 인도에, 일부러 이런 옷을 골라 입고 다닌 사람이 있었어요. 그의 이름은 아지타 케사캄발리예요. 뒤에 붙은 '케사캄발리'라는 말 자체가 '머리카락 담요를 두른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이름부터가 그 불편한 옷에서 나온 거죠. 오늘은 이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이 도대체 무엇을 생각했는지 함께 들여다볼 거예요.

아지타가 살던 때는 부처님이 살던 시기와 거의 겹쳐요. 지금부터 약 2500년 전, 인도 북동쪽이었어요. 이 시기 인도는 생각의 시장통 같았어요. 집과 직업을 버리고 떠돌아다니며 '세상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를 묻는 사람들이 잔뜩 있었거든요. 이렇게 떠도는 수행자들을 '사문'이라고 불러요.
사문들은 저마다 자기 생각을 외쳤어요. 어떤 사람은 영혼이 영원하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모든 게 운명으로 정해져 있다고 했어요. 불교 기록에는 이렇게 영향력이 컸던 여섯 명의 스승이 나오는데, 아지타도 그중 한 명이에요. 말하자면 그 시대의 유명한 토론자 여섯 명 안에 든 사람이었던 거예요. 그러니 그가 입었던 머리카락 옷도, 그가 했던 말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만큼 화제였던 거죠.

아지타의 핵심 생각은 놀랄 만큼 단순해요. 그는 사람이 딱 네 가지로 되어 있다고 봤어요. 흙, 물, 불, 바람이에요. 우리 몸의 단단한 뼈와 살은 흙, 피와 침은 물, 따뜻한 체온은 불, 숨은 바람이라는 식이죠.
그래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지타는 이렇게 말했어요. 죽으면 흙은 흙으로, 물은 물로, 불은 불로, 바람은 바람으로 그냥 흩어진다고요. 마치 모래로 쌓은 성이 파도에 쓸려 다시 평범한 모래로 돌아가는 것처럼요. 모래성이 사라져도 어디 다른 곳에 '모래성의 영혼'이 따로 남지는 않잖아요. 사람도 똑같다는 거예요. 죽고 나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이 생각을, 어려운 말로 '단멸론'이라고 불러요. 끊어져서 사라진다는 뜻이에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요. 죽으면 아무것도 안 남는다면, 다음 생도 없고 천국이나 지옥도 없겠죠. 그러면 착한 일을 한 사람한테 좋은 보답이 돌아오고, 나쁜 일을 한 사람이 벌을 받는 일도 없는 거예요. 아지타는 정말로 그렇게 주장했어요. 부모에게 잘하든 못하든, 남을 도왔든 해쳤든, 죽으면 똑똑한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이나 똑같이 그냥 흩어져 끝난다고요.
당시 인도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 한 행동이 다음 생까지 따라온다'고 믿었어요. 그러니 아지타의 말은 그 믿음을 정면으로 들이받는 거였죠.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생각을 무척 위험하게 여겼고, 반대하는 쪽에서 일부러 기록으로 남겨 두었어요. 사실 아지타가 직접 쓴 책은 한 권도 전해지지 않아요. 우리가 그를 아는 건 거의 다 그를 반박하려던 사람들의 글 덕분이에요. 그래서 그의 진짜 속마음까지 또렷이 알기는 어려워요.

여기서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대목이 있어요. 아지타는 머리카락 옷을 입고 몸을 괴롭히는 고행자였잖아요. 보통 고행은 '지금 참고 견디면 나중에 좋은 게 온다'는 믿음 위에서 해요. 그런데 아지타는 정작 '나중'이라는 게 없다고 말한 사람이에요. 갚음도 다음 생도 없다면서, 왜 스스로 그렇게 불편한 옷을 입고 고생했을까요?
이 부분은 정확한 답이 남아 있지 않아요. 어쩌면 그저 욕심 없이 사는 방식이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후대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조금 부풀려 전했을 수도 있어요. 분명한 건, 가장 혹독하게 사는 사람이 가장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펼쳤다는 묘한 그림이 우리에게 남았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가 더 오래 기억에 남는지도 몰라요.

아지타의 생각은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것만 진짜다'라고 보는 태도예요. 이런 생각을 유물론이라고 해요. 그는 인도에서 이런 유물론을 또렷하게 말한 아주 이른 사람 중 하나였어요. 훗날 인도에는 '차르바카'라고 불리는 비슷한 생각의 흐름이 생기는데, 아지타는 그 먼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에요.
또 하나, 아지타 덕분에 우리는 2500년 전 인도가 한 가지 생각만 하던 답답한 곳이 아니라, 정반대 의견까지 큰 소리로 부딪치던 활기찬 토론장이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가 던진 '죽으면 정말 끝일까'라는 질문은 지금 우리도 한 번쯤 멈춰 서서 생각하게 만들죠.

아지타 케사캄발리는 약 2500년 전 인도에서, 사람 머리카락으로 짠 가장 불편한 옷을 입고 다닌 고행자였어요. 그는 사람이 흙과 물과 불과 바람 네 가지로 되어 있고, 죽으면 그것들이 흩어져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봤어요. 그래서 다음 생도, 착한 일에 대한 보답도 없다고 했죠. 이걸 단멸론, 그리고 유물론이라고 불러요. 정작 그가 왜 스스로 고행을 했는지는 또렷이 알 수 없고, 그를 아는 자료도 대부분 그를 반박하던 사람들의 글이에요. 그래도 그는 한 가지를 분명히 남겼어요. 모두가 당연하게 믿던 생각에 '정말 그럴까'라고 되물은 사람도 그 시대에 분명히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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