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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밤에 무서운 꿈을 꾸다 깨면 "아, 꿈이었구나"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리죠. 꿈속 일은 아무리 생생해도 가짜였으니까요. 그런데 옛날 인도에는 우리가 지금 보고 만지는 이 세상마저도 사실은 한낮의 꿈 같은 거라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책상도, 옆에 있는 친구도, 심지어 내 손도 진짜가 아니라 사막에서 보이는 신기루처럼 잠깐 비쳤다 사라지는 환영일 뿐이라는 거예요.
인도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세상은 '마야', 그러니까 일종의 눈속임이라는 거죠. 진짜는 따로 숨어 있고, 우리가 보는 건 그 위에 덮인 얇은 천 한 장 같은 거라고요. 듣고 보면 그럴듯하기도 해요. 어차피 다 변하고 사라지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잠깐만요, 그건 좀 이상하지 않아요?" 하고 손을 든 사람이 있었어요. 바로 인도의 철학자 발라바예요.

발라바는 지금으로부터 500년쯤 전인 1479년에 태어났어요. 쉰두 살 무렵까지 살면서,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인도 곳곳을 여러 차례 걸어서 돌아다녔다고 해요. 자동차도 기차도 없던 시절에 넓은 나라를 발로 누볐으니, 가는 길마다 수많은 마을과 사람을 만났겠죠.
그는 가는 곳마다 다른 학자들과 "이 세상은 진짜인가, 가짜인가"를 두고 진지하게 토론을 벌였어요. 그리고 그가 내놓은 답은 흔들림이 없었어요. "세계는 환영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누가 잠깐 세워 둔 가짜 무대가 아니라 엄연한 진짜라는 거예요. 짧은 이 한마디가 그의 철학 전체를 떠받치는 굵은 기둥이 됩니다.

발라바보다 앞선 시대에 샹카라라는 아주 유명한 철학자가 있었어요. 그는 "세상 모든 것은 결국 하나다"라고 했어요. 강물도, 바닷물도, 빗물도 따지고 보면 다 같은 물이듯, 모든 것이 하나의 큰 신에서 나왔다는 거죠. 여기까지는 좋아요. 그런데 샹카라는 한 걸음 더 나가서, 우리 눈에 보이는 울긋불긋한 여러 모습은 마야, 곧 착각이라고 봤어요. 하나는 진짜지만 여럿으로 보이는 건 가짜라는 거죠.
발라바는 앞부분은 기꺼이 받아들였어요.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신에서 나왔다는 생각이요. 하지만 뒷부분, "그러니 세상은 가짜다"라는 말은 깨끗이 빼 버렸어요. 그래서 그의 생각을 '순수한 하나'라는 뜻으로 순수불이론이라고 불러요. '순수'라는 말이 붙은 까닭은, 하나라는 깨끗한 진짜에 '가짜'라는 얼룩을 한 점도 묻히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신도 진짜, 신이 펼친 세상도 진짜. 어느 쪽에도 가짜를 섞지 않고 통째로 진짜인 거죠.

그럼 세상이 어떻게 진짜이면서 동시에 신과 하나일 수 있을까요? 발라바는 어려운 말 대신 쉬운 그림을 들어 보여요.
금반지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반지는 분명히 금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그걸 '금'이라 부르지 않고 '반지'라 부르며 손에 끼죠. 반지는 가짜가 아니에요. 진짜로 있고, 진짜 금이고요. 모양만 반지일 뿐 속은 그대로 금이에요. 세상도 똑같아요. 세상은 신이라는 '금'이 반지처럼 모양을 갖춰 나타난 거예요. 그러니 세상은 신과 다르지 않으면서도, 가짜가 아니라 또렷한 진짜인 거죠.
불에서 사방으로 튀는 불꽃을 떠올려도 좋아요. 불꽃 하나하나는 작고 금세 식지만, 튀어나오는 그 순간만큼은 분명히 진짜 불이에요. 우리도, 이 세상도 그렇게 신에게서 진짜로 튀어나온 불꽃 같은 거예요. 작다고 가짜인 건 아니니까요.

세상이 진짜냐 가짜냐, 말장난 같지만 사실 사는 태도가 완전히 갈려요. 세상이 가짜 꿈이라면, 우리가 할 일은 얼른 꿈에서 깨어나 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거예요. 세상은 벗어나야 할 감옥이 되죠.
그런데 발라바처럼 세상이 신이 직접 펼친 진짜라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세상은 도망칠 곳이 아니라 신의 손길이 묻은 소중한 곳이 돼요. 미워하거나 등질 이유가 없어지죠. 오히려 이 세상 한가운데서, 매일의 삶 속에서 신을 만나면 되는 거예요.

그래서 발라바는 어려운 논리로 따지는 길보다 '바크티', 곧 사랑과 정성으로 신에게 다가가는 길을 가르쳤어요. 그는 신을 크리슈나라는 다정한 모습으로 그렸어요. 멀리 있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마치 사랑하는 가족이나 아끼는 아이처럼요.
그래서 신을 위해 노래하고, 음식을 정성껏 차려 바치고, 아침저녁으로 돌보았어요. 머리로 어려운 문제를 푸는 대신, 마음으로 폭 안기는 길이에요. 똑똑한 사람만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 누구나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갈 수 있는 길이죠. 발라바가 연 이 길은 지금도 인도에서 수백만 명이 따르고 있어요.
발라바는 "세상은 가짜 꿈"이라는 오래된 생각에 "아니요, 진짜예요"라고 또박또박 답한 사람이에요. 세상은 신에게서 금반지처럼, 불꽃처럼 진짜로 나온 것이라 가짜일 수 없다고 봤죠. 그래서 그의 철학은 신도 세상도 한 점 얼룩 없이 통째로 진짜로 여기는 '순수불이론'이라 불려요. 그리고 그 진짜 세상 안에서 머리로 따지는 대신 마음으로 신을 사랑하라고 했고요. 다음에 "이게 다 꿈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 500년 전의 한 사람은 정반대로 "바로 그래서 이 세상이 더 소중하다"고 답했다는 걸 가만히 떠올려 봐도 좋겠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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