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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조선 500년 정치사에서 4년 만에 정승급 자리로 뛰어오른 사람이 한 명 있어요.
조광조(趙光祖, 1482~1519)예요.
그는 1510년, 스물여덟 살에 진사시 1등으로 합격했어요.
그리고 1515년 본격 관직에 나선 뒤 단 4년 만에 대사헌 자리까지 올랐죠.
대사헌은 사헌부의 수장으로, 오늘날로 치면 검찰총장에 해당하는 자리예요.
조선 관료가 보통 20~30년은 밟아야 닿는 자리를 4년에 통과한 거예요.
신입사원이 4년 만에 부사장이 된 것과 같은 상황이죠.
그런데 그게 바로 그를 죽인 진짜 원인이었어요.
중종 임금은 조광조를 각별히 총애했어요.
연산군이라는 폭군을 몰아낸 뒤 왕이 된 중종은, 성리학 원칙대로 나라를 바로잡을 신진 선비가 필요했거든요.
조광조는 딱 그 자리에 맞았고, 임금이 직접 그를 빠르게 끌어올렸어요.
하지만 20년 넘게 조정에서 버텨온 원로 대신들 입장에서, 조광조는 갑자기 나타나 자기 위에 앉은 신입이었어요.
그들의 분노는 조용히 쌓이고 있었죠.
조광조는 임금이 직접 향을 피우던 사당 하나를 끝내 닫게 만들었어요.
1518년, 그는 왕실이 100년 넘게 운영해온 소격서(昭格署) 폐지를 요구했어요.
소격서는 도교 의식을 담당하는 왕실 직속 관청이었는데, 쉽게 말하면 임금과 왕족이 하늘과 별에 제사를 올리는 곳이었어요.
조광조가 보기에 소격서는 성리학과 어울리지 않는 미신 기관이었어요.
성리학은 주술과 미신을 배격하거든요.
임금이 도교 신에게 빌고 있으면 나라의 기강이 흐트러진다는 논리였죠.
중종이 거부했어요.
그러자 조광조는 6일 동안 사직 상소를 올리며 출근을 거부했어요.
결국 임금이 굴복했어요.
신입 임원이 "회장님이 100년간 운영해온 이 부서는 비합리적입니다"라며 6일간 결근으로 버텨서 결국 그 부서를 폐지시킨 상황이에요.
원로 대신들은 이 장면을 똑똑히 기억했어요.
임금에게 6일 결근으로 이긴 전례가 생긴 거예요.
조광조는 자신을 발탁한 왕의 친위 세력 76명을 한꺼번에 가짜라고 선언했어요.
1519년 11월, 그는 중종반정 공신 문제를 건드렸어요.
중종반정이란 1506년 연산군을 몰아내고 중종을 왕으로 세운 사건인데, 이때 공신으로 책봉된 인물이 117명이었어요.
그런데 조광조가 조사해보니 이 가운데 76명은 실제로 별다른 공을 세우지 않은 채 이름만 올린 위훈(僞勳), 즉 가짜 공신이었어요.
그는 "공신 자격을 박탈하라"는 상소를 올렸고, 1519년 11월 11일 결정이 내려졌어요.
그로부터 단 4일 뒤인 11월 15일, 조광조는 체포됐어요.
이 76명이 누구였겠어요.
중종이 직접 임명한 조정의 핵심 인사들이었죠.
조광조는 자기 의자 다리를 자기 손으로 톱질한 거예요.
사장이 직접 임명한 임원 76명을 신입 임원이 "이 사람들은 자격 미달입니다"라며 한꺼번에 해임시킨 뒤 나흘 만에 본인이 잘리는 상황이에요.
충격에 빠진 공신 세력들은 즉각 중종에게 달려갔어요.
"조광조는 임금을 능멸하는 역적입니다."
중종도 사실 흔들리고 있었어요.
조광조의 개혁은 갈수록 강도가 세졌고, 자신의 사적 신앙 영역인 소격서마저 빼앗긴 터였거든요.
원로 대신들의 말에 귀가 열리기 시작했어요.
사약을 받기 직전, 조광조는 자기를 죽인 왕이 있는 방향을 향해 절을 올렸어요.
체포 이후 유배지를 전전하던 조광조는 1519년 12월 20일, 전남 화순 능주에서 사약을 받았어요.
서른일곱 살이었죠.
그는 사약을 마시기 전 한양이 있는 북쪽을 향해 절을 올렸어요.
그리고 붓을 들어 마지막 시를 남겼어요.
"愛君如愛父(애군여애부) 임금 사랑하기를 아비 사랑하듯 했다."
자기를 죽인 왕을 아버지에 비유한 거예요.
원망도 없고, 분노도 없었어요.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이 사장에게 마지막 메일로 "저는 당신을 부모처럼 사랑했습니다"라고 쓰고 떠나는 상황이에요.
그 마음이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죽기 직전에 남긴 정치적 유언이었는지는 알 수 없어요.
조광조가 죽고 난 뒤, 조선은 그를 오래 기억했어요.
결국 그가 주장한 위훈 박탈은 역사가 옳다고 판결했죠.
하지만 역사가 그 사람 편이 되는 시점은 언제나 그 사람이 죽고 나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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