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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주자학 최고 권위자가 제자들에게 던진 질문은 공자가 쳐들어오면 어떻게 하겠느냐였어요.
주자학이란 중국 송나라 때 완성된 유학의 체계예요.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에 우주론을 더한 철학인데, 에도 시대 일본에서 이 학문을 가장 엄격하게 따랐던 학자가 야마자키 안사이(山崎闇斎, 1619~1682)예요.
그가 어느 날 제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공자와 맹자가 군대를 이끌고 일본을 쳐들어온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자들은 당황했어요.
평생 존경해온 성인들이 외국 군대의 사령관이 되어 우리 땅에 쳐들어왔다고 가정해 보세요.
가르침을 따르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나라를 지키는 게 맞을까요?
안사이의 답은 단호했어요.
"활을 들어 그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곧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이다."
일본에 태어난 사람은 일본 군주를 섬기는 것이 도리이고, 그 도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유학의 정신이라는 논리였어요.
스승의 이름을 내세워 스승과 싸우라고 가르친 셈이에요.
그는 중국 철학을 빌리되, 그 결론은 철저히 일본적으로 뒤집었어요.

스이카 신도라는 사상을 세운 남자는, 원래 절에서 머리를 깎은 선승이었어요.
선승이란 선불교를 수행하는 스님이에요.
안사이는 교토의 묘심사(妙心寺)에서 어린 시절부터 승려 생활을 했어요.
묘심사는 일본 임제종 선불교의 가장 큰 본산인데, 임제종은 좌선, 그러니까 앉아서 명상하는 수행으로 깨달음을 얻는 종파예요.
그런데 20대 후반, 안사이는 절을 떠났어요.
환속, 그러니까 승려 신분을 버리고 세속으로 돌아온 거예요.
그리고 주자학으로 완전히 전향했어요.
하지만 안사이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이후 그는 『벽이(闢異)』라는 책을 써서 불교를 정면으로 공격했어요.
벽이는 "이단을 배척한다"는 뜻인데, 자신이 몸담았던 종교를 이단으로 규정한 거예요.
박사 과정까지 마친 사람이 학계를 떠나더니, 자기 분야를 가장 맹렬하게 비판하는 논객이 된 것과 비슷해요.
한번 방향을 틀면 뒤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었어요.

그는 중국 철학의 최고봉인 주자학을 빌려, 일본 신도를 우주의 중심에 다시 세웠어요.
신도란 일본의 전통 종교로, 자연과 조상의 영혼을 신으로 섬기는 신앙이에요.
에도 시대에는 불교와 뒤섞여 정체성이 흐릿해진 상태였어요.
안사이가 만년에 신도 학자 요시카와 코레타리(吉川惟足)에게 신도를 배우면서, 이 흐릿한 신도에 주자학의 틀을 씌우기 시작했어요.
주자학에는 경(敬)이라는 핵심 개념이 있어요.
마음을 한 군데 모아 흩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태도인데, 오늘날로 치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본분에서 이탈하지 않는 마음가짐이에요.
안사이는 이 '경'을 신도 의례의 윤리적 뼈대로 삼았어요.
그러면서 일본 신화에 등장하는 태양신 아마테라스(天照大神)를 우주 질서의 정점에 올려놓고, 천황을 그 직접 후손으로 위치시켰어요.
결과적으로 "우주의 법칙이 곧 아마테라스이고, 그 후예인 천황을 섬기는 것이 도덕이다"라는 논리가 완성됐어요.
이 사상이 바로 스이카 신도(垂加神道)예요.
외국의 최신 이론을 수입해서 자기 나라 전통을 더 강하게 세우는 도구로 쓴 셈이에요.
중국 철학으로 일본 신들을 우주의 중심에 다시 앉힌 이 역설이, 안사이 사상의 진짜 비틀림이에요.
안사이가 길러낸 6천 명의 제자 중 대부분은 끝내 파문당해 그의 곁을 떠났어요.
파문이란 스승이 제자와의 사제 관계를 공식으로 끊는 거예요.
안사이는 자신의 가르침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다고 느끼면 가차 없었어요.
오늘날로 치면 스타트업 창업자가 비전이 다르다는 이유로 핵심 팀원들을 줄줄이 내보내는 것과 비슷해요.
그가 죽은 뒤 그의 학파는 곧바로 둘로 갈라졌어요.
주자학파는 주자학을, 신도파는 스이카 신도를 각자 들고 분열했어요.
안사이가 그토록 통합하려 했던 사상은, 그가 눈을 감자마자 쪼개졌어요.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있어요.
스이카 신도 자체는 일본에서 거의 잊혔지만, 그가 심어 놓은 한 가지 도식은 살아남았어요.
"천황은 아마테라스의 직접 후예이며 우주 질서의 정점이다"라는 논리가 약 200년 뒤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1868년)과 함께 다시 소환됐어요.
메이지 유신은 일본이 봉건 체제를 버리고 근대 국가로 전환한 정치 혁명이에요.
이 과정에서 천황을 신성한 존재로 내세우는 국체 사상이 필요했는데, 안사이의 논리가 딱 그 틀이 됐어요.
자기 회사에서 직원 대부분을 잘라낸 창업자가 죽고 회사도 사라졌는데, 그가 남긴 경영 매뉴얼만 살아남아 한 세기 뒤 전혀 다른 나라의 헌법이 된 격이에요.
안사이는 자신이 어떤 씨앗을 심었는지 끝까지 몰랐을 거예요.
아니, 알았다면 과연 기뻐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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