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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겨울 끝자락, 한 노인이 마당의 매화나무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어요. 그때 가지 위에서 참새 두 마리가 자리를 다투다가 툭 하고 땅에 떨어집니다. 우리 같으면 "어, 참새가 떨어졌네" 하고 그냥 지나쳤을 거예요. 그런데 이 노인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내일 저녁, 한 여자아이가 이 매화를 꺾으러 올 거야. 그러다 정원지기에게 들켜 쫓기다가 넘어지면서 다리를 다칠 게다." 그리고 다음 날, 정말로 그 일이 일어났다고 전해져요.
이 노인이 바로 소옹이고, 이 이야기가 사람들이 말하는 '매화역수의 전설'이에요. 점치는 방법 이름에 하필 '매화'가 붙은 까닭이 바로 이 매화나무 장면 때문이지요. 그런데 떨어지는 참새 두 마리를 보고 어떻게 다음 날 일을 알아맞힌다는 걸까요? 마술 지팡이를 휘두른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소옹은 지금부터 천 년쯤 전, 중국 북송이라는 나라에 살았던 학자예요. 1011년에 태어나 1077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예순여섯 해를 살았어요. 큰 벼슬자리는 몇 번이나 마다하고 낙양이라는 도시에서 가난하지만 마음 편하게 살았는데, 자기 집에 '안락와', 그러니까 '편안하고 즐거운 둥지'라는 귀여운 이름을 붙일 정도였어요.
그는 그냥 점쟁이가 아니었어요. 주돈이, 장재, 정호, 정이 같은 학자들과 함께 '성리학'이라는 새 학문의 기초를 닦은 다섯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혀요. 성리학은 '세상은 왜 이렇게 생겼고,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깊이 따지는 큰 공부예요. 소옹은 그 답을 좀 특이한 곳에서 찾았어요. 바로 '숫자'였지요.

소옹의 핵심 생각은 이래요. 세상 모든 일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숫자와 규칙이 숨어 있다는 거예요. 어렵게 들리지만 사실 우리도 매일 겪는 일이에요.
피아노 악보를 떠올려 보세요. 우리 귀에 들리는 건 아름다운 멜로디지만, 그 뒤에는 음표와 박자라는 약속된 규칙이 깔려 있어요. 시계도 그래요. 똑딱이는 초침 뒤에는 60초가 1분, 60분이 1시간이라는 숫자 규칙이 돌아가고 있지요. 소옹은 우주 전체가 이렇게 숫자와 규칙으로 짜인 거대한 악보 같은 거라고 봤어요. 이런 공부를 '상수학', 즉 '모양과 숫자로 세상을 읽는 학문'이라고 불러요.
특히 그는 옛날부터 내려온 '주역'이라는 책에 주목했어요. 주역은 세상을 음과 양, 두 가지 기운으로 풀어내는 책이에요. 음과 양을 요즘 컴퓨터의 0과 1처럼 생각하면 비슷해요. 단 두 가지 기호만 있어도 그걸 쌓고 엮으면 온갖 무늬를 만들 수 있잖아요. 소옹은 이 두 기호를 차곡차곡 쌓아 세상의 모든 경우를 그림 한 장에 담는 방법을 정리했어요.

소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어요. 하루에 아침과 저녁이 있고 한 해에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듯이, 우주에도 거대한 달력이 있다고 본 거예요.
그가 '황극경세서'라는 책에서 짜 놓은 우주 달력은 이래요. 30년이 모이면 한 단위, 그것이 열두 번 모이면 360년, 그렇게 자꾸 쌓아 올리면 마지막엔 약 12만 9600년이 우주의 '한 살'이 돼요. 우리 한 해가 봄에 시작해 겨울에 끝나듯, 우주도 12만 9600년 동안 태어나고 자라고 저물기를 반복한다고 생각한 거지요. 천 년도 까마득한데 그 백 배가 넘는 시간을 하나의 큰 해로 묶어 본 셈이에요. 이런 어마어마한 상상력이 그가 남긴 가장 큰 발자국이에요.

이제 처음의 참새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세상이 숫자 규칙으로 짜여 있다면, 아무리 작은 일에도 그 규칙이 비쳐 있을 거예요. 물 한 방울에 하늘이 비치는 것처럼요.
옛날 점은 보통 톱풀 줄기나 동전을 한참 던지고 세어야 했어요. 그런데 매화역수는 눈앞에 벌어진 일에서 바로 숫자를 뽑아내요. 참새가 두 마리였으니 '둘', 지금이 몇 월 며칠 몇 시인지, 이런 숫자들을 모아 주역의 무늬 하나로 바꾸고 그 뜻을 읽는 거예요. 굳이 도구가 없어도 마침 떨어진 참새 두 마리만으로 점을 칠 수 있다는 게 매화역수의 멋이지요.
한 가지는 솔직히 짚고 갈게요. 이 매화나무 일화와 '매화역수'라는 점법은 후대 사람들이 소옹의 이름을 빌려 정리한 '전설'에 가까워요. 소옹이 실제로 참새를 보고 그렇게 점쳤다는 증거가 또렷이 남아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작은 신호 하나에도 온 세상의 규칙이 담겨 있다'는 그의 생각이 워낙 매력적이라, 이런 이야기가 그의 이름과 함께 천 년을 살아남은 거예요.

소옹은 세상이 보이지 않는 숫자와 규칙으로 짜여 있다고 믿은 북송의 학자예요. 그는 음과 양이라는 두 기호로 우주를 읽고, 12만 9600년짜리 거대한 우주 달력까지 그려 냈어요. 매화역수의 전설은 이 생각을 가장 쉽게 보여 주는 이야기예요. 떨어지는 참새 두 마리처럼 사소해 보이는 일에도 세상의 규칙이 비친다면, 그 작은 신호를 읽어 보려 했던 거지요. 점이 진짜 맞느냐보다 더 오래 남은 건, 작은 것 속에서 큰 질서를 보려 한 그 호기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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