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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49년 가을, 평생 중국 문화를 연구한 그는 중국 땅에서 그것을 가르칠 수 없었어요.
탕쥔이는 20세기 중국을 대표하는 신유가(新儒家) 철학자예요.
신유가란 공자와 맹자의 유교 사상을 현대 언어로 다시 살려내려 한 20세기 철학 흐름이에요.
그런데 1949년, 그가 평생 공부한 그 사상이 그의 나라에서 불법이 됐어요.
공산당이 본토를 장악하면서 마오쩌둥 정권은 공자를 '봉건 사회의 잔재'로 규정했어요.
유교 사상은 청산해야 할 낡은 것이 됐어요.
탕쥔이가 30년 가까이 연구한 것이 하루아침에 없애야 할 구시대 유물이 된 거예요.
그는 역사학자 첸무(錢穆), 장비제(張丕介)와 함께 홍콩으로 건너갔어요.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은 공산당의 손이 닿지 않는 유일한 한자 문화권이었어요.
세 사람은 그해 가을 난민 청년들을 모아 신아서원(新亞書院)을 세웠어요.
신아서원은 중국 고전 문화를 보존하고 가르치기 위한 사립 서원이에요.
강의실이 없어서 옥상에서 수업했어요.
등록금을 못 내는 학생이 오면 탕쥔이는 자기 봉급을 깎았어요.
한식을 지키려고 한국을 떠난 망명 요리사 같은 상황이에요.
지키고 싶은 것을 살리기 위해 그것이 태어난 땅을 버려야 했어요.
본토에서 공자 사상을 봉건 잔재로 청산하던 1958년, 망명한 학자 네 명이 정반대의 선언문을 세계에 보냈어요.
1958년 1월 1일, 탕쥔이는 동료 학자 머우쭝싼(牟宗三), 쉬푸관(徐復觀), 장쥔마이(張君勱)와 함께 선언문 하나를 발표했어요.
제목은 〈중국 문화에 관해 세계 인사들에게 삼가 알리는 선언〉이에요.
영문판도 함께 배포됐어요.
분량은 약 4만 자예요.
A4 용지로 치면 60장이 훌쩍 넘어요.
그 긴 글의 핵심은 한 문장이었어요.
"중국 문화는 살아 있는 정신적 가치를 가진다."
이것이 현대 신유가 학자들이 세계 학계에 공식으로 내민 강령이 됐어요.
그런데 타이밍이 놀라워요.
바로 그해, 본토에서는 대약진운동이 시작됐어요.
대약진운동은 마오쩌둥이 중국을 급속히 산업화하려 한 국가 캠페인이에요.
이 과정에서 유교는 '봉건 4구(舊)', 즉 반드시 청산해야 할 낡은 사상의 하나로 지목됐어요.
모국이 그 사상을 지우는 바로 그 순간, 망명 학자 네 명은 세계를 향해 이것이 아직 살아 있음을 선언했어요.
오늘날로 치면 이런 상황이에요.
모두가 '한물갔다'고 하는 회사의 전 임원 네 명이 모여 '이 회사의 정신은 살아 있다'는 성명을 세계 언론에 발신한 격이에요.
하지만 그들에게 이건 이념 싸움이 아니었어요.
자신들이 태어난 문화가 통째로 지워지는 걸 막으려는 필사적인 기록이었어요.
그는 자기가 세운 학교를 떠났어요.
폐암 진단을 받은 67세 가을이었어요.
1976년, 신아서원이 속해 있던 홍콩중문대학(CUHK)이 운영 체제를 개편했어요.
홍콩중문대학은 신아서원을 포함한 여러 독립 서원들이 연합해 만든 대학이에요.
개편의 방향은 각 서원이 가졌던 자치권, 즉 교과 편성권과 교수 임용권을 본부가 흡수하는 것이었어요.
신아서원은 더 이상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게 됐어요.
탕쥔이는 이사회에서 동료 8명과 함께 집단 사임했어요.
그가 신아서원에서 보낸 시간은 27년이에요.
1949년 옥상 교실에서 시작했어요.
본토가 불태운 것들을 이 좁은 땅에서 살려내려 했던 27년이에요.
30년 가까이 키운 학교가 대기업에 인수된 뒤 창업 이념이 지워지는 걸 보고 떠나는 창업자의 마지막 출근 같은 상황이에요.
그런데 탕쥔이에게는 그 퇴장 이후 쓸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어요.
의사는 그에게 몇 달이 남았다고 했어요.
그는 그 몇 달을 1000쪽짜리 책을 끝내는 데 썼어요.
사임 이듬해인 1977년, 탕쥔이는 평생의 사유를 집대성한 《생명존재와 심령경계(生命存在與心靈境界)》를 완성했어요.
1000쪽이 넘는 두 권짜리 책이에요.
주제는 인간 정신이 도달할 수 있는 아홉 단계예요.
그가 구경(九境)이라 부른 것인데, 사람이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 어떻게 깊어질 수 있는지를 아홉 단계로 정리한 거예요.
오늘날로 치면 정신 성장의 레벨 지도예요.
몸이 무너지는 사람이 '인간 정신은 죽지 않는다'는 책을 끝까지 썼어요.
아이러니가 아니에요.
탕쥔이에게 그건 같은 이야기였어요.
몸이 유한하기 때문에, 정신이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쓰는 일이 더 급해진 거예요.
책이 인쇄소에서 나온 지 몇 달 뒤인 1978년 2월 2일, 그는 세상을 떠났어요.
1949년 홍콩 옥상 교실에서 가르치기 시작한 그 사상을, 폐암 말기의 손으로 완성해서 남긴 거예요.
중국은 그 시절 자신의 문화를 스스로 불태웠어요.
그 불 바깥에서, 한 사람이 재가 되지 않게 받아 안고 있었어요.
그가 기록해 둔 것들이 지금도 홍콩과 대만의 철학 교실에서 읽힌다는 사실을, 탕쥔이는 알고 갔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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