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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학교에서 상을 받으려면 보통 뭔가를 잘해야 하죠. 시험 점수가 높거나, 대회에서 이기거나요. 그런데 어떤 건 그렇지 않아요. 아기가 엄마 품에서 젖을 먹을 때, 아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받아요. 점수를 매겨서 주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랑하니까 먼저 먹여 주는 거예요.
오늘 이야기할 인도 철학자 발라바는 바로 이 차이에 평생을 걸었어요. 신과 가까워지는 길도 시험처럼 노력 점수를 쌓아 따내는 게 아니라, 선물처럼 먼저 받는 거라고 봤거든요. 그 길에 그는 '푸쉬티마르가', 우리말로 '은총의 길'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발라바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1479년부터 1531년까지 인도에서 살았던 철학자예요. 쉰 살 남짓 살았어요. 인도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베단타'라는 큰 철학 전통이 있어요. 세상은 무엇이고 신은 무엇인지, 둘은 어떤 사이인지를 깊이 따지는 학문이에요. 발라바도 그 안에서 자기만의 답을 내놓았어요.
그는 특히 크리슈나라는 신을 사랑했어요. 그것도 어른 신이 아니라 장난꾸러기 아기 크리슈나를요. 그래서 그의 가르침에는 무서운 심판자보다 품에 안고 싶은 어린아이 같은 신이 나와요.

'푸쉬티'는 인도 말로 '먹여서 살찌운다', 그러니까 영양을 준다는 뜻이에요. 발라바는 신의 은총을 이 말로 표현했어요. 농부가 씨앗에 물과 거름을 주듯, 신이 사람의 마음을 먼저 먹여서 키워 준다는 거예요.
발라바는 신께 가는 길을 크게 둘로 봤어요. 하나는 규칙을 잘 지켜서 한 걸음씩 올라가는 길이에요. 숙제를 빠짐없이 하고 규율을 지키는 모범생의 길이죠. 다른 하나가 바로 은총의 길이에요. 내가 아무리 애써도 닿지 못하는 자리를, 신이 먼저 손을 내밀어 끌어올려 주는 길이에요. 발라바는 이 두 번째 길을 더 귀하게 봤어요. 사랑은 원래 점수로 사고파는 게 아니니까요.

발라바 시대의 많은 철학자들은 이렇게 가르쳤어요. 우리가 보는 세상은 사실 꿈 같은 착각이고, 진짜는 신 하나뿐이라고요. 그러니 세상에 너무 마음 두지 말라는 거였죠.
발라바는 여기서 고개를 저었어요. 그는 세상이 가짜가 아니라 진짜라고 했어요. 금반지를 떠올려 보세요. 금으로 반지도 만들고 목걸이도 만들지만, 그게 가짜 금은 아니잖아요. 모양만 달라졌을 뿐 전부 진짜 금이에요. 발라바가 보기엔 이 세상도 그래요. 신이라는 하나의 금이 나무로, 강으로, 사람으로 모양을 바꿔 진짜로 나타난 거예요.
이 생각에 그는 '순수불이론'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둘이 아니라 하나', 그것도 흠 없이 '순수한 하나'라는 뜻이에요. 세상과 신은 따로 떨어진 둘이 아니라, 본래 같은 하나라는 거죠.

세상이 진짜고 그 안에 신이 깃들어 있다면,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요. 발라바의 답은 '바크티', 곧 사랑이었어요. 무릎 꿇고 비는 게 아니라, 아기 크리슈나를 친구처럼 가족처럼 아끼고 곁에 두는 마음이에요.
좋아하는 사람과 가까워질 때를 떠올려 보세요. 시험을 쳐서 합격하는 게 아니라, 함께 웃고 챙기다 보면 어느새 가까워지죠. 발라바가 말한 신과의 거리도 그랬어요. 규칙을 몇 점 채웠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마음을 주고받았느냐로 좁혀지는 사이였어요.

발라바는 신께 가는 길을 시험이 아니라 선물로 본 철학자예요. 아무리 애써도 내 힘만으로는 닿지 못하고, 신이 먼저 먹여서 키워 준다는 그 길이 바로 은총의 길 푸쉬티마르가예요. 그는 세상도 꿈이 아니라 진짜라고, 신이 진짜로 모양을 바꿔 나타난 하나라고 봤고,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점수 쌓기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했어요. 어렵게 들리던 인도 철학이, 결국 '먼저 사랑받고 사랑하라'는 한마디로 모이는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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