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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그가 쏜 화살 한 발이 빗나가지 않았다면, 춘추시대의 첫 패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기원전 685년, 제나라에서 왕위 다툼이 벌어졌어요.
춘추시대는 중국이 수십 개 나라로 쪼개져 패권을 다투던 시기예요.
오늘날로 치면 분열된 대륙에서 가장 강한 나라 자리를 놓고 벌이는 전면전이었어요.
관중은 그때 공자 규의 편에 서 있었어요.
공자 규의 라이벌이자 같은 왕위를 노리던 공자 소백이 제나라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관중은 활을 당겼어요.
화살은 소백의 허리띠 쇠고리에 맞았어요.
소백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며 죽은 척 연기했어요.
관중은 "됐다, 끝났군" 하고 안심한 채 행군 속도를 늦췄어요.
그 사이 소백이 먼저 제나라에 들어가 환공으로 즉위했어요.
관중을 살린 건 환공의 자비가 아니라, 죽은 척했던 환공의 연기력이었어요.
임원 면접에서 떨어뜨린 사람이 나를 부르는 게 아니에요.
내가 직접 죽이려 했던 그 사람이 나를 불렀어요.
관중은 포박된 채 환공 앞에 끌려갔어요.

관중을 살린 것은 환공의 너그러움이 아니라, 자기 자리를 내준 친구 한 명이었어요.
환공은 관중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려 했어요.
하지만 어릴 적부터 관중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던 포숙아가 막아섰어요.
"패자가 되시려면 관중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포숙아는 그 자리에서 재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그가 자기 몫의 자리를 관중에게 통째로 내밀었어요.
같이 창업한 동업자가 CEO 자리를 친구에게 양보하고 자기는 부사장으로 내려앉는 상황이에요.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말이 있어요.
관중과 포숙아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깊은 우정을 표현할 때 쓰는 사자성어예요.
그런데 이 말의 진짜 무게는 '우정이 깊었다'가 아니에요.
관중은 훗날 이렇게 말했어요.
"나를 낳은 건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준 건 포숙아야."
단순한 감사가 아니라, 두 사람 사이의 수십 년이 담긴 한 마디였어요.

관중은 백성에게 예의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그들의 쌀독을 채웠어요.
공자보다 약 200년 앞서 산 사람이에요.
공자는 도덕과 예의로 세상을 고치려 했지만, 관중은 달랐어요.
그는 『관자(管子)』에 이렇게 적었어요.
"창고가 가득해야 백성이 예절을 안다(倉廩實則知禮節)."
결국 이 말은 이거예요.
"배가 불러야 예의도 챙기는 거야."
재상이 된 관중이 가장 먼저 손댄 건 도덕 교육이 아니었어요.
소금과 철이었어요.
이 두 가지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고 팔게 했는데, 오늘날로 치면 전기·가스 같은 필수 자원의 공기업 독점이에요.
행정 구역도 군사 단위로 재편하고, 신분과 직업을 묶어 세습 군대까지 만들었어요.
이렇게 쌓인 세금이 나라 곳간을 채웠어요.
사훈을 외우게 하는 대신 월급부터 올려 회사 분위기를 바꾼 CEO.
관중은 그런 사람이었어요.
동양 정치사상의 출발점이 사실은 윤리가 아니라 회계장부였어요.

관중은 환공이 가장 사랑하는 세 신하를 경계하라고 유언했어요.
환공은 그 말을 무시했고, 자기 시신은 구더기가 덮을 때까지 67일간 방치됐어요.
임종 직전 환공이 후계 재상 자리를 물었어요.
관중은 환공이 가장 아끼는 신하 셋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고, 셋 모두 거부했어요.
역아(易牙)는 자기 아들을 삶아 환공에게 바쳤어요.
수조(豎刁)는 스스로 몸을 잘라 내시가 되어 궁에 들어왔어요.
개방(開方)은 부모 장례에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세 사람 모두 인간이 자기 본성을 거스를 만큼 환공에게 충성했어요.
그런데 관중은 이렇게 말했어요.
"그렇게까지 본성을 거스르는 사람은, 반드시 더 큰 것을 노리고 있는 거예요."
환공은 그 말을 듣지 않았어요.
결국 관중이 죽은 뒤, 세 사람은 환공을 궁에 가두고 굶겨 죽였어요.
사마천이 쓴 역사책 『사기(史記)』에는 이렇게 나와요. 환공의 시신이 67일간 방치되어 구더기가 문지방을 넘었다고요.
나에게 비정상적으로 잘해주는 사람이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일 수 있어요.
춘추시대 최초의 패자를 만든 정치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통찰이 그거였어요.
그가 그토록 먼저 알아챘는데, 왜 환공은 끝내 듣지 않았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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