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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한 학자가 깎아지른 바위산 꼭대기의 성에서 살았어요. 그 성의 주인들에게 바칠 책을 손수 써 줄 만큼 오래, 거의 스무 해 가까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성이 무너지자 그는 짐을 챙겨 정반대편 사람들에게로 걸어갔어요. 평생 한쪽에 속해 살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쪽으로 자리를 옮긴 거죠.
이 사람이 나시르 알딘 투시예요. 1201년에 페르시아의 투스라는 고을에서 태어나 1274년에 세상을 떠난 학자죠. 그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 간 이야기, 그러니까 '이스마일파에서 시아파로'가 오늘 풀어 볼 이야기예요. 그런데 옮겨 갔다는 말이 대체 무슨 뜻일까요? 먼저 두 이름부터 천천히 풀어 볼게요.

이슬람에는 크게 두 흐름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시아파예요. 시아파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핏줄을 이은 지도자, 곧 '이맘'이 공동체를 이끌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에요. 쉽게 말하면 "집안의 큰 어른 자리는 정해진 후손이 물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죠.
그런데 이 가문도 어느 대에서 의견이 갈렸어요. 큰 가게를 누구에게 물려줄지를 두고 "이 아들이다" "아니 저 아들이다" 하며 집안이 둘로 나뉘는 것과 비슷해요. 여섯 번째 이맘 다음에서, 한쪽은 '이스마일'이라는 아들의 줄기를 따랐고 다른 한쪽은 또 다른 줄기로 이어진 열두 명의 이맘을 헤아렸어요. 앞쪽이 이스마일파, 뒤쪽이 열두 이맘을 끝까지 따른다고 해서 '열두이맘파'예요. 열두이맘파는 마지막 열두 번째 이맘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 채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고 믿어요.
사실 이스마일파도 시아파의 한 갈래라, 둘은 멀고도 가까운 사이예요. 다만 이 이야기에서 "시아파로 갔다"고 할 때의 시아파는 이 열두이맘파를 가리켜요.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옆 가지로 건너간 셈이죠.

투시가 머문 산성은 알라무트라는 곳으로, 이스마일파의 본거지였어요. 그는 여기서 윤리학과 논리학, 천문학을 한꺼번에 파고들며 평생 남을 책들을 썼어요. 그중 하나가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다룬 윤리학 책인데, 놀랍게도 그 책 제목에는 그를 후원한 이스마일파 영주의 이름이 들어가 있을 정도예요. 그만큼 그 무렵의 투시는 이스마일파 사람들 속에 깊이 들어가 있었어요.
그러면 투시는 진심으로 이스마일파였을까요? 여기서부터는 역사학자들도 의견이 갈려요. 어떤 이들은 그가 그곳 사상에 진지하게 빠져들었다고 보고, 어떤 이들은 힘 있는 집단의 성 안에 사실상 붙들려 어쩔 수 없이 머물렀다고 봐요. 투시 본인도 나중에는 "원해서 있었던 게 아니다"라는 쪽으로 말했고요. 그의 진짜 속마음이 어느 쪽이었는지는 우리가 끝내 다 알 수는 없어요.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두는 게 정직하겠죠.

1256년, 몽골 군대가 알라무트로 쳐들어왔어요. 칭기즈 칸의 손자 훌라구가 이끄는 군대였죠. 난공불락 같던 산성이 함락되면서 이스마일파의 한 시대도 저물었어요. 바로 이때 투시는 몽골 편에 서요. 그리고 자신은 열두이맘파, 곧 시아파라고 분명히 밝히고 그쪽 신학에 관한 글도 남겨요. 스무 해 가까이 머물던 자리에서 옆 가지로 건너간 순간이에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에요. 정복자 훌라구는 이 학자를 곁에 두고 조언자로 삼았어요. 투시는 1259년 마라가라는 곳에 거대한 천문대를 세워요. 별의 움직임을 재는 정교한 기구들을 갖추고, 전해지기로는 장서가 수십만 권에 이르렀다는 큰 도서관까지 딸린 곳이었죠. 웬만한 도시의 큰 도서관 여러 개를 합친 규모예요. 그가 만든 별자리 계산표는 먼 훗날 다른 나라 천문학자들에게까지 영향을 주었어요.

투시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한 사람이 시대의 거센 힘 앞에서 어떻게 자리를 옮기며 살아남았는가를 보여 주기 때문이에요. 그는 이스마일파의 성에서도, 그 성을 무너뜨린 몽골의 곁에서도 글을 쓰고 별을 관찰했어요. 종파라는 옷은 갈아입었지만, 평생 손에서 놓지 않은 건 배우고 따져 보고 기록하는 일이었죠.
그래서 오늘날 사람들이 투시를 기억하는 건 그가 어느 편이었느냐 때문이 아니에요. 수백 년 동안 읽힌 윤리학 책, 별을 재던 천문대, 정교한 계산이 그를 기억하게 만들죠. 어느 쪽에 속했는가보다 무엇을 남겼는가가 더 오래간다는 걸, 그의 삶이 조용히 보여 줘요.

투시는 이스마일파의 산성에서 스무 해 가까이 살며 책을 쓰다가, 그 성이 몽골에 무너진 1256년 이후 열두이맘파 시아파임을 밝히고 자리를 옮긴 학자예요. 그가 진심으로 어느 쪽이었는지는 역사학자들도 다 풀지 못한 수수께끼지만, 분명한 건 그가 어느 편에 서 있든 윤리학과 논리학과 천문학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사람을 오래 남기는 건 그가 속했던 편이 아니라 그가 남긴 일이라는 걸, 투시의 삶이 알려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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