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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우리는 시간을 잘게 나눠서 살아요. 60초가 모이면 1분, 60분이 1시간, 24시간이 하루, 365일이 1년이 돼요. 작은 칸이 모여 큰 칸이 되고, 큰 칸은 다시 더 큰 칸이 되죠.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약 천 년 전, 중국에 이런 엉뚱한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었어요. "우리한테 하루와 1년이 있다면, 우주 전체에도 우주만의 하루와 1년이 있지 않을까? 우주에도 봄여름가을겨울이 흐르지 않을까?" 이 질문을 평생 붙잡고 늘어진 사람이 바로 소옹이에요.

소옹은 1011년부터 1077년까지, 중국 북송 시대를 살았던 학자예요. 그가 살던 때는 공자의 가르침을 더 깊이 파고드는 '성리학'이 막 피어나던 시절이었죠. 많은 학자가 높은 벼슬을 바랐지만, 소옹은 나라에서 자리를 줘도 마다하고 낙양이라는 도시에서 조용히 살았어요. 자기 집에는 '안락와', 곧 '편안하고 즐거운 보금자리'라는 이름을 붙였고요. 작은 수레를 타고 동네를 돌면 사람들이 반갑게 맞아 줬다고 해요. 역사책을 쓴 사마광 같은 당대 최고의 학자들과도 친구였지만, 평생 가난하게 살면서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넉넉한 사람이었어요.

소옹의 가장 큰 믿음은 이거였어요. "세상 모든 것은 사실 숫자로 짜여 있다." 좀 이상하게 들리죠? 그런데 음악을 떠올려 보면 그렇지 않아요. 우리 귀에는 아름다운 노래지만, 악보로 적으면 음의 높낮이와 길이, 곧 숫자들의 약속이에요. 요리도 그래요. 맛있는 음식 뒤에는 밀가루 몇 그램, 몇 분 같은 숫자가 숨어 있죠. 소옹은 우주도 똑같다고 봤어요. 별이 도는 것, 계절이 바뀌는 것, 심지어 사람의 마음까지도 어떤 숫자와 규칙 위에서 움직인다고요. 이렇게 세상을 '모양'과 '숫자'로 읽어 내려는 공부를 상수학이라고 불러요. 소옹은 무엇이든 넷으로 짝지어 정리하길 좋아해서, 해와 달과 별, 물과 불과 흙과 돌처럼 세상을 가지런한 묶음으로 나눠 보기도 했어요.

이제 소옹의 대표작 '황극경세서'로 들어가 볼게요. 여기서 그는 우주를 위한 어마어마하게 큰 달력을 만들었어요. 우리 달력에서 30일이 한 달, 12달이 1년인 것처럼, 소옹의 우주 달력도 차곡차곡 쌓여요. 먼저 30년을 묶어 '1세'라고 해요. 할아버지에서 손자까지쯤 되는, 한 세대의 시간이죠. 이 1세가 12개 모이면 360년인 '1운', 1운이 30개 모이면 1만 800년인 '1회'가 돼요. 1만 800년이면 사람이 글로 남긴 역사를 다 합친 것보다도 긴 시간이에요. 그리고 1회가 12개 모이면 드디어 가장 큰 단위인 '1원'이 되는데, 1원은 무려 12만 9600년이에요. 소옹은 이 1원을 우주의 '1년'으로 봤어요. 우주가 태어나 자라고 시들어 끝나는 한 바퀴가 바로 12만 9600년인 거죠. 재미있게도 그는 자기가 살던 시대를 이 우주 달력의 '한낮'을 막 지난 무렵, 곧 우주가 정점을 찍고 천천히 기울기 시작하는 때라고 여겼어요.

소옹은 이 거대한 질서가 어떻게 생겨나는지도 숫자로 그렸어요. 맨 처음엔 아직 아무것도 갈라지지 않은 하나, '태극'이 있어요. 이게 둘로 갈라져 음과 양이 되고, 둘이 다시 갈라져 넷이 되고, 넷이 여덟이 돼요. 세포가 하나에서 둘, 둘에서 넷으로 나뉘는 것이나, 종이를 반으로 자꾸 접어 가는 것과 똑같죠. 이렇게 두 배씩 늘리면 여덟에서 열여섯, 서른둘, 예순넷이 되는데, 이 예순네 개가 바로 주역의 64괘예요. 우주의 온갖 상황을 예순네 칸으로 정리한 표라고 보면 돼요. 재미있는 건, 수백 년 뒤 서양의 수학자 라이프니츠가 이 순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거예요. 자기가 만든, 0과 1만으로 수를 적는 이진법과 흐름이 닮아 보였거든요.

물론 우주가 꼭 12만 9600년마다 새로 태어난다는 건 오늘날 과학이 말하는 사실은 아니에요. 하지만 소옹의 진짜 대단함은 답을 맞혔느냐에 있지 않아요. 다른 학자들이 주로 사람의 마음과 도덕을 이야기할 때, 그는 우주 전체를 하나의 질서, 하나의 거대한 달력으로 끝까지 그려 보려 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과 세계를 숫자와 그림으로 상상해 본 이 시도가, 북송 성리학이 품을 수 있는 생각의 폭을 한 뼘 더 넓혀 줬답니다.

소옹은 천 년 전, 우주에도 달력이 있다면 어떨까 상상한 학자예요. 그는 세상이 숫자로 짜여 있다고 믿고, 30년부터 12만 9600년까지 차곡차곡 쌓이는 우주의 달력을 만들었어요. 또 하나에서 둘, 둘에서 넷으로 갈라지는 방식으로 세상의 질서가 펼쳐진다고 봤고요. 답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보이지 않는 우주를 숫자로 그려 보려 한 그 상상력이 소옹을 특별하게 만들어요. 다음에 달력을 한 장 넘길 때, 우주에게도 우주만의 1년이 있을지 한 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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