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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상상해 볼까요? 지금으로부터 약 1100년 전, 인도 북쪽에 카슈미르라는 산골 지방이 있었어요. 어느 날 사람들이 모인 마당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거룩한 척하는 종교인들을 흉내 내며 웃기고 있었어요.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큰소리치는 젊은 학자, 도를 닦는다면서 술과 향락에 빠진 가짜 수행자, 푸른 옷을 입고 다니던 수상한 종파가 차례로 등장해 망신을 당하지요. 객석에서는 여기저기 웃음이 터졌을 거예요.
그런데 이 연극을 쓴 사람이 누군지 알면 좀 놀라워요. 그 시절 카슈미르에서 가장 진지하기로 소문난 철학자였거든요. 이름은 자얀타 바타. 평소에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딱딱한 논리 책을 쓰던 사람이, 도대체 왜 종교를 놀리는 코미디를 만들었을까요?

자얀타가 속한 학파는 '냐야'라고 해요. 우리말로 옮기면 '바른 이치'라는 뜻인데, 쉽게 말하면 '어떻게 따져야 옳게 따지는 걸까'를 연구하는 학파예요.
축구 경기를 떠올려 보세요. 심판이 있어서 누가 반칙을 했는지, 저게 골이 맞는지 규칙으로 판정하잖아요. 냐야 학파는 생각의 세계에서 바로 그 심판 노릇을 했어요. "이 주장은 근거가 있나? 저 말은 앞뒤가 맞나? 이건 진짜 아는 걸까, 그냥 그렇게 믿는 걸까?"를 따지는 규칙을 차근차근 만든 거예요. 우리가 지금 쓰는 '증거'나 '추리' 같은 생각법의 먼 옛날 할아버지뻘이라고 보면 돼요.
자얀타는 이 분야에서 '냐야만자리'라는 두꺼운 책을 썼어요. 제목은 '바른 이치의 꽃다발'이라는 뜻이에요. 어려운 논리 문제들을 하나하나 꽃처럼 엮어 설명한 책이지요. 그러니까 그는 농담이나 하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 반대였지요.

그 시절 카슈미르에는 만만치 않은 맞수가 있었어요. 바로 불교 학자들이에요. 불교 안에도 아주 날카로운 논리학자들이 있어서,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하나도 없다", "우리가 쓰는 말과 실제 사물은 생각만큼 딱 들어맞지 않는다" 같은 주장으로 냐야 학파를 콕콕 찔렀어요.
자얀타는 여기에 정면으로 맞섰어요. 예를 들어 불교 쪽에서는 "단어의 뜻은 아닌 것을 빼는 방식으로 정해진다"고 했어요. '소'라는 말은 '소 아닌 것을 전부 뺀 나머지'를 가리킨다는 식이지요. 자얀타는 "그건 너무 빙 돌아가는 설명이에요. 그냥 소라는 실제 대상이 저기 있고, 말이 그걸 가리킨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나요?" 하고 받아쳤어요. 이런 밀고 당기는 논쟁이 그의 책 곳곳에 가득해요. 말로 하는 진검 승부였던 셈이지요.

여기서 처음의 그 연극으로 돌아와요. 제목은 '아가마담바라'인데, '종교를 둘러싼 시끌벅적한 소동' 정도로 옮길 수 있어요. 모두 4막으로 된 희곡이에요.
주인공은 갓 공부를 마친 혈기 넘치는 젊은 학자예요. 이 친구가 세상에 나가 엉터리 종교들을 하나씩 혼내 주겠다고 의욕에 차서 나서지요. 가짜 수행자도 만나고, 향락에 빠진 이상한 종파도 만나며 한바탕 소동을 벌여요. 그런데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분위기가 슬그머니 바뀌어요. "이 종파는 없애고 저 종파는 봐주자"는 식으로 함부로 자르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하는 무거운 질문이 떠오르거든요.
자얀타는 실제로 샹카라바르만이라는 왕의 곁에서 일했어요. 왕은 어떤 종교를 허락하고 어떤 종교를 금지할지 직접 정해야 하는 처지였지요. 자얀타는 이 골치 아픈 문제를, 아무도 안 읽을 딱딱한 논문이 아니라 누구나 웃으며 볼 수 있는 연극에 담은 거예요. 웃음 속에 "서로 다른 믿음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라는 진지한 고민을 살짝 숨겨 둔 셈이지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건 꽤 영리한 선택이었어요. 논리 책은 공부 많이 한 학자들만 펼쳐 봐요. 하지만 연극은 글을 모르는 사람도, 어린아이도 보고 깔깔 웃을 수 있잖아요.
자얀타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가장 쉬운 그릇에 담은 거예요. 종교끼리 서로 자기가 옳다고 으르렁대는 모습을 무대 위에 척 올려놓고, 보는 사람이 스스로 "어, 저거 좀 우스운데?" 하고 느끼게 만들었지요. 손가락을 들어 "이게 정답이야"라고 가르치는 대신, 웃으면서 저절로 깨닫게 한 거예요. 평생 따지는 법을 연구한 사람다운 솜씨예요.

자얀타 바타는 약 1100년 전 카슈미르에서 살던 냐야 학파의 철학자예요. 그는 '냐야만자리'라는 책으로 바르게 따지는 법을 정리하고, 불교 논리학자들과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논쟁했어요. 동시에 '아가마담바라'라는 4막짜리 희곡을 써서, 종교들이 서로 잘났다고 다투는 모습을 웃음거리로 만들었지요. 가장 진지한 논리학자가 가장 가벼운 코미디를 골랐다는 점, 그렇게 해서 어려운 질문을 누구나 함께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점. 이 두 가지가 자얀타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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