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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급식 시간을 한번 떠올려 볼까요. 어떤 학교에 이런 규칙이 있다고 해 봐요. 너는 이 줄, 너는 저 줄. 태어난 집안에 따라 앉는 자리가 정해져 있고, 어떤 친구들과는 평생 한 식탁에 앉을 수 없어요. 옆자리에 앉아 김밥 한 줄 나눠 먹는 것도 안 돼요. 좀 이상하고 답답하죠?
그런데 지금부터 900년쯤 전 인도에서는 이게 진짜 규칙이었어요. 누구와 한 상에서 밥을 먹어도 되는지가 태어나는 순간 이미 정해져 있었거든요. 이 단단한 규칙에 정면으로 맞선 사람이 바로 바사바예요. 그리고 그가 맞선 방식이 조금 뜻밖이에요. 거창한 연설이나 싸움이 아니라, 누구나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는 식당, 바로 '안나바사바 공동식당'이었거든요.

바사바는 12세기, 그러니까 지금부터 900년쯤 전에 인도 남쪽 지방, 지금의 카르나타카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이에요. 흔히 떠올리는 것처럼 산속에 숨어 사는 도인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왕을 곁에서 모시며 나라의 살림을 맡았던 사람이에요. 나랏돈을 관리하는 꽤 높은 자리에 있었죠.
힘 있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그는 당시 사회를 떠받치던 가장 단단한 규칙 하나가 늘 불편했어요. 바로 '카스트'예요. 카스트는 태어나는 순간 신분이 정해지고, 그 신분이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는 제도였어요. 어떤 일을 하며 살지, 누구와 결혼할지, 그리고 누구와 밥을 먹을지까지 전부 미리 정해 놓은 틀이었죠.

여기서 한 가지를 알아야 해요. 옛 인도에서 음식은 그냥 배를 채우는 끼니가 아니었어요. '깨끗함'과 '더러움'을 가르는 아주 예민한 경계선이었거든요.
신분이 높다고 여겨진 사람들은, 낮은 신분 사람이 만지거나 곁에 있던 음식을 먹으면 자기까지 더러워진다고 믿었어요. 그러니 신분이 다른 사람과 한자리에서 밥을 먹는 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죠. 누구와 한 상에 앉느냐가 곧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 주는 표시였던 거예요. 식탁은 따뜻한 밥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보이지 않는 벽이었던 셈이에요.
그러니 바사바가 "신분 따지지 말고 다 같이 먹자"고 한 건, 단순히 친절을 베푼 게 아니에요. 사회를 지탱하던 그 벽을 두 손으로 밀어 무너뜨린 일이었어요.

바사바가 퍼뜨린 생각 중에 '다소하'라는 게 있어요. 말은 낯설지만 뜻은 단순해요. 내가 일해서 번 것을 이웃과 나눈다, 특히 밥을 나눈다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누구나 함께 먹는 공동식당이었어요. 신분이 높든 낮든, 하던 일이 무엇이든, 한자리에 둘러앉아 같은 밥을 먹었어요. 어제까지 서로 곁에도 못 앉던 사람들이 같은 솥에서 푼 밥을 나눈 거예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말로 "우리는 모두 평등해요"라고 백 번 외치는 것보다, 적이라 여기던 사람과 마주 앉아 한 끼를 나누는 장면이 훨씬 힘이 세죠. 머리로 이해시키는 게 아니라 눈앞에서 직접 보여 준 거니까요.

바사바의 생각은 식당 안에만 머물지 않았어요. 그는 '아누바바 만타파'라는 모임도 열었는데, 여기서는 신분이나 남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모여 삶과 믿음을 이야기했어요. 농사짓는 사람도, 가죽을 다루는 사람도, 왕을 모시던 사람도 똑같이 입을 열 수 있었죠. 누가 더 잘났는지 따지지 않고요.
그는 또 이렇게 말했어요. 정직하게 하는 모든 일이 곧 기도라고요. 청소든 농사든 천한 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신을 만나려고 꼭 사제를 거치거나 큰 사원에 가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어요. 누구나 작은 신의 상징을 몸에 지니고 스스로 기도할 수 있다고요. 그렇게 그는 "내가 있어야 너희가 신을 만난다"던 사람들의 권위를 슬그머니 거둬 냈어요.
게다가 이런 생각을 어려운 옛 경전 언어가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는 말로 짧은 시처럼 적었어요. 그래서 글을 못 읽는 사람도 귀로 듣고 따라 외울 수 있었죠. 어려운 진리를 가장 쉬운 말에 담은 거예요.

바사바는 900년 전 인도에서, '누구와 밥을 먹느냐'로 사람을 갈라놓던 세상에 살았어요. 그는 그 벽을 거창한 설교가 아니라 한 끼 식사로 무너뜨리려 했어요. 안나바사바 공동식당은 그냥 밥을 파는 곳이 아니라,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눈앞에 직접 보여 준 자리였던 거예요. 오늘 내가 누구와 마주 앉아 밥을 먹는지 한번 떠올려 보면, 그 평범한 식탁이 누군가에겐 왜 그렇게 큰 사건이었는지 조금은 느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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