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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지금 우리가 쓰는 그레고리력은 1582년에 만들어졌어요.
그보다 500년 앞서, 한 페르시아인이 더 정확한 달력을 이미 완성해두고 있었습니다.
1079년, 셀주크 제국의 술탄 말리크샤는 당대 최고의 천문학자를 페르시아 중심 도시 이스파한의 천문대로 불러들였어요.
셀주크 제국은 현재의 이란·이라크·중앙아시아를 아우르는 거대한 이슬람 왕조였고, 그 명령을 받은 사람이 바로 오마르 하이얌이었습니다.
하이얌이 완성한 잘랄리력은 1년의 길이를 365.24219858일로 계산했어요.
현대 천문학이 측정한 정확한 값은 365.24219879일입니다.
소수점 여덟째 자리까지 거의 일치하죠.
그런데 우리는 그보다 덜 정확한 그레고리력을 씁니다.
신입 직원이 짠 엑셀 공식이 부장이 십 년 굴린 시스템보다 정확한데, 회사는 여전히 부장 시스템을 고집하는 꼴이에요.
역사는 종종 이렇게 불공평합니다.

유럽 수학자들이 풀 수 없다고 포기한 문제를, 11세기 페르시아의 한 시인은 이미 풀어놓고 있었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2차방정식의 근의 공식, 기억나세요?
x² + bx + c = 0처럼 생긴 것들이에요.
3차방정식은 거기서 한 단계 더 올라간 문제로, 19세기 이전까지 유럽 수학계에서 "대수적으로는 풀 수 없다"고 여겼던 난제였습니다.
하이얌은 1070년경 쓴 『대수학 논문』에서 이 문제를 1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어요.
그리고 원뿔곡선, 즉 타원이나 포물선 같은 도형들을 서로 교차시켜 그 교점으로 해를 구해내는 기하학적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유럽에서 페로와 카르다노가 비슷한 해법을 발견한 건 16세기의 일이에요.
반전은 따로 있어요.
하이얌이 이 논문을 쓸 때, 그는 동시에 시도 쓰고 있었습니다.
달력을 계산하고 수식을 푸는 사람이, 그 틈틈이 인생의 무게를 4행시로 담고 있었던 거예요.

하늘의 별을 가장 정확하게 측정한 사람과, 인생이 다 부질없다고 노래한 사람은 같은 한 명이었어요.
루바이는 페르시아 고전 시의 4행 형식이에요.
네 줄로 한 편의 시를 완성하는 형식인데, 하이얌은 이 짧은 그릇 안에 술, 무덤, 내세에 대한 의심을 가득 담았습니다.
그의 시 한 구절을 보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오늘을 즐겨라. 내일에 대해 덜 생각하면서.
어제의 슬픔을 내려놓아라."
당시 이슬람 정통 사회에서 신의 섭리를 의심하는 글은 위험했어요.
오늘날로 치면 국영방송에서 정부를 공개 비판하는 것과 비슷한 무게였습니다.
하지만 하이얌은 술탄의 천문대를 운영하는 궁정 학자였으니, 그 신분이 방패가 되어줬어요.
그래서 그는 시를 책으로 내지 않았습니다.
정식 출간 없이 지인들 사이에서만 조용히 돌렸어요.
가장 정밀한 회계장부를 쓰는 사람의 일기장에 "다 부질없다"고 적혀 있는 것처럼, 그의 시는 사적인 공간에만 존재했습니다.

오마르 하이얌은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지 끝내 알지 못했어요.
그가 죽고 700년이 지난 뒤, 영국의 무명 번역가 한 사람이 그를 시인으로 부활시켰습니다.
1859년, 영국 시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는 옥스퍼드 보들리언 도서관에서 낡은 페르시아어 필사본 하나를 발견했어요.
보들리언 도서관은 옥스퍼드 대학의 유서 깊은 도서관으로, 세계 각지의 희귀 필사본을 소장한 곳입니다.
피츠제럴드는 그것을 영어로 자유롭게 번역해 75부를 자비 출판했어요.
처음에는 1실링에도 팔리지 않았습니다.
헌책방 바닥에 쌓여 있던 그 책을, 화가이자 시인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가 우연히 집어들었어요.
로세티가 주변 예술가들에게 나눠주면서, 이 시집은 순식간에 빅토리아 시대 최대 베스트셀러로 올라섰습니다.
마크 트웨인, T.S. 엘리엇, 보르헤스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하이얌의 본업이었던 수학과 천문학은 오래전에 잊혔고, 사적으로만 나눠 돌리던 4행시가 그의 이름을 영원히 남겼습니다.
어쩌면 그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달력이 얼마나 정확한지보다, 사람이 남기는 건 결국 말이라는 것을.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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