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Origin Corp. All Rights Reserved.
v1.0.10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노력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자라요. 더 열심히 하면 더 좋은 곳에 닿고, 게으르면 뒤처진다고요. 그래서 무언가 안 풀리면 "내가 덜 애써서 그래" 하고 자기를 탓하곤 하죠.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 인도에, 이 익숙한 믿음을 정면으로 뒤집은 사람이 있었어요. "아무리 애써도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말한 사람, 바로 마칼리 고살라예요. 이름이 낯설죠? 천천히 알아가 볼게요.

마칼리 고살라는 약 2500년 전, 그러니까 불교를 연 붓다, 자이나교를 세운 마하비라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인도의 사상가예요. 세 사람은 같은 시대, 비슷한 땅에서 서로 다른 답을 외친 라이벌 같은 사이였죠. 고살라는 그중에서 '아지비카'라는 학파를 이끌었어요. 당시 인도에는 정해진 종교의 틀을 벗어나 자기만의 답을 찾아 떠도는 수행자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는데, 고살라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어요. 다른 스승들이 "바르게 살고 부지런히 닦으면 괴로움에서 벗어난다"고 가르칠 때, 고살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냈어요.

고살라 사상의 한가운데에는 '니야티'라는 말이 있어요. 우리말로 옮기면 '운명' 또는 '정해진 이치'쯤 돼요. 그는 세상 모든 일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 짜여 있다고 봤어요. 내가 오늘 착한 일을 하든 나쁜 일을 하든, 그 행동 때문에 내 미래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조금 더 쉽게 그려 볼까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다고 해봐요. 주인공이 위험에 빠지면 우리는 손에 땀을 쥐지만, 사실 그 결말은 필름에 이미 다 찍혀 있어요. 우리가 아무리 마음속으로 응원해도 장면 하나 바뀌지 않죠. 고살라가 본 세상이 딱 이랬어요.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고르고 애쓰는 것 같지만, 실은 정해진 필름이 한 칸씩 돌아가는 중일 뿐이라는 거예요. 선택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 기분마저도 필름 안에 들어 있는 셈이고요.

고살라는 자기 생각을 아주 인상적인 비유로 설명했어요. 실이 둘둘 감긴 실타래를 바닥에 굴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실타래는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감겨 있던 실이 전부 풀리면 그 자리에서 딱 멈춰요. 빨리 멈추게 하려고 발로 차도 실이 남아 있으면 멈추지 않죠. 반대로 실이 다 풀리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멈춰요.
고살라는 사람의 삶도 이 실타래와 똑같다고 봤어요. 누구나 정해진 만큼 태어나고 죽기를 되풀이하다가, 그 정해진 분량이 다 끝나면 저절로 괴로움에서 풀려난다는 거예요. 이 '괴로움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를 인도에서는 해탈이라고 불러요. 그러니까 그가 말한 "해탈은 저절로 온다"는 말은, 실타래가 다 풀리면 저절로 멈추듯 때가 되면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뜻이에요.
여기엔 놀라운 결론이 따라와요. 똑똑한 사람이든 어리석은 사람이든, 착한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정해진 시간을 다 보내고 나면 똑같이 해탈한다는 거죠. 빠른 길도 없고 지름길도 없어요. 그 시간이 얼마나 기냐면, 고살라는 팔백사십만 번이라 부를 만큼 어마어마하게 긴 세월이 걸린다고 했어요. 우리가 셀 수 있는 숫자라기보다는 '상상도 못 할 만큼 오래'라는 뜻에 가까워요.

이 주장은 당시 인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어요. 가만 보면 꽤 무서운 말이거든요. 노력이 결과를 못 바꾼다면, 착하게 살아야 할 이유도 흐려지니까요. 그래서 붓다는 고살라의 생각을 아주 강하게 비판했어요. 만약 모든 게 정해져 있다면 수행도, 마음을 닦는 일도 전부 헛수고가 되어 버리잖아요. 붓다는 오히려 우리의 행동과 선택이 미래를 만든다고 가르쳤어요. 두 사람의 길은 이렇게 정반대로 갈렸죠.
그래서 고살라는 인도 철학에서 아주 중요한 질문 하나를 일찍 던진 사람으로 남았어요. "우리 삶은 정해진 운명일까, 아니면 우리가 만들어 가는 걸까?" 이건 사람이 정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느냐를 두고 다투는, 이른바 자유의지 논쟁이에요.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똑 부러진 답이 안 난 물음이죠. 고살라는 "전부 정해져 있다"는 가장 끝쪽 입장에 서서, 사람들이 그 반대편을 더 또렷하게 생각하도록 자극한 셈이에요.

마칼리 고살라는 약 2500년 전 인도에서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말한 사상가예요. 그는 삶을 바닥에 굴린 실타래에 빗댔어요. 감긴 실이 다 풀리면 저절로 멈추듯,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누구나 저절로 해탈한다고요. 노력으로 앞당길 수도, 게으름으로 미룰 수도 없다는 이 생각은 "그렇다면 애쓰는 게 무슨 의미냐"는 반론을 불러, 운명과 자유의지를 둘러싼 오래된 논쟁에 불을 붙였어요. 그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더라도, 그가 던진 질문만큼은 오늘 우리에게도 그대로 살아 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