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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백 년쯤 전, 세상을 바꾸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는 거의 정해진 각본이 하나 있었어요. 큰 싸움은 무조건 큰 도시 한복판에서 시작된다는 거였죠. 공장이 빽빽하고, 일하는 사람이 많고, 골목마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 그곳에서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들고일어나면 세상이 뒤집힌다고 믿었어요. 그런데 마오쩌둥이라는 사람은 이 각본을 슬그머니 덮고, 정반대 자리에서 출발합니다. 사람 많은 도시가 아니라, 논밭만 끝없이 펼쳐진 시골에서요. 왜 그랬을까요.

먼저 그 '정해진 각본'이 어디서 왔는지부터 볼게요. 독일에 카를 마르크스라는 사상가가 있었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세상을 바꿀 힘은 공장에서 기계를 돌리는 노동자들한테 있다고요. 공장이 모인 곳이 곧 도시니까, 혁명은 자연스럽게 도시에서 터진다는 이야기였죠.
쉽게 비유하면 이래요. 불을 피우려면 마른 장작이 잔뜩 쌓인 곳에 성냥을 그어야 하잖아요. 마르크스에게 그 마른 장작 더미는 도시의 공장 노동자들이었어요. 그러니 불씨를 던질 자리도 당연히 도시였던 거예요. 이 생각은 너무 그럴듯해서, 오랫동안 거의 정답처럼 여겨졌어요.

문제는 마오쩌둥이 살던 중국이 이 각본과 영 맞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때 중국 사람 열 명 중 여덟, 아홉 명은 도시 노동자가 아니라 시골에서 농사짓는 농민이었어요. 공장도, 공장 노동자도 손에 꼽을 만큼 적었죠.
다시 장작 비유로 돌아가 볼게요. 마르크스 말대로라면 도시에 마른 장작이 쌓여 있어야 하는데, 중국 도시에는 장작이 한 줌밖에 없었어요. 진짜 장작은 죄다 시골에, 농민들 사이에 쌓여 있었던 거예요. 게다가 1927년에 도시에서 혁명을 일으키려던 사람들이 크게 짓밟히면서, 도시에서 정면으로 부딪치는 길은 더 막막해졌어요. 각본대로 도시에 불씨를 던져 봤자 잘 붙지 않는 상황이었던 거죠.

여기서 마오쩌둥의 유명한 생각이 나옵니다. '농촌이 도시를 포위한다'는 거예요. 말이 좀 어렵게 들리지만, 뜻은 단순해요. 도시를 단번에 치는 게 아니라, 시골부터 차근차근 내 편으로 만든 다음, 그 시골들로 도시를 빙 둘러싸서 마지막에 조이자는 거였어요.
바둑을 떠올리면 딱 맞아요. 바둑에서는 상대의 큰 돌을 한 번에 잡으려 들지 않아요. 바깥에서부터 한 점 한 점 둘러싸 가다가, 숨구멍이 다 막히면 그제야 가운데가 통째로 넘어오죠. 마오쩌둥이 보기에 도시는 그 가운데 돌이었고, 넓은 시골은 둘러싸는 바깥 돌이었어요. 남들이 버려둔 시골이야말로 진짜 힘이 숨어 있는 곳이라고 본 거예요.

생각만 바꾼 게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움직였어요. 마오쩌둥은 깊은 산골로 들어가 작은 근거지를 만들었어요. 농민들에게 땅 문제를 함께 풀어 주며 한 마을 한 마을 마음을 얻었고, 적이 강하면 숨고 약해지면 치는 식으로 끈질기게 버텼죠.
물론 쉽지만은 않았어요. 한번은 쫓기다 못해, 1934년부터 군대를 이끌고 약 1만 2천 킬로미터를 걸어서 도망치다시피 이동한 적도 있어요. 서울과 부산을 열여덟 번쯤 왕복하는 거리를,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며 걸은 셈이에요.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시골에 뿌리를 더 깊이 내렸고, 결국 1949년에는 그 시골의 힘으로 도시까지 차지하게 됩니다. 거꾸로 뒤집은 순서가 끝내 통한 거예요.

마오쩌둥이 한 일을 한마디로 줄이면, 남이 써 준 각본을 자기 형편에 맞게 고쳐 쓴 거예요. 마르크스의 '도시 노동자' 자리에, 중국에 실제로 넘쳐 나던 '시골 농민'을 끼워 넣은 거죠.
이게 왜 중요하냐면, 좋아 보이는 이론이라도 내 발밑의 현실과 맞지 않으면 그대로 따라선 안 된다는 걸 보여 주거든요. 정답처럼 보이는 각본을 그냥 외우는 대신, '우리 동네에 진짜로 쌓여 있는 장작은 어디지?' 하고 다시 물은 거예요. 그 질문 하나가 거대한 나라의 방향을 바꿔 놓았어요.

마르크스는 혁명의 불씨를 도시 노동자에게 던지라고 했지만, 마오쩌둥의 중국에는 도시 노동자가 거의 없고 시골 농민이 가득했어요. 그래서 그는 순서를 거꾸로 뒤집어, 시골부터 내 편으로 만들어 도시를 바깥에서 둘러싸는 길을 골랐죠. 이게 '농촌이 도시를 포위한다'는 말의 알맹이예요. 기억할 한 가지는 이거예요. 아무리 그럴듯한 이론도 내 발밑의 현실에 맞게 고쳐 쓸 줄 알아야 진짜 힘이 된다는 것. 마오쩌둥은 남의 각본을 외우는 대신 자기 땅을 다시 들여다본 사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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