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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시험을 앞두고 평소보다 두 배로 공부했는데, 막상 점수는 늘 받던 만큼만 나온 적 있으세요? 다이어트를 한다고 한 달을 고생했는데 몸무게는 꿈쩍도 안 할 때도 있고요. 그럴 때 우리 마음 한구석에는 "노력이 정말 의미가 있긴 한 걸까" 하는 생각이 슬쩍 스쳐요. 보통은 금방 털어 내고 다시 책을 펴지만요.
그런데 지금부터 약 2500년 전 인도에, 이 작은 의심을 인생 전체로 끝까지 밀어붙인 사람이 있었어요. 그는 "아무리 수행해도 소용없다"고 아주 단호하게 말했거든요. 그 사람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마칼리 고살라예요.

고살라는 부처님이 살아 있던 때와 거의 같은 시기, 그러니까 지금부터 약 2500년 전 고대 인도에서 살았어요. 자이나교를 세운 마하비라와도 한동안 같이 다녔다고 전해질 만큼, 당시 꽤 알려진 인물이었죠.
그는 '아지비카'라고 불리는 수행자 무리를 이끌었어요. 그때 인도에는 정해진 집 없이 떠돌며 진리를 찾는 사상가와 그 제자들이 여럿 있었는데, 고살라도 그런 무리의 우두머리였죠. 다들 "어떻게 살아야 괴로움에서 벗어날까"를 고민했어요. 그런데 고살라가 내놓은 답은 다른 누구와도 정반대에 가까웠어요.

고살라의 생각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비유가 하나 있어요. 실이 칭칭 감긴 둥근 실타래를 바닥에 힘껏 굴린다고 상상해 보세요. 실타래는 실이 다 풀릴 때까지 데굴데굴 굴러가다가, 실이 끝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딱 멈춰요. 우리가 옆에서 아무리 응원해도 더 멀리 가지 않고, 빨리 멈추라고 다그쳐도 실이 남아 있으면 멈추지 않죠. 굴러갈 거리는 감긴 실의 길이에 따라 처음부터 정해져 있으니까요.
고살라는 사람의 삶도 이 실타래와 똑같다고 봤어요. 그것도 한 번의 인생만이 아니라, 태어나고 죽기를 수없이 되풀이하는 긴 여정 전체가요. 풀려야 할 실의 길이, 그러니까 우리가 거쳐야 할 삶의 총량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는 거예요. 이렇게 모든 일이 미리 짜여 있다는 생각을 그는 '니야티'라고 불렀어요. 우리말로 옮기면 운명이에요.

바로 여기서 그의 유명한 결론이 나와요. 세상 모든 게 이미 정해져 있다면,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결과는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아요. 매일 굶으며 독하게 수행하는 사람이든, 하루 종일 빈둥거리는 사람이든, 정해진 때가 오면 똑같이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는 거죠.
게다가 고살라는 그 '정해진 때'를 상상하기 힘들 만큼 멀리 봤어요. 모든 영혼이 정해진 횟수만큼 태어나고 죽기를 되풀이한 뒤에야 비로소 저절로 풀려난다고 했거든요. 그 횟수가 무려 팔백사십만 번에 이른다고 말했어요.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내 앞에 수백만 명이 있고, 새치기는 절대 안 되는 상황과 비슷해요.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풀려나려고 굶고 참고 애쓰는 수행은, 고살라의 눈에는 굴러가는 실타래를 손으로 붙잡아 억지로 세우려는 것만큼이나 부질없는 일이었어요.

얼핏 들으면 "아, 그럼 애쓰지 않아도 되겠네" 하고 마음 편해지는 이야기 같아요. 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말이기도 했어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노력이 아무 결과도 바꾸지 못한다면, 착하게 살아야 할 이유도, 나쁜 짓을 참아야 할 이유도 함께 사라지잖아요. 어차피 다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래서 부처님도, 마하비라도 고살라의 생각을 아주 강하게 비판했어요. 특히 부처님은 여러 잘못된 가르침 가운데서도 이 운명론을 가장 해롭다고 여겼다고 전해져요. 사람의 책임과 노력을 통째로 지워 버리는 생각이었으니까요. 덕분에 고살라의 주장은 '우리 삶은 이미 정해져 있을까, 아니면 우리 손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아주 오래된 물음에 불을 붙였어요. 자유의지를 둘러싼 이 논쟁은 사실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도 가끔 하는 고민이죠.

마칼리 고살라는 약 2500년 전, 우리 삶이 바닥에 던져진 실타래 같다고 봤어요. 감긴 실의 길이만큼만 굴러가다 멈출 뿐, 아무리 수행해도 그 끝을 앞당길 수 없다고 했죠. 마음은 편해질지 몰라도, 노력과 책임을 모두 지워 버린다는 점에서 부처님조차 위험하다고 본 생각이었어요. 고살라의 이야기는 시원한 답을 주기보다, 오히려 우리에게 되물어요. 우리 삶은 이미 정해진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만들어 가는 걸까요. 오늘 내가 흘린 땀이 정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걸까요. 이 질문 앞에서 한 번쯤 멈춰 서게 된다면, 2500년 전 고살라가 던진 실타래는 아직도 우리 앞에서 굴러가고 있는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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