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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작은 오해 하나를 먼저 풀게요. '수흐라와르디'라는 이름을 단 사람은 역사 속에 여럿 있어요. 그래서 찾다 보면 누가 누군지 헷갈리기 쉬워요. 오늘 우리가 만날 사람은 그중에서도 딱 한 명, 800여 년 전 페르시아 땅에서 태어난 철학자예요. 그는 '빛' 하나를 열쇠 삼아 세상 전체를 설명해 보려 했어요. 사람들은 그를 '조명철학의 창시자'라고 불러요. 조명이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리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방에서 매일 켜고 끄는 바로 그 '빛'이에요. 어려운 한자어 뒤에 숨은 게 사실은 무척 친근한 것이었던 거죠.

방에 밝기를 조절하는 조명 스위치가 있다고 생각해 봐요. 손잡이를 끝까지 올리면 눈이 부실 만큼 환하고, 조금 내리면 은은해지고, 더 내리면 거의 어두워져요. 수흐라와르디는 세상 모든 것이 이렇게 '밝기의 계단' 위에 한 칸씩 놓여 있다고 봤어요. 맨 위 칸에는 더 밝아질 수 없는 '빛 중의 빛'이 있어요. 거기서 빛이 한 계단씩 내려오면서 별이 되고, 사람이 되고, 돌멩이가 된다는 거예요. 위로 갈수록 환하고, 아래로 갈수록 어둑한 셈이죠.
그러면 어둠은 뭘까요? 그는 어둠이 빛과 맞서 싸우는 또 다른 힘이 아니라고 했어요. 어둠은 그저 빛이 덜 닿은 자리일 뿐이에요. 방 한구석이 어두운 건 거기 '어둠 덩어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빛이 거기까지 충분히 안 갔기 때문인 것처럼요. 세상의 단단하고 무거운 물건들은, 빛을 가로막는 가림막 같은 거라고 봤고요.

'동방의 지혜'라고 하면 지도에서 동쪽 어느 나라를 떠올리기 쉬워요. 그런데 수흐라와르디가 말한 동방은 지도 위의 장소가 아니에요. 해가 '뜨는 쪽'을 빛이 처음 솟는 곳, 곧 밝음과 깨달음의 상징으로 본 거예요. 반대로 해가 지는 서쪽은 점점 어두워지는 쪽이라, 무언가에 갇혀 진실을 보지 못하는 마음을 가리켰고요. 그러니까 동쪽으로 간다는 건 실제로 걸어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점점 밝아지는 쪽으로 나아간다는 뜻이었어요.
그는 옛 페르시아 사람들의 오래된 지혜와, 그리스 철학자들이 갈고닦은 생각을 한 그릇에 같이 담으려 했어요. 서로 멀리 떨어진 두 전통을 '빛을 향해 가는 길'이라는 하나의 그림으로 잇고 싶었던 거죠. 이게 그가 말한 '동방의 지혜'의 속뜻이에요.

이제 '신비주의'를 볼 차례예요. 신비주의라고 하면 으스스한 마법이나 점술이 떠오르지만, 수흐라와르디의 뜻은 훨씬 담백해요. 설탕이 달다는 걸 책에서 백 번 읽어도, 혀에 한 번 올려 본 맛을 못 따라가죠. 자전거 타는 법을 글로 외워도, 직접 페달을 밟아 봐야 비로소 몸이 알게 되고요.
그는 참된 앎도 이와 같다고 봤어요. 머리로 설명을 외우는 앎이 있고, 빛을 직접 마주하듯 마음으로 곧장 겪어 아는 앎이 있다는 거예요. 그가 더 귀하게 여긴 쪽은 두 번째, 직접 겪어 아는 앎이었어요. 그렇다고 논리 공부를 버리라고 한 건 아니에요. 차근차근 따져 보는 공부와, 조용히 자기 안을 비춰 보는 수행을 둘 다 해야 한다고 했어요. 한쪽 다리로만 서면 넘어지니까요.

수흐라와르디는 서른일곱 살 무렵, 오늘날 시리아에 있는 알레포라는 도시에서 세상을 떠났어요. 그의 새롭고 낯선 생각을 위험하게 여긴 사람들 탓에,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은 거예요. 그래서 후대 사람들은 그를 '죽임당한 스승'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해요. 안타까운 이름이죠.
생은 짧았지만, 그가 남긴 '조명의 철학'이라는 책은 그 뒤로 수백 년 동안 이슬람 세계의 사상가들에게 읽혔어요. 빛이라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것 하나로 세상의 짜임새를 풀어 보려 한 그 시도가, 8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붙들고 있는 거죠.

수흐라와르디는 세상을 '빛의 밝기 계단'으로 그려 본 철학자예요. 가장 밝은 '빛 중의 빛'에서 시작해 별과 사람과 돌멩이가 한 칸씩 내려온다고 봤고, 어둠은 맞서는 힘이 아니라 그저 빛이 덜 닿은 자리라고 했어요. 그가 말한 '동방'은 지도 위 장소가 아니라 빛이 떠오르는 깨달음의 방향이었고, '신비주의'는 마법이 아니라 머리로 외우는 앎을 넘어 직접 겪어 아는 길이었어요. 짧게 살았지만, 익숙한 빛 하나로 어려운 세상을 설명하려 한 그 마음을 기억하면, 그를 처음 만난 오늘이 헛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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