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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친구가 빨강이 무슨 색이냐고 물으면 뭐라고 설명하실 건가요. '음, 사과 색이고, 불 색이고...' 이렇게 자꾸 다른 걸 끌어오게 되죠. 그런데 사과도 빨갛고 불도 빨갛다고 말하려면, 사실 이미 빨강이 뭔지 알고 있어야 해요. 결국 빨강은 말로 정의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 번 보여 주면 끝나요. 눈을 뜨면 바로 아는 거예요.
800여 년 전, 바로 이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해 당대 최고의 철학자에게 정면으로 따진 사람이 있었어요. 이름은 수흐라와르디예요.

수흐라와르디는 1154년에 지금의 이란 서북쪽에서 태어났어요. 그리고 1191년, 시리아의 알레포라는 도시에서 세상을 떠났죠. 계산해 보면 서른여섯 살쯤이에요. 너무 이른 죽음이었는데, 그의 생각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처형당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후대 사람들은 그를 '처형당한 자'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해요.
짧게 살았지만 그는 '조명철학'이라 불리는 자기만의 큰 그림을 남겼어요. 조명은 빛으로 비춘다는 뜻이에요. 그는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것이 바로 빛이라고 봤어요. 이 생각 하나로 그는 당시 모두가 떠받들던 거장에게 도전합니다.

그 거장이 이븐 시나예요. 980년부터 1037년까지 살았던 사람인데, 그가 쓴 의학책 한 권은 유럽 대학에서 수백 년 동안 교과서로 쓰였을 만큼 대단했어요. 철학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이슬람 세계에서 '철학' 하면 곧 이븐 시나를 뜻할 정도였죠.
이븐 시나 철학의 중심 단어는 '있음', 곧 존재였어요. 그는 세상 모든 것을 '무엇인가'와 '그것이 있다'로 나눠서 설명했어요. 예를 들어 '말이라는 것'과 '그 말이 실제로 있다'는 건 다른 문제라는 거예요. 이 '있음'을 차곡차곡 따라 올라가면 맨 위에 스스로 있는 존재, 곧 신이 있다고 봤고요. 수흐라와르디는 바로 이 출발점부터 고개를 갸웃했어요.

이븐 시나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라, 무언가를 제대로 알려면 그 본질을 빠짐없이 정의해야 한다고 봤어요. '사람은 이성을 가진 동물이다'처럼, 그것이 속한 큰 묶음과 다른 것과 구별되는 특징을 짚어 주는 방식이죠.
수흐라와르디는 여기에 구멍이 있다고 했어요. 그런 정의를 하려면 이미 그 특징들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 특징은 또 무엇으로 정의하죠? 설명하려고 끌어온 말이 설명하려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면, 우리는 제자리만 맴돌아요. 게다가 어떤 것의 본질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앞에서 본 빨강처럼, 어떤 것은 정의보다 그냥 보는 게 먼저예요.

두 번째로 그는 이븐 시나가 가장 아끼던 '있음'을 건드렸어요. 수흐라와르디가 보기에 '있다'는 말은 우리 머릿속에서 붙이는 이름표일 뿐, 바깥세상에 따로 굴러다니는 물건이 아니에요. 사과를 보면 사과가 있을 뿐, '있음'이라는 게 사과 옆에 또 놓여 있지는 않잖아요.
그럼 진짜로 있는 건 뭘까요. 수흐라와르디의 답이 바로 빛이에요. 빛은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아도 그 자체로 환히 드러나요. 오히려 다른 모든 것을 드러내 주죠. 그는 세상을 빛이 강한 것과 약한 것, 그리고 빛이 거의 없는 어둠의 단계로 봤어요. 신은 그 모든 빛의 꼭대기에 있는 '빛 중의 빛'이고요.

마지막 비판은 아는 방법에 관한 거예요. 이븐 시나는 차근차근 따지고 증명하는 논리를 중요하게 봤어요. 수흐라와르디는 그것도 필요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했어요.
생각해 보세요. 내가 배고프다는 걸 알려고 거울을 보거나 증명할 필요는 없잖아요. 그냥 직접 느껴서 알죠. 내가 나를 아는 데는 중간 다리가 필요 없어요. 수흐라와르디는 이렇게 중간 설명 없이 곧바로 비추듯 아는 앎을 가장 확실한 앎으로 봤어요. 빛이 눈에 닿자마자 알아채는 것처럼요. 그래서 그의 철학에서는 따지는 머리와 직접 비추는 마음이 늘 함께 가야 했어요.

수흐라와르디는 모두가 정답으로 여기던 이븐 시나에게 세 가지를 따졌어요. 말로 본질을 다 정의할 수 있다는 믿음, 가장 진짜는 '있음'이라는 생각, 그리고 따지는 논리만이 앎이라는 태도였죠. 그 자리에 그는 누구나 눈만 뜨면 아는 빛을 놓았어요. 어렵게 정의할 것도, 멀리서 증명할 것도 없이 그냥 환히 드러나는 것에서 다시 시작하자는 거예요. 서른여섯 해라는 짧은 삶이었지만, 진짜 확실한 건 복잡한 설명 너머 가장 단순하게 드러나는 것이라던 그의 물음은 지금도 곱씹어 볼 만해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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