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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지금으로부터 2500년쯤 전, 인도에 좀 특이한 차림의 철학자가 있었어요. 이름은 아지타 케사캄발리. 이름 뒤에 붙은 '케사캄발리'는 '머리카락 담요'라는 뜻이에요. 정말로 사람 머리카락을 엮어 만든 담요를 걸치고 다녔거든요. 여름엔 푹푹 찌고 겨울엔 살을 파고드는, 누가 봐도 일부러 고른 게 분명한 옷이죠. 편하려고 입은 게 아니라, 몸을 일부러 괴롭히며 진리를 찾던 수행자의 표시였어요.
그 시절 인도에는 집을 떠나 떠돌며 세상의 이치를 캐묻던 사람이 아주 많았어요. 이런 사람들을 '사문'이라고 불렀는데, 불교를 세운 부처도 그중 한 명이었어요. 케사캄발리도 같은 무리에 속했죠. 그런데 그가 던진 질문 하나가 두고두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어요. "사람은 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케사캄발리의 답은 놀랄 만큼 단순했어요. 사람은 딱 네 가지로 되어 있다는 거예요. 흙, 물, 불, 바람. 한자로 옮기면 땅 지, 물 수, 불 화, 바람 풍, 그래서 '지수화풍'이라고 불러요. 이 네 가지를 사람과 세상을 이루는 바탕 재료로 본 생각이 바로 '지수화풍 4원소설'이고요.
말은 어려워 보여도 우리 몸을 떠올리면 금방 와닿아요. 살과 뼈처럼 단단한 부분은 흙, 피와 침처럼 흐르는 부분은 물, 따끈한 체온은 불, 들이쉬고 내쉬는 숨은 바람. 요리로 치면 밀가루와 물과 불, 그리고 반죽을 부풀리는 공기로 빵 한 덩이를 설명하는 셈이에요. 케사캄발리는 사람도 이 네 재료가 잠깐 한데 모여 만들어진 빵 같은 거라고 봤어요. 특별한 영혼이 따로 들어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재료가 알맞게 섞였을 뿐이라는 거죠.

여기서부터가 진짜 케사캄발리다운 생각이에요. 네 재료가 모여 사람이 됐다면, 죽음은 그 재료가 다시 흩어지는 일일 뿐이라는 거죠. 단단했던 부분은 흙으로 돌아가고, 흐르던 것은 물로, 온기는 불기운으로, 숨은 바람으로 풀려나가요. 그러고 나면 '나'라고 부를 무언가는 어디에도 남지 않아요.
그래서 그는 죽은 뒤의 세상도, 다시 태어남도, 천국도 지옥도 없다고 잘라 말했어요. 이렇게 죽으면 그냥 끝나 사라진다고 보는 생각을 '단멸론'이라고 불러요. 끊어져 없어진다는 뜻이죠.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것만 진짜라고 여기는 태도라서 '유물론'이라고도 해요.

케사캄발리는 한 걸음 더 나갔어요.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죽으면 똑같이 흙 물 불 바람으로 풀어지니까, 착한 일을 쌓는다고 나중에 복을 받는 것도 아니라고 했어요. 남에게 베풀고 나누는 일에도 특별한 보답이 따르지 않는다고 봤고요.
이 말은 당시 사람들에게 꽤 충격이었어요. 그때 인도에는 착한 일을 쌓으면 다음 생에 더 좋은 모습으로 태어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케사캄발리가 "다음 생 같은 건 없다, 지금 이 한 번이 전부다"라고 못을 박은 거예요. 부처와 케사캄발리가 나눈 이야기는 '사문과경'이라는 불교 기록에 그대로 남아 전해져요.

그가 옳았느냐 틀렸느냐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요. 그 시절 인도에는 케사캄발리처럼 정해진 답을 의심하고 저마다 다른 주장을 펴던 철학자가 여럿 있었어요. 불교 기록은 이들을 '육사외도', 즉 다른 길을 간 여섯 스승이라 불러요. 케사캄발리는 그중에서 가장 거침없이 '죽으면 끝'이라는 쪽을 대표했어요.
덕분에 우리는 2500년 전 인도 사람들이 한 가지 답에 갇혀 있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 다음 생이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따져 묻던 시대였죠. 케사캄발리의 담요만큼이나 거침없던 그의 주장은, 그 활발한 논쟁의 한쪽 끝을 또렷이 보여 주는 표지인 셈이에요.

케사캄발리는 사람을 흙 물 불 바람 네 가지가 잠깐 모인 것으로 봤고, 죽으면 그 재료가 다시 흩어져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음 생도 천국도 없다는 단멸론, 보이는 것만 믿는 유물론을 대표하게 됐죠. 그의 생각이 옳았는지보다 기억할 것은, 2500년 전 인도에 이렇게 정반대 주장까지 맞부딪치던 자유로운 논쟁의 마당이 있었다는 사실이에요. 머리카락 담요를 두른 그 사람은, 그 마당의 한 귀퉁이를 환히 비춰 주는 등불 같은 존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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